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여행(8월 5일~10일) 테를지에서 울란바토르로 그리고 덤

테를지 아침, 징키스칸 좌상, 자이슨전망대, 역사박물관, 그리고 트레킹

2018년 8월 5일부터 8월 9일 아니 10일까지

 

버팀목, 몽골에서 우정을 쌓다 Ⅲ

 

밤 10시에 난로에 장작을 넣어 주러 온다고 했다는데 12시가 넘어서 왔단다. 난 그 전에 곯아 떨어져 아저씨를 보지는 못했는데 성희가 자지도 않고 기다렸다 문도 열어 주고 장작 넣는 걸 지켜 보았단다. 어쨌던 날씨가 포근했던지 너무 더워 이불도 걷어 차며 개운하게 잠을 잤다. 

 

아침 식사 전 게르 앞 언덕을 산책하기로 한다. 잠깐 올라갔다 올거라 가볍게 여기고 슬리퍼를 신었더니 풀잎에 맺힌 이슬이 들어와 발이 미끄럽다. 큰 바위가 있는 언덕엔 온통 야생화 천지다. 아침 이슬이 맺혀 더욱 청초하다. 야생화를 피해 조심조심 바위를 찾아 오른다.

바위는 바얀고비의 바위와 비슷한 물질로 표면이 껄끄러워 올라 가기가 쉽다. 춤도 추고, 체조도 하고, 천지창조 흉내도 내며 신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아침은 한국쉐프가 직접 끓인 황태해장국. 동생을 도우러 왔다는 걸로 보아 동생이 운영하는 게르인 모양이다. 한국에서 먹던 바로 그 맛이다. 시원하고 개운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술 좀 마실건데,,,,

식사 후 짐 챙겨 다시 울란바토르로 향한다.

 

 

 

 

 

 

 

 

 

 

 

 

 

 

 

 

 

 

 

 

어웍에서 바라다 보이던 툴강의 오랜 나무 다리를 걸어서 건너 본다. 저 멀리 어제의 그 어웍이 보이고 그 너머 몽골의 산능선이 부드럽게 펼쳐진다.

예전엔 차도 다녔다는데 지금은 옆에 새 다리가 놓여 차는 다니지 않는다.

걸을 때마다 들리는 약한 삐걱거림은 자연의 소리를 닮아 기분이 좋다. 다리 아래 물 흐르는 소리와 바람 소리까지 모두 듣기 좋은 자연의 소리다. 햇살을 받아 강물은 빛나고 강가 숲은 활엽수의 풍부한 원형을 유지하며 부드럽고 풍성하다. 멀리 초원의 산능선들과 절묘하게 어울린다.

 

 

 

 

 

 

몽골의 존재 이유, 징키스칸. 그를 기념하는 기념관에 들렀다.

오래되지 않은 건축물로 광활한 초원에 정말 거대하게 우뚝 서 있어 멀리서도 금방 알아볼 수 있다.

은색 징키스칸은 고향인 동쪽을 향하고 있고 맞은편 저 먼 아래는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동상이 어렴풋이 보인다. 말머리쪽으로 난 전망대를 향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또 몇 층의 계단을 올라 도착한 곳에서 보이는 것 역시 광활하고 끝없는 초원이다. 징키스칸은 저 넓은 땅을 정복해 무엇이 하고 싶었을까? 그저 저 광활한 초원을 미친 듯 달리고 싶었던 건 아니었을까? 그의 업적을 폄하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아무것도 남은 게 없는 문화적 황량함에 드는 낮은 수준의 생각이다.

혼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전통궁중복을 입고 사진찍기.

친구들과 함께 해 가능한 즐거웠던 한 때, 한 기억, 한 추억이다.

 

 

 

 

 

 

 

 

 

 

 

 

 

 

 

 

 

 

 

 

 

 

청으로부터 독립 선언 후 티베트 출신의 복드칸이 거주했던 겨울궁전으로 간다. 10여년간 툴강 근처의 여름궁전에서도 기거했다는데 화재로 소실되고 사망하기 전 20여년을 이 곳 겨울궁전에서 기거했단다.

겨울궁전은 특이하게 지붕이 초록이다. 몽골의 초원을 지붕에 얹은 것일까?

초록 지붕에도 갖가지 짐승을 얹고 지붕 끝엔 종을 매달고 각 층마다 화려한 단층으로 색을 칠했다. 그냥 눈으로 보기에도 화려하고 기교가 넘쳐 난다.

입구 바로 앞에 거대한 벽이 있었는데 설명없는 사롤에게 물으니 그제야 평화의 벽이란다.

티벳출신의 복드칸이라 이 곳에 평화가 깃들길 소원하며 지었을까? 그 문양 또한 화려하다.

실내로 들어가니 궁전이라기 보단 티벳 사원처럼 각종 부처들이 모셔져 있다. 원래 7채의 라마 사원이 있었다는 걸로 보아 불심으로 지낸 날들이었나 보다.
궁전에서 사용되었던 물건들은 옆의 건물에 전시되어 있었는데 침실, 거실, 식당 등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고 의복, 마차, 가구에 가죽으로 만든 게르도 전시되어 있다. 게르는 150마리의 표범 가죽으로 만들었다는데 그냥 보아도 화려하고 아주 튼튼해 보였다.

 

 

 

 

 

 

 

 

 

 

 

 

 

 

 

 

 

 

 

 

몽골 최대, 최고의 티벳 불교 안식처 간단사원.

공산화가 되면서 종교 박해가 심해졌고 여기도 화재로 소실되어 지금에 이르렀는데 남은 건 기둥 하나.

몽골인은 기둥을 붙잡고 기도를 하고 있다.

넓은 터에 정신없이 놓여져 있는 건물들.

안으로 들어 가 보려니 한 곳은 예배를 드리고 있어 들어갈 수 없다고 하고 나머진 문이 잠겨 있다.

초르텐, 본당들의 건물이 이렇게 무질서하여 과거, 현재가 함께 어지럽게 널려 있는 느낌이다.

국가의 지도자건 불교의 지도자건 어떻게 예술적으로 빨리 정돈을 해 주었으면 하는 생각으로 내 머리마저 어지럽다. 그 속에서도 부처를 향한 몽골인의 불심은 여전할 거라고 믿는다.

 

 

 

 

 

 

 

 

 

 

오늘 제일 기대되는 민속공연

춤, 음악이 어우러진 멋진 한 편이었다. 음악은 서정적인 것부터 다이나믹함까지 다양했으며 악기도 우리와 비슷한 악기들이 많이 보여 악기의 전파 경로를 짐작할 수 있었다. 해금, 가야금을 닮은 악기는 생김새도 소리도 비슷했고 조금 큰 해금같은 악기는 우리의 아쟁 소리를 닮았다. 그러고 보면 역시 현을 내리치며 내는 거문고같은 악기는 보이지 않아 우리 민족의 창작품임을 한 번 더 확인할 수 있었다.

제일 특이했던 건 남자 두 명이 악기 소리에 맞춰 각각 저음과 고음으로 소리를 내는 것이었다. 동물과 대화하는 소리를 음악으로 만들었나 짐작했는데 사롤은 목동들이 심심할 때 불렀던 노래라고 한다. 우리나라 스타킹에도 출연했다고 하니 특이하긴 한 모양이다.

거리에서 만나는 몽골인과 너무 다른 쭉쭉빵빵 미녀들의 전통복장 패션쇼도 볼 만 했고 분기탱천하는 북을 든 춤엔 엉덩이가 들썩였고 서정적인 악기 연주는 음악에 몰입하게 했다.

남미에서 음악cd 하나 못 사 온 게 내내 걸렸는데 마침 입구에서 팔고 있는 cd 두 개 구입하여 마음의 평안을 얻고 풍요로운 마음으로 공연장을 나오는데 사롤이 비행기가 없어 다음 날 오후 늦은 시간에 가게 되었다는 비보(?)를 전한다.

 

 

 

 

 

 

 

 

 

저녁을 먹으며 태풍이 일본을 강타하여 우리가 타고 갈 몽골행 비행기가 오지 않았고 결국 우리는 아침 일찍 출발하기로 한 일정이 다음날 저녁에 떠나기로 되면서 이틀을 덤으로 얻은 셈이다. 근데 오로지 남자 혼자 우리들과 끼어 애쓴 현숙이 남편의 고충이 짐작되나 천연재해로 일어난 어쩔 수 없는 일, 그냥 즐기기로 마음 먹고 현지팀장과 이틀 여행 일정을 조율하고 덤으로 얻은 이틀을 더 여행하기로 결론지었다. 

저녁을 먹고 오른 오늘의 마지막 일정 자이슨 전망대.

툴강을 내려 볼 수 있는 기회였는데 밤이라 야경만 보게 되었다.

수도라 할 수 없을 만큼의 조촐한 밤풍경. 풍경보다 제법 쌀쌀하게 불어대는 밤바람 때문에 몸이 오싹할 지경이었는데 사롤은 겨울 외투를 입고 나왔다. 그걸 보고 또 우린 얼마나 웃었던지,,,,

여행 가이드가 아니라 그냥 스물일곱살의 아들같은 철없는 아이. 엄마같은 마음으로 웃고 넘기며 "옷을 갖고 오라 해야지 니만 입고 오면 어쩌냐?"고 깔깔깔 웃으며 얘기했는데 다른 사람에겐 그러지 않겠지...

 

 

덤으로 얻은 첫 일정은 원래 가기로 되어 있던 시내 징키스칸 좌상...

따가운 햇볕에 잠시도 서 있을 수가 없다. 사진 한 장 남기고 탈출

역사박물관에 들렀는데 지금은 뭘 봤는지 기억도 없다.

다음은 규모가 제일 크다는 재래시장. 모든 게 중국산,,,

한 바퀴 휘 두르고 다시 탈출.

오늘 새로 일정에 넣은 민속축제는 다 지친 탓에 그냥 호텔에서 쉬기로 결정.

별 중요한 일이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집으로 가기로 한 날에 가지 않으니 여행도 약간 시시해졌다.

저녁먹고 호텔방에서 돌아오는 일정으로 약간의 오해가 있었던 문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마음 푸는 시간을 가져 보았지만 100퍼센트 마음을 풀진 못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다행히 서로 아무 일 없는 듯 아침을 먹고 가벼운 산책에 나섰다. 체체궁산의 언저리 어디쯤에 해당된다는데 정확한 위치는 알 수 없고 현지인 몇 명도 산책에 나선 걸로 보아 몽골인에겐 제법 알려진 곳일 것 같다.

발 밑엔 야생화, 그리 넓지 않은 계곡엔 맑은 물, 전나무를 닮은 나무 많은 숲.

어제의 기분은 말끔히 사라졌다. 약한 비가 왔지만 우산을 들고 걸어 본다. 중간 중간 물기 머금은 진흙길이라 걷기엔 불편했지만 너무 산뜻한 공기라 더없이 상쾌하다.

중간 쉼터에서 친구들은 걷기를 중단한다.

항상 열심인 경애와 걷기가 허리에 좋다는 일례만 함께 걷는다.

빗방울이 조금 굵어지고 어쩔 수 없이 발걸음을 돌린다.

어제 여기 왔어야 되는데,,,,,아쉬움이 너무 크다.

사롤에게 트레킹으로 다시 오마는 약속을 남기고 점심 식사 장소로 간다.

한국식당인데 김치맛이 제격이다. 전라도 함평 출신 사장님이다. 역시,,,

어제도 한국식당에서 말영양탕을 먹었는데,,,,

몽골 한식당은 한국식당보다 더 한국적이다.

 

 

 

 

 

 

4박 5일 일정이 본의아니게 5박 6일의 일정이 된 몽골 여행이었다.

공항에서 승마여행 4박 5일 여행객들이 얼마나 부러웠던지,,,

친구와의 시간은 소중했지만 내 여행의 스타일은 트레킹임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바위 위를, 계곡 사이를, 숲길을 헤치며 걸을 몽골의 트레킹을 계획하며 버팀목 친구와의 여행 일정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