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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역사/클라이밍

인생 첫경험 클라이밍강습

제42기 부산크라이머스 암벽등반 강습회(2022년 3월 29일 ~ 4월 24일)

 

 

이론교육 4회, 실기 4회

우연히 들른 밴드에 올라온 공지를 보고 관심은 가졌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한 클라이밍 소식에 얼른 전화를 걸었다.

"저, 클라이밍 경험 전무하구요. 환갑인 아줌마구요. 등산은 좀 다니는데 신청해도 될까요?"

아주 조심스럽게 문의를 했는데 작년에 70넘은 분도 신청했다기에 얼른 수강료를 보냈다.

몇 가지 기본 준비물은 강사님께 조언을 얻어 암벽화, 카라비너3개, 안전벨트, 헬멧까지 구입을 하고 첫 날 개강식에 참여했다.

 

 

부산크라이머스협회 회관에 들어서니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게 부채바위 사진.

분명히 부채바위에서 실기를 한다고 했는데 부채바위가 빳빳하게 90도로 선 직벽임을 알고 '잘못 왔구나.'란 두려움으로 개강식을 시작했다.

15명 수강생의 이름과 간단 인사를 하는데 아마 동년배 남자 분 한 분,,,그 외는 다 손아래. 거기다 조금씩은 경험이 있는 분들이다. 

첫 날부터 바로 매듭법 이론과 실습. 

선등, 후등, 빌레이, 확보,,,,무슨 소리인지 전혀 이해하지도 못한 채 첫 날 강의가 끝났고 장비소개, 암벽등반 기본기술, 매듭법 등 하루 2시간씩 4일의 이론 교육도 어리벙벙한 상태에서 끝이 났다. 

 

대망의 첫 주 실습은 밀양 백운대 슬랩 등반이란다.

직접확보, 간접확보, 기구 하강법 등을 배우게 된다는데 할 줄 아는 건 열심해 연습한 8자 매듭, 옭매듭뿐. 모든 장비는 아직 어설프고 낯설다.

김해에서 출발하는 강사님 차에 동승해서 밀양 백운산 아래 도착.

몇 번 등산한 곳이기에 장소는 익숙했다.

간단한 안내와 준비 운동을 마치고 로프 한 개를 매고 백운대 아래까지 가는데 무게가 만만찮다.

순서는 경험있는 분들이 먼저하고 나는 제일 나중.

그런데로 잘 올라가는 회원들.

내 차례가 되었는데, 어라? 손이고 발이고 딛고 잡을 곳이 전혀 없다. 분명히 아래에서 봤을 때는 선등자가 잘 갔는데,,,

이때부터 원맨쇼 시작.

발은 주루룩 미끄러지고 손은 잡을 데가 없고,,,

아래에서 지켜보던 협회 회원분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발을 전혀 쓸 줄 모르네.", "그냥 턱턱 짚고 올라가!"

기가 찬다. 나도 턱턱 짚고 가고 싶다고,,,,그런데 짚을 데가 없어요. ㅠㅠ

위에서 보고 있던 강사님이 바로 옆으로 내려와 직접 시범을 보인다.

손바닥으로 짚으며 올라가란다. '아니, 잡을 곳도 없는데 어떻게?,,,,'

어쨌던 반은 끌려서 올라가긴 올라갔다. 

그래도 기념으로 사진도 찍었다. 그리고 하강,,,하강은 그런데로 할 만 했다.

내려오자마자 강습 진행 강사에게 가서 포기 선언.

"장비는 협회에 기증하고 저는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경험해 본 걸로 만족합니다."

그런데 강사님이 웃으며 피한다. 

점심 식사를 하더니 다시 자리를 옮겨 한 번 더 한단다.

'헉!'

"저는 구경만 하겠습니다."

그런데 우리 1조 강사님 "강습에 포기가 어디 있습니까?" 무섭다.

얼떨결에 울며 겨자먹기로 올라간다.

'어라, 아까보다 쉽다?'

 

오후 실습까지 마치고 나니 강사님들과 우리 1조 동기들이 격려와 용기를 주신다.

다음 주는 릿지 산행인데 오늘보다 훨씬 쉽고 재미있다고,,,,

일단 다음 주 나와 보라고,,,

어정쩡한 기분으로 김해에 와서 김해 사람끼리 삼겹살 뒷풀이.

그 자리에 김해클라이밍센터분 세 명이 있다. 

얼떨결에 센터에 배우러 가겠다고 약속을 해 버렸다.

 

 

2주 실습은 금정산 무명릿지

안자일렌등반으로 신속하게 확보물 설치하고 후등자 확보도 해야 된단다.

주차장에서 무명암까지 2km가 넘는 길을 올라가는데 사람들 발걸음이 너무 빠르다.

혼자 살랑살랑 걷기만 했었는데 따라 가려니 숨이 턱턱 막힌다.

그래도 평소에 등산을 해서 그런지 뒤쳐지지는 않는다.

오늘도 빡센 준비운동과 등반 요령을 듣고 본격 등반에 나선다.

오,,,할 만 하다. 바위를 타고 오르고 선등자, 후등자 확보하고,,,

김해센터에서 실습한 게 제법 도움이 된다.

그러나 눈 앞에 나타난 직벽 구간.

발, 손 짚을 곳이 하나도 없다.

퀵도르 잡고 슬링 밟고 올라서라는데 몸이 흔들거려 설 수가 없다.

잡지 말라는 카라비너를 잡고 로프를 잡고 매달리는 바람에 엄청 혼나고 손가락엔 껍질이 벗겨졌다.

거의 죽을 지경으로 올라가긴 갔다. 

우리 조원이 다 올라올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 잠시 편안했다.

 

뜀바위. 분명히 1m 정도라 했는데 아무리 봐도 2m는 될 듯 하다.

까마득한 절벽 아래가 눈에 박히고 발이 바위에 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어릴 때 동네 다리에서 뛰어 내리고 나무에서 뛰어내린 경력이 있는데,,,이런 건 아무 소용이 없다.

호흡을 가다듬고 아무리 뛰려 해도 발이 꼼짝 않으니 기가 찬다.

협회 회원 중 다리가 긴 남자 한 분이 직접 시범을 보이며 별 것 아니라며 폴짝폴짝 뛰어 다닌다. 

먼저 뛴 성욱씨가 안전벨트 매져 있으니까 떨어지진 않는다고 다시 용기를 준다.

죽기 아니면 까무라치기,,,,뛰긴 뛰었다. 

얼마나 긴장했는지 손이 온통 땀범벅이다.

뛰고 나니 홀가분했지만 다시 뛸 수 있을까 의문이다. 

따로 점심 먹을 시간도 없어 배는 고프고 목은 타고,,,겨우 물로 목만 채우고 하강후 간단하게 요기를 한다.

이제 끝...

 

그런데 강사님들,,,술렁술렁.

1조도 침니 경험을 한단다.

원래 수준별로 조를 짰다 했는데,,,,우리 1조가 제일 경험이 낮은 팀.

당연 릿지 등반이 늦었고 그래서 침니는 생략하는 줄 알았는데,,,,안 된단다. 다 해야 된단다.

강사님의 시범. 키가 작은 강사님이 발이 닿지 않으니 팔다리를 사방으로 벌려 올라가는데 영화에서 한 번씩 봤던 장면이다.

다리가 긴 조원, 경험많은 조원,,,다 올라가고 내 차례.

역시나 다리가 짧아 중간쯤부터 발이 닿지 않는다.

사방으로 팔다리를 벌려 보지만 힘도 없고 요령도 없어 지탱하질 못한다.

곡소리 내며 겨우 버티고 위에선 보조 맞춰 당겨 주고,,,

강습 전체 주관하는 대장님까지 위에서 요령을 알려 주지만 맘대로 되지 않는다.

내 힘보다 강사님들이 당겨주는 힘으로 올라갔다. 

도착하고 나니 팔다리 힘이 다 빠지고 패닉 상태.

그래도 하강하면 그 힘든 순간이 마법처럼 사라진다.

어쨌던 땅바닥에 발을 딛였다. 

그렇게 또 힘들고 죽을 것 같은 둘째 주 강습이 끝났다. 

 

셋째 주는 인공등반

PC에서 개척한 코스, 상계봉으로 간다.

등산하며 올랐던 상계봉은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도 않는 바위덩어리.

확보물을 설치해 조금 쉽게 등반하는 요령을 익힌다.

먼저 슬링을 이용해 무릎앉기. 강사님은 '편안하게~'를 강조하신다.

그래 편안하게 하자.

내 차례,,,,슬링에 발을 걸고 편안하게 앉고 싶은데 무릎앉기가 안 된다.

발등에 슬링이 실려 아프고 굽혔던 무릎은 펴지지 않는다.

절대 편안하지가 않다. 무릎앉기보다 손으로 슬링과 퀵도로를 잡고 올라가게 된다.

바위 구멍에 캠을 꽂고 올라가고, 올라가서 캠을 빼고 하는 실습도 해 본다. 장비 사용만 잘 하면 조금 쉽게 등반할 수 있을 것 같아 급 관심이 드는 시간이다.

 

다음 순서는 쥬마링

기구를 이용해 손발을 쭉쭉 당겨줘 올라가는 건데 처음엔 어색했지만 적응되니 쭉쭉 올라간다.

제일 신나는 시간이다.

 

점심을 먹고 무릎앉기 한 번 더 실습하고 마치는가 했더니 바위와 바위 사이에 로프를 걸고 건너가는 티롤리안브릿지 실습을 한단다. 다른 조는 이미 끝난 상태라 우리 조가 하는 상황에 따라 집에 가는 시간이 결정된다. 제일 문제가 난데,,,,으~~~~~

반항을 해 봐야 안 되는 건 뻔하고,,,

1조 마지막 순서,,,오늘 모든 강습생 마지막 순서가 나.

확보를 하고 카라비너 2개로 다시 이중확보.

두 팔을 머리위로 올리고 밧줄을 잡고 쓱쓱, 제법 잘 나간다.

그런데 밧줄 후미 부분이 살짝 상승. 여기부터 몸이 꼼짝을 않는다. 네 발로 매달려 발로 밀고 팔로 당겨 겨우 1cm씩 나아가는 기분. 아래에선 협회분들이 "해 진다. 놔두고 가자. 허허,,,껄껄,,,,"

맞은편에 있는 전강사님께 "잡아 당겨 주세요~~"를 외치니 "도와 줄까요?"하며 카라비너 끼운 밧줄을 따로 내려준다. 근데 잡으려 하면 당기고 잡으려 하면 당기고,,,,결국 카라비너는 손에 쥐지 못하고 죽을 힘을 다해 내 힘으로 도착했다. 팔에 힘이 빠져 덜덜 떨린다.

찍사님께서 팔다리로 매달린 사진 대신 멋진 포즈로 날으는 사진만 올려 두었다. 이 사진 뒤에 숨은 네 발의 민망함은 내 기억속에서만 남아 있게 되었다. 

집에 와서 생각해 보니 둥근카라비너를 끼웠어야 했는데 하는 생각이 든다. 경험이 제일 중요하다. 어쨌던 3주 실습도 죽을 힘을 다한 기진맥진 속에 끝이 났다.

 

드디어 실습 4주차, 크랙등반

마지막 강습이다.

회관에서 봤던 가슴 떨리던 직벽 금정산 부채바위 북벽이다. 

오늘 주 실습은 크랙등반요령, 재밍.

오늘 실습을 위해 재밍장갑까지 구입한 상태.

조별로 각 코스를 따로 정해 오른다. 

우리는 기존C인가 하는 코스로 오른다는데 강사님의 시범이 눈부시다.

크랙에 손, 발을 끼운 뒤 돌려서 빠져 나오지 않게 해서 올라가라. 

근데 크랙에 손을 끼우니 자꾸 빠져 나오고, 발은 아예 끼워 지지 않고 어떤 땐 끼워 놓은 발이 빠져 나오지 않는다. 

어쨌던 한 피치 겨우겨우 올라갔는데 그 다음이 툭 튀어 나온 바위를 오르는거다. 

아무리 발버둥, 몸부림쳐도 올라가지지 않는다. 결국 강사님이 본인 어깨를 밟고 올라서란다. 민망하고 죄송하지만 어깨를 밟고 바위를 올라서 정상에 올랐다. 

마지막 강습, 멋진 인생샷을 남기며 우리 1조 조원들과 추억사진.

 

수료식

한 사람 한 사람 불러 수료증을 주고 간단하게 소감을 발표하란다. 

"첫 날, 포기 선언까지 했는데 강사님들의 살신성인의 지도 덕분으로 일취월장하여 수료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ㅎㅎㅎ

호기롭게 내질렀으니 또 열심히 할 수 밖에.....

첫 날 포기 선언한 걸 다 아는지라 협회분들과 우리 기 강습생들의 격려가 쇄도한다. 

자꾸 실실 웃음이 새 나온다. 해냈다는 만족감이 아니라 그냥 기가 찬 것 같은 민망함?

어쨌던 내 인생에 새로운 도전이 시작되었다. 목표는 일단 6개월은 해 보자. 

그리고 기억하고 싶은 강사님 세 분. 이성희, 임종례, 김충인,,,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