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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쿰부 히말라야 트레킹 일곱째 날, 로보체에서 쇼마레를 거쳐 포르체까지

2017년 9월 26일부터 10월 10일까지 14박 15일 네팔 쿰부 히말라야 트레킹


10월 4일 아홉째 날, 로부체에서 촐라초를 거쳐 소마레를 지나 포르체까지

* 로부체 4910m, 소마레 4210m, 포르체 3810m

* 1100m 하산, 오르막길 10개 정도, 산행시간 휴식 포함 11시간 30분


트레킹 이레째

하산행이라 장시간 트레킹을 해야 되는 관계로 5시에 기상했다. 충분히 숙면을 취했고 약간의 두통이 있던 고산증세도 말끔히 사라졌다. 가볍게 아침을 먹고 7시에 출발했다. 서서히 밝아 오는 쿰부의 속살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며 기분도 상쾌하게 하산하기 시작했다.



로부체를 비롯한 산군을 뒷배경으로 하고 오른쪽 촐라체, 왼쪽 놉체, 앞쪽 저 멀리 아마다블람,,,,

6000m 고봉들의 호위를 받으며 유유자적, 여유로운 마음으로 내려오는 길은 승자의 자부심같은 것이고, 태양의 빛을 받아 시시각각 변하는 산의 자태를 오롯이 감상할 수 있는 건 또 다른 혜택이었다.

광활하게 펼쳐진 시야를 내 것으로 끌어 안고 그렇게 촐라초까지 기쁘게 가뿐하게 걸어 내려 왔다.








촐라패스 가는 갈림길에서 잠시 촐라패스 가는 길을 따라 촐라초(초-연못)를 보러 갔다. 저 멀리 드종라가 보인다. 우리가 처음 계획한 길이다. 계획을 바꾸지 않았다면 저 길, 촐라패스를 넘어 갔을 것이다.

오던 날, 무지개를 보여 주던 촐라초는 쾌청한 날씨로 비취색 물빛만 제 모습을 다 들어 내었다. 석회석을 품은 에머랄드빛 촐라초 뒤로 웅장한 촐라체가 자리하고 있다. 왼쪽으로 촐라초를 감상하며 드종라 가는 길로 한참 가다 촐라초가 끝나는 지점에서 다시 발길을 돌려 촐라체 앞 평원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로부체, 촐라체를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작은 소망을 담은 탑도 쌓고 명상도 해 본다. 어제의 힘든 산행을 보상해 주는 시간 정말 행복하고 여유로운 시간이었다. 







내려가는 길은 다시 EBC강을 지나 올라온 곳으로 가서 다시 강을 건너야 되는데 위에서 내려다 보니 강의 폭이 좁은 곳에서 건널 수도 있을 것 같단 판단을 했다. 산악 가이더 장부가 길이 없다고 했지만 내려 보는 우리는 길이 저 만치 보였다. 평평한 평원이라 딱히 길이 없어도 짐작으로 강 쪽으로 가면 물을 건널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막상 가 보니 위에서 보던 강과는 딴 판이었다. 강폭이 좁은 데는 물살이 너무 세고 강폭이 넓은 데는 중간중간 깊은 곳이 있어 도저히 건널 수가 없었다. 이리 저리 장부가 길을 찾고 있는데 현지 가이더 다와가 합류했다. 결국 젊은이 둘이  이리저리 길을 찾다 찬물에 발을 담그고 돌을 옮겨다 놓으며 물 위로 길을 만들어 주었다. 두 사람의 수고로 한 사람 한 사람 돌길을 겨우 건너 소마레로 가는 길로 접어 들 수 있었다.







강을 건너 오른쪽 길 위로 접어 들자 새로운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가을이라 색이 변한건지 본래 꽃인지 모를 선홍색 꽃무더기가 군데군데 가을의 정취를 보여 주었다. 그 외 개별의 작은 식물도 노랑, 연두, 주황등으로 가을을 알려 주고 있었다. 길은 평온했고 경치는 광활했으며 주변은 평화로웠다. 정말 시간을 정한 트레킹이 아니면 며칠 이런 곳에 그저 조용히 쉬고 싶었다. 세상의 그 무엇도 부러운 게 없었다. 여기서 죽어도 행복할 것 같단 생각이 들기까지 하였다.



그리 높지 않은 룽따 펄럭이는 고개를 넘으니 소마레다. 올라갈 때는 강 반대쪽을 통해 왔는데 어쨌던 소마레에서 만난 셈이다. 너무 여유있게 내려 왔는지 2시 30분에 늦은 점섬을 먹는다. 이제 입맛이 돌아와 안 그래도 맛있는 식사가 꿀맛이다. 식사 후 잠깐 휴식을 취하고 포르체로 향한다.








서서히 오르막이 시작된다. 하산 길의 오르막은 등산길보다 더 힘들다. 몸도 피곤하겠지만 마음도 약간 풀어진 상태,,,,먼저 등산길에 들렀던 아름답던 팡보체로 향한다. 불경새긴 돌, 오래된 초르텐, 스투파,,,다시 봐도 여전히 아름답고 정겹다. 팡보체꼼빠는 여전히 문이 잠겨 있고 마을엔 평화가 흐른다. 길에서 만난 젊은 아낙과 그 아이들,,,원장님이 아이들 잘 키우라며 엄마에게 돈을 주신다. 아이들에겐 가지고 있던 사탕을 나누어 주었다. 다음엔 아이들을 위한 선물을 준비해야겠단 생각이 든다. 머리 방울, 핀, 양말 등등,,,,돌아 보니 담벼락 위에서 우리들을 계속 보고 있다. 우린 저들을 구경하고 저들은 우릴 구경하고,,,,우리보다 행복할테니 행복보다는 건강을 축원하자. 건강해라 얘들아~~~








마을을 지나면서 산의 7,8부 능선을 걷는 것 같다. 오르막과 내리막의 연속이다. 이러저리 10개 정도의 오르막을 올랐던 것 같다. 저 멀리 우리가 묵었던 탱보체가 보인다. 탱보체 꼼빠와 롯지가 계곡 건너편에 손 잡힐 듯 다가왔다. 열심히 걸었는데도 포르체는 성큼 다가오지 않는다. 고산증세 있는 지현이는 날았는지 모습을 보이지 않고 서서히 어둠이 내려온다. 길은 외길이라 가이더들도 먼저 가 버려 우리 다섯 사람만 오롯이 남았다. 몸도 힘든데다 어두워지기까지 하니 피곤이 더 밀려 오는 것 같았다. 저 멀리 어둠 속에서 빛 하나가 다가온다. 다와와 장부가 마중을 나왔다. 렌턴을 들고 와 길을 비춰 주었다. 언덕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길이 가파른데다 질러 가는 길이라 두 사람이 아니었으면 정말 어려웠을 것이다. 도착하니 6시 30분!

조리팀도 사정이 있는지 식사가 늦었다. 그래도 마음은 홀가분했다. 세상에 11시까지 훌라를 하고 발가락과 발목에 관절통 연고를 바르고 이불없이 핫팩, 온수물주머니, 침낭으로만 잠을 잤다. 고도가 그리 높지 않아 춥지 않게 잠을 잘 수 있었다. 그러나 코피,,,,코피가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