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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쿰부 히말라야 트레킹, 탱보체에서 팡보체를 거쳐 딩보체까지

2017년 9월 26일부터 10월 10일까지 15박 16일 네팔 쿰부 히말라야 트레킹


10월 1일 여섯째 날, 탱보체에서 팡보체를 거쳐 딩보체까지

* 탱보체 3860m, 디보체 3820m, 팡보체 3930m, 소마레 4010m, 딩보체 4410m

* 약 550m의 고도, 걸린 시간 8시간


트레킹 나흘째

오늘도 5시 따뜻한 블랙티 한 잔을 마시며 하루를 시작한다.

트레킹에 앞서 탱보체꼼빠에 가려고 나서니 롯체와 아마다블람이 구름 속에서 살짝 모습을 드러낸다. 꼼빠에 들러 잠시 명상을 하고 다시 나와 열심히 사진찍기 후 7시 30분 딩보체를 향해 출발했다.




탱보체를 출발하니 아열대숲속인데 봄에 다녀 왔던 시킴 숲속과 너무 똑같다. 우거진 나무에 낀 이끼~~

가파르지 않은 내리막길로 내려가니 얼마 안 가 롯지가 나타나고 여기가 디보체란다.

아침 운동을 하는 한국인을 만나고 '산이 좋은 사람들', '혜초 여행사'팀들의 산행팀들도 만난다.

황금 연휴에 네팔로 트레킹 온 우리 나라 사람들이 엄청나단 소식을 이사장님께 전해 듣는다.

롯지를 살짝 지나니 비구니가 계신다는 꼼빠가 있단다. 아담하고 소박하다.

꼼빠 내부는 들리지 못하고 바깥 구경만 하곤 스님들의 생활에 보탬이 될까 10달러 기부를 했다.

비구니 스님의 표정이 너무 맑고 따뜻하다.




디보체를 지나며 오른쪽으로 '임자콜라' 계곡과 함께 걷는다. 탁 트인 광활한 전망을 눈에 담으며 감탄과 함께 걷는다. 팡보체마을과 꼼빠로 나뉘는 갈림길을 만난다. 꼼빠로 갈려면 언덕위로 올라야 하는데 일반적으론 평평한 길을 가기 쉬워 계곡길을 계속 가겠지만 우린 꼼빠로 가는 언덕길을 찾는다. 꼼빠로 올라오는 팀은 우리밖에 없다. 

팡보체꼼빠가 있는 마을로 들어가는 산능선에는 아주 오래 된 스투파가 있다. 모서리는 닳았고 중간중간 도색된 페인트도 바랬으나 빛바랜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는 스투파의 두 눈은 처연한 빛을 내뿜고 있어 저절로 경건해졌다. 스투파에서 산능선을 넘어니 바로 꼼빠가 있는 마을인데 그 포근함과 안온함이 온 몸으로 느껴져 왔다. 돌담으로 둘러쳐진 마을의 집들, 세월의 흔적이 잔뜩 묻은 꼼빠, 마을에서 내려다 보이는 곡선의 밭들을 통해 팡보체가 아주 살기좋고 풍요로운 곳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팡보체꼼빠에는 스님은 안 계시고 입장료를 받는 노인 한 분만 계신다. 잠깐 들어가 둘러보고 마을을 굽어 본다. 마을을 돌아 나오니 위 언덕에 엄홍길휴먼스쿨이 있다. 학교에는 들리지 못했지만 아이들이 많이 줄어 50여명의 학생들이 다니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살짝 살짝 구름 속으로 아마다블람 모습이 드러나고 반갑게도 디보체꼼빠에서 만난 비구니스님도 만날 수 있어 더 반가웠다. 스님 한 분이 바위에 하얀 페인트로 불경을 칠하고 있다. 여태껏 보아 왔던 바위 위 불경이 이런 스님들의 손에 의해 이루어졌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야크똥을 개고 있는 아주머니, 여긴 지금 바야흐로 야크똥을 말리는 기간이다>


<쿰부히말라야에서 가장 오래 되었다는 팡보체꼼빠>





팡보체꼼빠를 내려오니 계곡에 물레방아 마니차가 돌아가고 있다. 그들의 불심이 이런 지혜를 빌려 주었겠지. 쉼없이 돌아가는 불경이 물따라 바람따라 멀리, 널리 퍼지기를, 그들의 염원을 담아 내기를 기도해 본다. 다시 언던길을 오른다. 주변 풍경을 보며 시원한 전망과 함께 하는 길, 길맛에 피곤한 줄 모르고 즐겁게 걷는다. 구름이 연출하는 새로운 모습에 눈은 즐겁고 마음은 빛난다. 풀을 뜯는 화이트야크의 모습도 아름답다. 산능선 쉼터에 앉아 얇게 깎은 돌덩이를 메고 오는 사람들을 만난다. 놀랍게도 여자도 있다. 건축 자재로 쓰일 것 같은 저 돌덩이가 저 사람들의 마음을 담아 더욱 빛나기를 빌 수 밖에 더할 것이 없다. 네팔에 오면 내가 정말 복받은 사람임을 매 시간 마주한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길을 걷다 살짝 올려본 바위에 야크똥이 예술적으로 붙어 있다. 아주머니 한 분이 작업을 하고 있는데 뒤로 살짝 올라가 사진을 몇 장 찍었다. 그런데 미안하다. 아주머니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그냥 붙이는 게 아니고 으깨고 뭉치고 하는 작업을 오래 한 뒤 바위에 붙이는 거라 그 작업도 녹록치 않음을 볼 수 있었다.







소말레에서 오므라이스로 점심을 하고 10분여의 휴식을 갖고 다시 광활한 길로 나선다. 4000 고지라 그런지 큰 나무는 없고 작은 향나무 종류가 바닥에 붙어서 자라고 있다. 향나무 사이 사이엔 이름 모를 풀들이 단풍색을 띄고 맞은 편의 활엽수들도 단풍색으로 물들고 있어 우리 나라 가을 느낌과 많이 닮았다.









계곡 다리를 넘어서면 딩보체 구역이다. 유난히 계곡 주위의 돌들이 하얗게 빛나는데 석회암이라서 그렇단다. 그래서 물 색깔도 우유빛처럼 뿌옇다. 같다. 뿌연 물과 흰 돌들이 멀리서 보니 구별이 잘 되지 않는다. 너덜지대가 계곡처럼 보이는 곳도 군데군데 있다. 재미진 풍경이다. 딩보체가 보이는 고개길에 조난당하여 사망한 우리나라 사람의 사진이 걸린 스투파가 있다. 스투파가 위령탑인 것이다. 안타까운 그들의 죽음에 명복을 빈다.





드디어 돌탑많은 딩보체에 도착한다. 고도도 4400m라 그런지 머리가 조금씩 아프기 시작한다. 머리가 띵~~해서 딩보체라더니 정말이다. 원장님께 말씀드리니 저녁먹고 타이레놀을 한 알 먹으라고 하신다.

고소로 머리아플 때 제일 좋은 처방은 훌라다. 저녁 먹기 전 훌라를 시작했다. 24점으로 한 방을 하고 다시 도전해서 48점 한 방을 했다. 최고 기록이다. 올 5월 시킴쫑그리에서 처음 배우고 이번에 두 번째 훌라인데 성과가 대단하다. 웃고 즐기는 가운데 저녁 식사를 하고 다시 훌라를 했다. 아까 땄던 돈보다 더 많이 잃었다. 그래도 머리 아픈 건 잊고 있었다. 잘려고 누우니 한기가 들어 지루텍 한 알과 타이레놀 한 알을 먹고 잠자리에 들었다. 지현이는 점심을 못 먹고 계속 속이 메스껍고 머리가 아프다며 누워 있다 저녁에 흰죽만 조금 먹고 타이레놀, 이뇨제를 먹었다. 지현이도 나도 얼굴이 살짝 부었다. 




7시에 출발해 3시 40분경 도착했으니 약 9시간이 걸린 셈이다. 그래도 길맛이 너무 좋아 별로 피곤하진 않다. 약간의 고소 증세도 있었지만 참을 만하다. 아직 힘든 건 모르겠다. 먹고 자고 싸는(?) 세 가지 기본 활동에 문제가 없어 정말 다행이다. 온수 물주머니, 핫팩, 양말, 패딩, 침낭까지 갖추니 추위도 문제가 없다. 아름다운 풍경을 떠올리며 모든 것에 감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