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20일부터 26일까지 5박7일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여행
여행 밴드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한 말레이시아 여행 중 2박3일의 키나발루 산행.
사미호친구들과 함께 하기로 했던 산행이었는데 성사되지 못하고 여행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하게 되었다.
21일 아침 8시에 국립공원 관리사무소에 입산신고를 하러 갔다. 먼저 보관할 짐은 캐리어에 넣고 산장에 보관하고 가져갈 짐은 배낭에 넣어 무게를 달았다. 배낭은 포터에게 맡기면 1kg당 5달러의 운반료를 지불하는데 지역민의 벌이도 되고 있어 배낭을 맡기기로 했다. 바로 아래 뷔페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오니 날짜와 이름이 새겨진 인식표를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 산행을 마칠 때까지 착용해야 하며 중간에 이것으로 확인도 한다고 했다.
산악가이더의 설명을 듣고 1890m 팀포혼게이트를 출발해 본격 산행에 들어 갔다. 오늘은 3272m에 있는 라반라타산장까지 가는 길, 1300여m를 올라야 하기에 자칫 고산증이 올 수도 있으나 5000m정도에서 고산증세가 있는 것을 확인한 상태라 그냥 편안하게 가기로 했다. 짐도 포터가 들고 가기 때문에 더욱 가뿐했다.
라반라타까지 6km의 거리, 긴 거리가 아니기에 정말 편안한 마음이었다.
산행 시작은 울창한 아열대림에서 시작되었다. 후텁지근한 기후였지만 우거진 잡목속에서 들리는 계곡물소리와 간간히 들리는 새 소리를 들으며 모두들 즐겁게 호기롭게 발걸음을 내딛었다. 얼마 안 가 카슨폭포도 지나고 쉼터도 지났다. 라반라타산장까지 7개의 쉼터를 지나야 된단다. 하나 하나 쉼터를 새며 올라가는 맛도 있겠다.
그런데 산을 오르며 왜 6km밖에 안 되는 거리에 무려 7개나 되는 쉼터가 있는지 실감을 했다. 키나발루는 그저 오르막만 있었다. 끊임없는 오르막이라 다리 근육도 한 곳만 집중해서 쓰니 속도가 잘 붙지 않았다. 가는 비도 내리고 있어 사람들은 비옷을 입었으나 난 방수쟈켓만 입고 갑갑함 대신 쾌적함을 선택했다. 12시 경 5번째 쉼터 라양라양에 도착했다. 준비해 온 점심 도시락을 꺼내 추위 속에서 급하게 먹었다. 그나마 한식 도시락이라 잘 넘어가는 편이었다. 보온병에 가져 온 따뜻한 물로 몸을 데우고 다시 오르막 산행,,,
고도가 높아지니 꽃이 보이기 시작한다. 근데 안면이 있다. 5월 인도 시킴 쫑그리 트레킹에서 본 꽃이다. 그 땐 랄리구라스라고 생각했는데 모양이 다소 다르고 여기선 '론렌롱다(?)'라고 부른단다. 가이더의 설명에 의하면 비슷한 꽃이 많아 이름을 잘 모른다고,,,,현지인의 발음인데 분명치 않다. 고도가 높아 힘들어졌는데 꽃들이 보이고 기온도 다소 낮아지고 아름드리 나무들의 모습도 다양해져 볼거리가 풍부해지면서 눈이 즐거워지기 시작했다. 거기다 처음보는 식충 식물,,,안이 움푹하게 주머니처럼 되어 있어 생물이 들어 가면 나올 수가 없는 구조다. 신기한 마음에 안을 자세히 들여다 보니 작은 개구리 한 마리가 빠져 나오지 못하고 갇혀 있다. 얼마 안 가 비도 거치고 저 멀리 구름바다의 향연. 여태껏 올라 온 모든 피로감이 사라지는 듯 했다. 그냥 바라보는 것 자체로 행복감 최고,,,구름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회원들의 포즈 보는 재미도 쏠쏠,,,
얼마 안 가 라반라타 산장에 도착했다. 방에 들어가기 전 다시 사진 찍기 타임, 함께 또 따로 이것 저것 다양한 설정으로 무려 한 시간여를 신나게 놀았다.
라반라타산장은 내가 가 본 산장 중 최고의 시설이었다. 내가 들어 간 방엔 여덟 개의 개인 침대가 있는 8인실로 위에 네 개, 아래 네 개의 침대가 있었다. 히터도 들어 오고 화장실, 샤워실도 따로 있었다. 침대 시트도 깨끗하고 쾌적했다. 완전 만족한 마음으로 산장에서의 뷔페식 저녁 식사를 마치고 일몰을 구경했다. 한 시간여 일몰의 변화무쌍한 빛의 연출을 오롯이 구경했다. 찬란한 빛줄기를 태우다 어느덧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일몰의 모습에서 내 인생을 생각했다. 나는 지금 저 일몰의 어디쯤에 있을까?
회원들과 간단한 회의를 마치고 내일 아침 2시 산행을 위해 조금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22일 새벽 2시에 기상하고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2시 30분에 산장을 나섰다. 캄캄한 밤하늘엔 별빛이 영롱했다. 바위로 된 곳이라 스틱은 가져 가지 않고 렌턴과 다리 힘에 의지해 산을 올랐다. 바람이 심하게 불고 길도 바위투성이고 고도도 높아 걷기가 상당히 불편했다. 등산로 옆의 난간을 잡거나 밧줄을 잡고 오르고 또 오르기,,,어드덧 사얏사얏 체크포인트에 도착했다. 인식표에 체크를 하고 잠시 쉬고 싶었으나 바람이 너무 불고 마땅히 앉을 만한 곳도 없다. 다행히 회원 몇 분과 나무 사이에 콕 박혀 잠시 숨을 고르고 갈 수 있었다.
이제부터 거대한 바위산이다. 경사가 심해 밧줄을 잡고 오른다. 쉬고 싶은데 바람이 너무 불고 추워서 앉아 쉴 수가 없다. 숨을 고르며 천천히 천천히 그리고 묵묵히 산 위를 오른다. 이제 서서히 주변이 보이고 해가 올라오고 있는데 구름이 많아 일출 장관은 기대하기 힘들다. 햇빛 사이로 바람에 따라 넘나드는 구름의 운무가 경이롭다. 산 굽이를 친구따라 손 잡고 놀러가듯 줄을 서서 넘는 장면이 정말 장관이다. 그냥 구석진 바위에 콕 박혀 구름의 춤사위를 구경한다. 올려다 보는 정상을 그야말로 만원이다.
4095m 키나발루 로우피크의 정상은 감동한 사람들의 집합처로 환희의 소리들로 넘쳐났다. 이런 감동을 사진으로 남기고자 다들 인증샷 찍기에 열중. 우리나라에선 줄을 서서 찍는데 여기엔 그런 것도 없고 일단 조금 기다렸다 밀어 넣기. 개인샷을 시도했으나 실패하고 회원들과 단체 촬영을 마치고 고픈 배를 안고 하산길에 들었다. 근데 오르면서 보지 못했던 키나발루의 장관을 여기에서 모두 볼 수 있었다. 바위의 웅장함, 기묘함, 거대함, 아찔함,,,주변의 바위들과 저 멀리 구름과 햇빛의 조화와 어느 것 하나 그림이 아닌 것이 없었다. 그저 황홀하여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제일 마지막에 남아 이리저리 카메라 셧터를 누르며 키나발루 정상의 마지막을 즐겼다.
다시 사얏사얏에서 체크를 하고 내려서니 어둠 속의 등산로 실체가 드러난다. 끝없는 나무데크의 모습을 바라보며 어둠속에서 느꼈던 크기가 얼마나 컸음을 햇빛 속에서 헛헛한 웃음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전혀 볼 수 없었던 주변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빨간 꽃같은 잎을 단 나무와 안개꽃같은 하얀 꽃을 달고 있는 나무들이 바위들과 어울려 한 폭의 풍경화다. 이름모를 꽃들도 지천에 널렸다. 라반라타 산장까지 내려오는 3km의 길은 그야말로 행복한 길맛이다. 어둠과 추위와 바람을 견뎌냈기에 만날 수 있는 행운인 것이다.
라반라타산장에 도착해서 다시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출발~~
다시 가는 비가 내린다. 내려가는 길이라 숨도 차지 않을 터, 우비를 내어 입고 무릎에 신경쓰며 천천히 하산한다. 올라오던 길을 그대로 내려가는 터라 다소 아쉽다. 말레이시아 정부에서 하산로를 따로 만들어 줬음 한다. 어쨌던 올라왔던 풍경을 내려가며 다시 감상하면서 천천히 여유있게 내려간다. 그러나 계속 내리막이라 무릎이 조금씩 아파온다. 새벽부터 걸은 게 11.5km거리, 사람들도 조금씩 지쳐 갈 때쯤 폭포 소리가 들리고 산행 초입의 계단길이 나타난다. 마지막 계단오르막을 기쁘게 힘겨워하며 키나발루 산행을 마감한다.
인식표는 기념으로 가져 오고 덤으로 등반 인증서를 받았다. 인증서에 사바 말레이시아가 적혀 있다.
완주하지 못한 사람은 흑백 인증서. 14명중 13명이 칼라, 한 분만 흑백 인증서를 받았다. 회원 중 고산증으로 약을 복용한 분도 계시고 잠을 못 주무신 분도 계시는데 다들 수고하신 보람이 있다.
나도 가 보고 싶었던 정상에 올라 행복하고 그리고 산행할 수 있음에 감사했고 지금도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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