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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쿰부 히말라야 트레킹, 포르체에서 몽라까지

2017년 9월 26일부터 10월 10일까지 14박 15일 네팔 쿰부 히말라야 트레킹


10월 5일 열째 날, 포르체에서 몽라까지

* 포르체 3810m, 몽라 3973m

* 1시간 하산 후 다시 2시간 30분 등산, 산행시간 휴식 포함 4시간



트레킹 여드레째

눈을 떠 창밖을 보니 안개가 자욱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차를 마시고 몸을 일으키니 다시 코피가 난다. 휴지로 코를 막고 코피가 멎을 때까지 잠시 쉬다 아침 산책에 나섰다. 해가 올라 오니 안개가 서서히 걷히고 밤이라 볼 수 없었던 포르체의 모습이 서서히 펼쳐 졌다.

마을은 다른 마을이랑 별 차이가 없었다. 마을 앞에는 밭들이 펼쳐져 있고 마을 뒤편엔 꼼빠가 마을 전체를 내려다 보고 있으며 돌담과 오래된 스투파들이 포르체의 역사를 말해 주고 있었다.








롯지 앞에서 야크를 몰고 가는 아저씨를 발견하고 사진에 담으려 급히 가는데 동네 꼬마 녀석이 모습을 드러낸다. 가만히 나를 보고 있다. 사진 한 장 찍어도 되냐니까 선뜻 대답을 하지 않다 못 이기는 척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데 표정이 영~~~아니다. 주머니에 어제 넣어 두었던 핫팩이 있어 주니까 신기해 하며 받아 간다. 마을 사진 두어 컷 더 찍고 롯지로 갈려고 돌아 서는데 아까 그 아이가 남자 아이 둘을 데리고 다시 나타났다. 그리곤 '기브 미 초코렛'을 외친다. 여길 다녀간 무수한 트레킹족에게서 받았을 그것. 이빨이 썩을 것이란 걸 알지만 그들에게 얼마의 달콤함일까 싶어 기다리라 하고 남은 사탕을 주머니 가득 넣어 와 나눠 주었다. 처음 보았던 그 아이가 one brother"를 외친다. 데리고 온 아이들과는 형제가 아닌 것이다. 사탕을 2개 더 줬다. 어쨌던 사탕을 받은 아이들은 더 적극적으로 사진을 찍고 표정도 즐겁고 익살스럽게 변했다. 벌써 익숙해져버린 거래(?)의 속성을 알고 있는 아이들, 고맙고 미안하고 안타깝다. 천진한 아이들에게서 나도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오늘은 갈 길이 그리 멀지 않은 관계로 여유롭게 8시에 아침 식사를 했다. 전부 여유롭게 담소를 나누고 천천히 준비해 9시에 포르체 꼼빠를 찾았다. 여전히 스님은 안 계시고 문은 잠겨 있다. 마을 할머니 한 분이 내려 오시다 우릴 발견하곤 인사를 한다. 스님 안부를 물으니 탱보체 꼼빠에서 행사있는 날만 방문하신단다. 원장님은 명상, 우린 여유롭게 담소를 나누다 꼼빠를 출발했다.













마을에서는 공동으로 감자같은 것을 캐고 있었다. 카메라를 갖다 대니 찍지 말라는 손짓을 한다. 표정도 그리 좋진 않다. 그들의 삶이 다른 사람의 눈요기처럼 보이는 게 싫은가 보다. 마을을 벗어나니 계곡까지 내리막길이다.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며 남자 몇 명이 똑같은 모자를 쓰고 오고 있다. 사진을 찍으니 역시 못 찍게 한다. 저들의 기분을 정확히는 이해 못 하겠지만 어쨌던 사진을 찍지 못 해서 아쉽다. 그렇게 1시간 가량을 내려오니 계곡이다.





다리를 건너 계곡에서 잠시 쉬어간다. 건너편에선 젊은 엄마와 초등 고학년생으로 보이는 남자 아이가 빨래를 하고 있다. 큰 통에 물을 붓고 빨래를 하는데 저것을 어떻게 들고 갈지 심히 걱정이 된다. 

갑자기 산 위에서 고함치는 소리가 들린다. 돌아 보니 성난 야크가 뛰어 내려오고 있고 그 뒤를 더 성난 야크주인 남자가 긴 막대기를 들고 뛰어 내려 온다. 항상 평온한 야크만 보다 이렇게 화난 야크는 처음 본다. 원장님은 때려서 그렇단다. 어쨌던 야크가 뛰어 다리를 건너고 그 뒤를 주인이 소리치며 뛰어 갔다.

계곡까지 왔으니 길의 제일 아래,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았다.   





계곡따라 계속 오르막이다. 계곡 넘어 우리가 잤던 포르체가 위로 보이다 시간이 지나니 점점 눈 아래로 보이기 시작한다. 우리가 그만큼 더 올라갔다는 의미다. 눈 아래로 계곡이 까마득히 내려다 보인다. 숲은 점점 더 짙어진다. 그러나 끝없는 오르막길이라 발길은 점점 더 느려진다. 그런데 그런 곳을 뛰어서 올라오는 여자들이 있다. 울트라마라톤 참가자들이란다. 정말 대단하다. 미리 알았다면 박수라도 열심히 쳐 줬을텐데,,,

그렇게 2시간을 더 올라 1시경에 몽라에 도착했다.











아래에서 올라다 보이는 몽라의 모습은 산꼭대기에 올라앉은 한 채의 롯지 모습이었다. 그 한 채의 롯지만 보고 숨길을 조정하며 몽라로 들어 섰는데 롯지보다 거대한 한 개의 스투파가 눈길을 사로 잡았다. 몽라, 3973m-라는 고개라는 뜻-에 드디어 도착했다. 1시경에 도착했고 오늘의 트레킹은 끝이니 그야말로 최고의 날이었다. 현지 감자와 계란을 삶은 간식이 들어왔는데 감자 맛이 어릴 때 먹던 그 감자맛이었다. 곧바로 점심으로 라면을 끓여 왔는데 간식을 먹을 후지만 한 그릇씩 깨끗하게 비워 내었다.

원장님은 지도에 나와 있는 꼼빠를 찾으려 했지만 없다는 대답만 들리고,,,원장님만큼 갈구하는 바가 없는 우리는 그저 여유롭게 시시각각 변하는 몽라의 오후를 즐기고 있었다. 정말 서너 채의 롯지만 있는 곳이라 눈 씻고 찾아 봐도 꼼빠는 없었다. 그러다 이사장님이 오늘 칼라파트라를 간 지인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날씨가 흐려 에베레스트를 조망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아,,,정말 다행이다. 또 감사하다.










해가 서서히 넘어가며 산의 모습을 황금색으로 바꾸려는 그 시간, 원장님의 다급한 소리가 들린다. 상제도르제의 수행처가 있다는 현지 학생을 수소문한 것이다. 벌써 5시, 해가 서서히 넘어가고 있는데,,,,

급하게 학생을 앞장세워 수행처를 찾는데 내려가는 길은 주민만 다니는 아주 가파른 외길,,,거의 직벽 수준이다. 수행처는 동굴인데 동굴 앞엔 오래 된 룽따 하나만 펄럭이고 있었다. 장부도 다와도 알지 못한 곳, 현지 사람만 아는 곳이었고 외부 사람들이 전혀 찾지 않은 곳이었다.

동굴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가 넘어갔고 급히 동굴 안만 들여다 보고 돌아 올라왔다. 길은 어두워 현지 학생 덴부의 발걸음만 따라 올라 갔다. 하도 급하게 걸었던 터라 올라 오니 온 몸에 땀이 배어 있었다. 롯지에 도착하니 보름달이 훤하게 떠올랐고 구름의 아름다운 조화로 멋진 영상을 만들어 냈다. 추석 한가위 다음 날의 달을 보고 다들 숙연해진 마음으로 가족들의 안녕과 건강을 기원했다.

저녁을 먹고 안내 학생 덴부를 다시 불러 동굴에 얽힌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상에 도르제,,,원장님이 알고 계시던 상화 도르제와 같은 사람. 로부(?)에서 태어나 몽라동굴에서 3년 3개월 3주 3일을 수행하고 날아서 탱보체가 가 탱보체 사원을 세웠단다. 어쨌던 3형제가 있었는데 각자 한 개씩의 절을 세웠다는~~~

17살 학생 덴부는 남체에서 학교를 다니는데 단기 방학이라 집에 와 있다고, 그런데 영어도 잘 하고 지역에 대해서도 환하다. 명석한 덴부의 앞날이 점쳐진다. 그리고 다와는 원장님께 공부 더 하라는 질책(?)을 들어야만 했다.

















저녁 먹고 9시 30분까지 훌라 시간, 드디어 재산을 탕진했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