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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186봉) 경남 통영 비진도 선유봉

* 2017년 1월 17일

* 경남 통영시 한산면 비진리

* 비진도 산호길 3구간 약 4km, 놀며 쉬며 2시간 30분


펜션에 짐을 풀고 산책을 나선다. 함께 배를 타고 온 젊은 청춘들은 바닷가를 거닐기도 하고 따스한 바위에 앉아 충무김밥을 나눠 먹기도 한다. 아름다운 청춘의 한 순간이다.

날은 흐려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분명치 않다. 그러나 남도답게 따스한 바람이다. 산행이라기엔 민망한 길,,,그냥 산보하듯 길을 나선다. 길가 밭엔 제철을 맞은 시금치와 싱그런 상추가 따뜻한 남쪽 나라임을 증명이라도 해 주듯 초록색 싱그런 잎을 띄우고 있다.

한 개 한 개 정성들여 쌓은 정겨운 밭담장을 지나니 금방 산호길 초입이다.

동백나무, 참가시나무 등 남도의 나무들이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몇 년 전 대마도 등산로가 연산된다. 등산로는 돌을 쌓아 잘 정비해 놓아 등산화가 아닌데도 불편함이 없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망부석전망대가 나온다. 멀리 산 중턱에 오똑한 콧날 바위가 영판 사람 얼굴이다. 전망대 가는 길엔 시가 두 편 적혀 있다. 멀리 떠난 님을 그리는 망부석 이야기와 박경리선생님의 노년의 시 '산다는 것'.  

노년이 되어 입원하고 고혈압이라 약도 먹고 백내장 수술도 한 당신의 생활을 이야기하며 '하지만 억울할 것 하나도 없다. 속박과 가난의 세월 그렇게도 많은 눈물 흘렸지만 청춘은 너무나 짧고 아름다웠다.'란 구절로 달관한 삶을 손수 보여주는 그 구절이 그녀의 삶과 함께 가슴에 와 닿는다.

내항쪽을 조망하며 아쉬운 듯 오르니 아쉽게도 금방 정상 선유봉에 이른다. 산마루석은 없고 전망데크를 만들어 주변을 조망하게 했다. 멀리 점점이 떠 있는 섬들의 이름이 안내되어 있었지만 날씨 탓에 다 볼 수가 없는 아쉬움을 담고 가던 길을 진행한다.

훨씬 전에 수우도를 갔을 때 동백이 핀 것을 보았기에 허드러진 동백을 기대했건만 동백나무도 많지 않고 그나마 동백꽃도 겨우 한 두 송이만 피어 있어 실망감이 든다. 그러나 잠시 그 아쉬움을 보상해 줄 해안 절벽 풍경이 나타난다. 깎아지른 절벽에 아기자기한 바위, 그 바위를 감싸주는 찰랑대는 파도, 파도 소리,,,,

전망대 의자에 앉아 파도소리, 바람소리에 나를 맡기고 아무 생각없이 앉았다. 이제 이런 편안함이 좋다. 산에 들면 그 속에서 조용히 침잠하고픈 시간.

하산길은 내내 파도 소리와 바다 내음과 함께 한다. 가끔 새 소리가 들리긴 했지만 우리들 소리 뿐이라 함께 나지막하게 젖어든다.

푸른 나무 터널길을 지나니 비진암이 쑥 나타난다. 아담하고 정갈하다. 너무 조용해 적막을 깰까 봐 절 안엔 들르지 못하고 발걸음을 죽이며 지나친다.

다시 외항으로 나오니 마지막 배가 손님을 씻고 온다. 펜션에서 마중나온 트럭 몇 대가 손님을 맞이한다.

참 한가롭고 평화로운 비진도의 하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