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16일 동석산 천종사 원점회귀
* 천종사 - 암굴 - 정상 - 바위 끝 - 천종사 원점회귀
몇 년 전 그루터기와 남도국악원에서 연수를 마치고 오는 길에 바위로 우뚝 솟은 동석산을 본 후 내내 그리워했던 동석산, 그래서 가슴 설레며 찾아간 곳!
11월 중순의 진도는 가을의 막바지, 겨울의 시작이었다. 하심동 입구는 김장배추가 싱싱하게 자라고 있고 천종사 마당엔 개 두 마리가 길고 큰 울부짖음으로 산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마지막 남은 잎을 달고 있는 몇몇의 나무와 생명을 다한 잎들의 바스락거림. 그 소리와 함께 천종사 옆으로 난 길로 우뚝 솟은 동석산을 향했다.
거대한 바위 덩이는 금방 사라지고 자그마한 숲길이 나타났다. 소박하고 단아한 길이다. 얼마 안 가 미륵좌상 암굴이 나타나는데 미륵상은 보이지 않는다. 뭔가 잘못 알고 간 건가? 굴이라 하기도 살짝 애매했지만 거기서 들판을 내려다 보며 민생들의 삶을 살펴볼 수 있을 것 같긴 하다.
바위 꼭대기는 쇠난간, 밧줄, 쇠고리, 데크 등 다양한 형태로 올라가는덴 별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열심히 올라가면 보는 풍경은 어느 곳이나 비슷하다. 가까이 심동저수지와 저 멀리 봉암저수지가 주변 논밭의 물줄기가 되어 주고 더 멀리 진도 바다가 이 곳이 섬임을 알려 준다.
금방 동석산 정상이다. 이 바위 저 바위 오르는 재미는 있지만 바로 보는 풍경은 거의 똑같다.
조금 더 진행하다 똑같은 풍경이고 차도 천종사에 있는 터라 돌아 내려 온다.
천종사로 돌아 내려와 팽목항으로 향한다. 너무 늦어 미안하다. 아주 작고 조용하다. 가슴이 먹먹하다. 기억할 9명의 이름이 적혀 있지만 이미 4명은 돌아온 상태, 그나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바람은 이들의 염원을 담고 세차게 흐느낀다. 우리 외에 서너명의 사람이 더 찾아 왔다. 너무 쓸쓸하진 않아서 다행이다.
쓸쓸함을 안고 세방낙조로 향한다. 천종사에서 계속 걸어서 오는 곳인데 팽목항을 가느라 차를 타고 왔다. 휴게소에서 전망대를 오른다. 서서히 해가 저물긴 하지만 낙조의 모습을 보기까지 한 시간 정도 기다렸다. 그래도 말없이 온전히 한 시간을 일몰의 모습만 감상한 건 처음인 것 같다. 구름, 하늘, 바다까지 아주 짧게 환해 지더니 어느새 어둠이 다가 왔다. 꼴, 까, 닥,,,어느 동시에서 해가 지는 순간을 이렇게 표현한 것 같다. 꼴까닥 정말 그렇게 해가 사라졌다. 우리네 삶도 저렇게 한 순간 피었다 사라질 터,,,,어떤 색으로 인생을 표현할까 잠깐 생각하다 지금 꼴까닥해도 괜찮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
남도국악원에서 연수받으며 오고 가는 길에 봤을 땐 동석산은 우뚝 솟아 있었는데 막상 오르니 아담하다. 그러나 아담하다고 산의 위용이 낮은 건 아니다. 거대한 바위 덩이가 들판 위에 우뚝 솟아 있는 것 그 자체로 대단한 힘이 느껴진다.
그 바위를 다 오를 수 있도록 시설물이 설치된 것도 감사하다. 그것들로 인해 동석산의 재미를 더 감칠맛나게 느낄 수가 있다. 일정상 종주를 못한 아쉬움이 남지만 팽목항을 찾지 못했다면 더 큰 아쉬움이 되었을 터,,,,산은 항상 거기 있으니 다음 기회에 종주를 해 보리라.
저녁은 현지인의 추천을 받아 낙지삼합으로,,,
산낙지와 키조개가 야채위에 올려져 있고 제일 아래에 삼겹살이 놓여져 있다. 싱싱한 키조개와 낙지를 먼저 먹고 조림처럼 양념된 삼겹살을 먹는다. 남은 양념에 밥을 볶으면,,,과식,,,장흥삼합과 차별나는 새로운 맛이다. 다음에도 이 집을 찾고 싶다. 신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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