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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339봉) 경남 하동 이명산 상사봉, (등산 340봉) 이명산 시루봉

2021년 10월 2일 토요일

 

 

꽃보다 시루떡바위

 

 

 

등산코스 : 북천코스모스메밀꽃축제장 - 직전마을 - 이명마을 - 이병주문학관 - 부일수련원 전 등산로 - 이명산 석불사지 - 이명산 상사봉 - 뿔당고개 - 이명산 시루봉(계봉) - 황토재방향 - 우듬지 - 살티재 - 사평마을 - 직전마을

 

 

사람이 무서워 축제라고 이름붙은 곳은 절대 가지 않았었는데 올해 코로나 사태로 봄부터 쭈욱 축제장을 다니고 있는 것도 나름 재미있는 상황이다.

철쭉 피던 봄 봉명산 산행하며 이명산을 빼 놓은 건 코스모스 축제때 와 보기 위해서였다.

잊지 않고 시기를 잘 맞춘 기특함,,,

 

일찍 나선 편인데도 도로는 차가 넘쳐난다. 

몇 년 전 길을 지나다 잠깐 들른 꽃밭을 생각했는데 그 규모가 엄청나다. 

끝이 보이지 않는 밭에 코스모스, 백일홍 거기다 어릴 적 추억을 소환하는 메밀까지 심어 놓았다.

등산로 찾을 겸 둘러보는 터라 도로 아래쪽으로는 내려가지 않았지만 거기에도 한껏 꽃들을 심었다. 

 

 

들머리를 찾을 겸 축제장을 둘러 보는데 제법 볼거리며 즐길거리도 마련해 두었다. 하동에서 재배한 건지 모르겠지만 각종 호박까지 진열해 두어 눈길을 끈다.

 

 

사진찍을 예쁜 물레방아와 논 가운데에 놓인 출렁다리도 재밌다.

지나가다 그네도 걸려 있는 걸 보았다.

친구들과 왔으면 한껏 웃으며 즐겁게 놀 수 있을 것 같다.

 

 

내 목적은 들머리 찾기

레일바이크 통행때문인지 군데군데 나 있는 건널목은 모조리 막아 놓았다.

열린 길을 찾느라 결국 꽃밭 가장자리까지 갔는데 북천천이 흐르는 선로 아래로 통과하는 길이 있다. 

굴다리 아래는 맑디 맑은 개울물이 흐르고 오래 된 소나무가 몇 그루 그늘을 만들어 훌륭한 쉼터를 만들어 주었다. 

메밀밭이 펼쳐지고 화장실이 있는 건물을 거쳐 다시 들머리를 찾아 북천역 방향으로 향한다.

 

 

레일바이크선로 위쪽을 걷는 셈인데 논에는 거의 메밀이 심어져 있다. 

혹시 산길이 열릴까 레일바이크 주변을 따라 걷는데 산길을 보이지 않고 직전소류지라는 큰 저수지가 나온다.

이제 생명을 다 한 생기없는 물풀의 마지막 모습이 저수지 위를 장식한다. 

이리 저리 샛길을 따라 갔는데 결국 길은 없어지고 할 수 없이 굴다리까지 돌아 나오는데 레일바이크 소리는 매우 웅장하고 사람들의 고함 소리는 우렁차다. 

직전소류지

 

 

굴다리 위에서 사람들을 통제하는 마을 어르신에게 등산로를 묻는다.

마을로 가면 길이 있긴 한데 멀기도 하고 찾기도 힘들단다. 

결국 다시 북천역 방향으로 돌아 가는 길,,,,본의아니게 축제장 가운데를 왕복하고 있어 저절로 꽃구경을 하고 있다.

출발했던 곳보다 한참 아래에서 마을로 들어가는 길이 하나 열린다.

북천역 앞 건널목 입구

 

이제 블로그에서 본 밤밭만 찾으면 된다.

가는 길에 본 2칸 기차는 레일바이크 손님을 싣고 가는 중.

드디어 밤밭 입구에 도착했다.

한참 밤 따는 작업중인데 산행로를 물으니 가는 길이 없다며 내려가서 조금만 가면 등산로가 있단다.

잠깐 지나 간다고 보내 달라고 하려다 수확 시기에 괜히 오해만 살 것 같아 돌아 내려 온다.

 

 

조금 가면 나온다는 등산로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명마을 버스 정류소를 보는 순간 계획과 너무 달라짐을 느끼며 머리는 복잡해지고 다리는 그저 앞으로 나아간다.

이명마을회관을 지나고 산으로 난 길만 보이면 들어가 보지만 대개 산소로 가는 길이다.

근데 그 길 위로 밤이 떨어져 있다. 과수원이 아닌지라 발 아래 떨어진 것만 줍는데 또 그 재미가 쏠쏠하다.

 

 

 

산길을 몇 번 돌아나오며 걷는 아스팔트길 옆으로도 밤알이 뒹군다.

재미는 있는데 가방은 점점 무거워지고 시간은 자꾸 지체된다.

결국 이병주문학관 입구에 도착했고 문학관으로 들어가는데 2차선 도로에서 제법 걸어 올라간다.

등산 후 차로 갈 계획이었는데 이렇게 걸어오게 될 줄이야,,,,

문학관 앞 코스모스가 그나마 힘을 실어 준다.

 

 

이병주문학관은 태백산맥문학관이나 박경리문학관보다 훨씬 넓게 자리잡았다. 

이병주 소설은 지리산밖에 읽지 않았지만 박태영, 이규, 하준규, 하영근 등의 인물을 통해 당시의 상황을 조금 이해한다.

분단문학의 시초가 되었던 지리산, 한국역사의 격변기를 살았던 사람들의 고뇌와 삶의 궤적. 

한 쪽을 택했지만 그마저 갈등이었던 수많은 사람들의 방황.

한 쪽만을 택하기를 강요받았던 시대의 아픔..

나라면 어땠을까?

"역사는 산맥을 기록하고 나의 문학은 골짜기를 기록한다."는 작가의 글에서 격변기의 한 시기를 남기고자 했던 작가 정신에 박수를 보낸다. 

 

 

다시 2차선 도로를 따르다 들머리를 만난다.

연수원 산행로 그 전의 들머리다.

산길은 부드럽고 편하다. 계명산은 이미 지나친 상태라 이명산으로 바로 올라간다.

가는 길에 부일연수원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진다.

아스팔트보다 훨씬 편하고 부드럽고 상쾌하다. 

 

 

 

마애불로 올라가는 길

거대한 시루떡 바위를 만난다.

보안암 앞 시루떡 바위보다 규모가 훨씬 크다.

찰흙을 납작하게 빚어 켜켜이 쌓아놓은 것 같은데 사이사이 풀과 작은 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언젠가 그 뿌리들이 저 바위를 이겨낼 터~~

불안해 보이지만 자연이 준 특이한 모습에 한참을 둘러 본다.

 

 

바위 앞에 돌을 쌓아 만든 돌집 안에서 스님의 독경소리가 낭랑하다.

발걸음을 죽이고 바위를 넘으니 그 아래쪽에 움막이 있고 또 다른 스님이 개가 짖는 것을 막고 계신다.

나에 대한 배려인 듯,,,내가 불편할까봐 짖는 개를 달래어 안으로 들어간다.

변변한 절집 하난 없는 곳의 두 스님,,,,문외한인 나에겐 이런 데서 용맹정진하는 그 뜻을 헤아릴 수가 없다. 

 

 

상사봉 방향에서 잠깐 내려와 마애불을 접견한다.

시루바위 아래 조금 넓은 평평한 곳에 크지 않은 부조상이다.

보안암 석굴과 남북으로 마주보고 있었는데 석굴이 무너지는 바람에 마애불만 드런난 상태란다.

보안암 석굴보다 큰 규모로 짐작되고 통일신라시대에서 지금까지 1000년을 넘어 이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얼굴 윤곽은 옅여졌다.

 

 

마애불에서 상사봉 이정표를 따른다.

간간히 크지 않은 시루떡 바위가 보인다. 

삼거리 이정표를 지나 조금 더 오르면 이명산 정상 상사봉이다.

 

 

넓게 닦은 정상터에 표지석, 안내판까지 네 개가 어지럽다.

상사봉 표지석도 있는데 지금은 이명산의 대표 봉우리로 그냥 이명산으로 부르고 있는 듯 하다. 

 

 

월운임도 삼거리를 지나 시루봉 방향으로 접어든다.

깔끔하게 정돈된 편안한 길이다. 

기분좋게 뿔당고개에 도착한다.

 

 

등산로는 2m정도의 넓이로 정돈되어 있는데 길 가운데로 파헤친 흔적이 역력하다.

멧돼지의 소행으로 봐야되지 싶은데,,,

코를 박고 땅을 팠을 그들의 덩치를 생각하면 웃음이 나지만 어딘가에 있을 그들의 존재도 신경이 쓰인다.

 

 

 

여름 한 철 덩쿨의 침입에 어지러웠을 구간인 듯하다.

인공적으로 정리한 느낌이라 정말 다행이다.

여름 덩쿨로 길이 막혀 우회한 경험이 있던 터라 덩쿨의 침입은 정말 심각하다.

 

 

망개나무 열매

너무 영롱해 정말 맞을까 한참을 들여다 봤다.

미역취는 거의 긴 열매 수준이다.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좋다는 의미,,,기분 좋다.

청미래덩굴(망개나무)
미역취

 

 

시루봉 정상도 상사봉과 같이 넓직하다.

지나온 상사봉, 멀리 금오산, 와룡산,,,,뒤를 돌아 지리산 연봉,,,아스라히 드러나는 실루엣

시루봉은 계봉, 달구봉이란 다른 이름도 있다.

시루봉 정상 연못에 용이 살고 있어 경주 사람들이 갑자기 맹인이 되어 돌에 불을 달구어 연못에 넣었더니 그 용이 진교 아래 연못으로 옮겨 가고 맹인들은 광명을 찾았다해서 이맹산에서 이명산으로 이름이 바뀌었다는 다소 황당한 이야기지만 엄연히 기록에 있는 내용이다.

미역취

 

 

황토재 방향으로 향한다.

높지 않은 산이니 하산길이라도 그리 가파르진 않고 잘 정리된 산행로라 기분좋게 내려온다.

우듬지? 사전상의 의미는 나무줄기의 끝부분을 일컫는다.

지리산 영신봉에서 하동 금오산까지 연결한 신백두대간의 줄기인 모양인데,,,

대한 민국 산줄기를 잇고자 하는 산사람들의 열망과 열정에 박수를,,,, 

청미래덩굴
우듬지

 

 

나뭇잎 사이로 금빛 햇살이 비쳐들어오는 걸 보니 해가 지고 있는 모양이다.

황토재로 가다 살티재에서 우측으로 내려간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은지 길은 희미하지만 걷기엔 편하다.

중간에 밤밭도 지나게 되어 결국 사유지를 지나게 된다. 

길을 막지 않고 열어 놓은 주인이 고맙다.

계절따라 핀 꽃들은 길가에 올망졸망. 그 중 물봉선, 이고들빼기가 눈길을 끈다.

이고들빼기
참취
물봉선

 

 

과수원이 끝나는 곳의 임도를 따라 한참을 내려가니 불을 밝힌 레일바이크 소리가 요란하다.

조용한 저녁이 되니 소리가 더 울리는 듯 한데 선로와 부딪히는 레일바이크소리와 들뜬 사람들의 하이톤 목소리가 사평마을 들판에 울려 퍼진다.

건널목을 지키고 계시던 아저씨가 혼자 털레털레 내려오는 날 보고 간이 크다며 대단하다는 인사를 건넨다.

캄캄해진 도로는 가끔 지나가는 자동차불빛과 휴대폰 손전등이 밝혀준다. 

도로 공사중이라 갓길이 없어 다소 불편했지만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 마지막 남은 내 차를 만난다.

계획했던 코스로 산행하진 못했지만 계획했던 곳은 다 본 셈이다.

덤으로 가방 가득 밤까지~~~

다음에 다시 온다면 친구들과 함께 꽃밭에서 수다 떨고 있을 것이다. 

 

 

 

< 등산 지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