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내여행/경남,부산

(등산 241봉) 밀양 옥교산(538.4m), (등산 242봉) 밀양 옥교봉(560.8m)

2018년 11월 25일 일요일, 추운 다음 날 완전 따뜻해진 날

 

500m 능선에서 안개바다에 취함


▶코스 : 구곡마을입구 - 왼쪽 마을끝 - 행복샘 - 구천암 - 옥교봉 - 옥교산 - 전망대바위 - 옥교봉 - 구곡마을뒷쪽 - 구곡마을정자


밀양IC를 나와 외갓집 동네가 있는 안인리 쪽으로 향한다. 안면있는 길, 어릴 적 외갓집 마루에서 듣던 기차소리가 들려 오는 듯 하다. 반가운 마음 가득 안고 조용한 구곡마을로 들어선다. 문외한인 내가 봐도 참 살기좋은 동네인 것 같다. 집집마다 감나무들이 주인의 손길을 잃고 메달려 있고 마을길은 깨끗하고 단정하다. 등산로를 찾느라 마을길을 구석구석 누비는데 입구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일단 너른 공터에 주차를 하고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며 두리번거리고 있으니 마침 지나가던 승용차 한 대가 서며 등산로를 찾느냐며 친절하게 들머리를 알려 주신다. 등산로는 마을에서 한참 왼쪽으로 나와 있다. 아저씨가 알려준 대로 시멘트포장길이 나타나고 그 길은 제법 너른 오르막길이다. 그 많은 시그널이 하나도 없어 오르면서도 긴가민가 하는데 온통 주변을 둘러싼 안개는 분위기를 더한다. 마른 풀잎에 맺힌 서리도 예쁘고 겨우 남은 단풍도 가슴을 설레일 정도다. 이름도 예쁜 행복샘엔 받침돌 위로 물이 고여 있다. 













자욱한 안개속에서 구름속의 산책을 한다. 그러다 어느듯 좁아진 길 앞에 우뚝 선 바위가 나타난다. 등산로는 왼쪽 길이나 바위 쪽으로 발길을 옮긴다. 손글씨로 씌어진 구천암 명패 속으로 부처님 세 분이 보인다. 불교에 문외한인 고로 보이는 건 모두 부처님이다. 왼쪽 부처님은 사명대사같기도 하고,,, 돌로 조각한 건지 세멘트로 붙인건지 우툴두툴한 표면에 갈색을 띈 누런색으로 페인트칠을 해 놓았다. 조잡하지만 누구에겐 간절한 기도터가 되었을 터,,,




구천암을 돌아 나오니 온통 소나무숲이다. 마침 산 뒤쪽에서 해가 비쳐 빛내림이 있는 것 같은데 아무리 잘 담으려고 해 봐도 워낙 경사가 있는 숲이라 소나무의 배열이 어렵고 빛도 나무 사이사이를 비쳐 주지 못하는 것 같다. 뭣보다도 사진에 대한 기초 지식이 없는 터라 포기하고 산 능선을 오르는데 장관이 펼쳐진다.

서서히 안개가 마을 아래서 부터 올라 안개바다를 이룬다. 해가 났으니 얼마 안 가 사라질 것 같은 조바심이 앞선다.







태풍 때문에 넘어진건지 몇 개의 나무가 넘어져 등산로를 막고 있다. 넘어 가고 돌아가고 한참을 씨름하다 다시 만난 능선길엔 소나무가 지천이다. 말라가는 소나무들을 많이 봐서 그런지 그저 이런 숲이 있다는 것만으로 고마운 마음이다. 능선 사이사이 조망권이 확보된 바위위를 오르니 따뜻한 햇볕을 받아 패랭이도 피어 나고 철쭉도 피어있다. 얼마 안 가 날이 추워지면 금방 얼 턴데 계절을 잊은 꽃들의 출현에 괜히 신경이 더 쓰인다. 오늘도 저 높은 곳에 매달린 맨발산악회 시그널이 반갑다. 그러다 생각지도 않게 옥교산 정상이 그야말로 턱~ 나타난다. 조망권도 없고 주변도 정리가 되질 않아 약간 산만하다. 그냥 지나가는 길목에 정상석이 얹혀 있다.






조금씩 오르막이 이어지다 날개같은 바위를 지나고 다시 오르막이 이어지는데 정말 환상같은 바위가 나타난다. 사방이 조망되는 곳, 어디를 둘러 봐도 안개바다다. 12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간에 사라질 것 같은 안타까움을 안고 올라왔는데 안개는 그대로 바다를 이룬다. 저 멀리 산꼭대기는 바위 위의 한 점 섬. 섬들의 파노라마를 이 곳, 500여m의 산봉우리에 보게 될 줄이야,,, 환희를 주체 못하고 동서남북으로 뛰어 다니며 사진을 찍는다. 모산재의 순결바위처럼 갈라진 틈 사이도 들어가 보고 옴팍한 바위 끝 공간에도 앉아 본다. 어디서 둘러봐도 그저 탄성이 쏟아 나는 장관이다.












금정막걸리를 못 사 생탁으로 간단하게 요기를 한다. 아쉽지만 그래도 생탁이라도 있어 다행이다. 이런 장관을 보며 먹는데 생탁이면 어떠랴? 두부에 김치, 조촐한 안주지만 최고의 만찬이고 최상의 순간이다. 막걸리 두 잔을 끝으로 또 다시 사진찍기에 돌입한다. 12시가 넘어가고 햇빛도 세지니 금방 사라질 것 같은 불안함에 여기저기 사진을 찍어 보는데 어쨌던 보기 어려운 장면을 담는 것 같아 가슴도 뿌듯하다. 














서서히 안개가 걷혀가고 있을 때쯤 옥교봉에 도착한다. 옥교산보다 높고 전망도 훤하다. 이 쪽을 정상으로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옥교봉을 지나 내리막 갈림길에서 구곡마을 방향으로 향한다. 군데군데 재선충에 걸린 나무를 잘라 모아둔 초록색 덮개를 지난다. 안타깝다.

가파른 내리막길엔 온통 꿀밤나무잎들이 쌓여 폭신하지만 미끄럽다. 두 세번 엉덩방아를 찧었지만 그것도 재미있다. 낙엽속에 폭 쌓여도 좋을 것 같다. 약간의 대나무숲을 지나니 시야가 훤해지고 감나무 과수원이다. 남은 까치밥의 모양으로 보아 반시감이다. 어느 집 지붕위에 껍질 깐 감들이 곶감으로 변해가고 있을 시간이다. 저수지를 지나고 마을길을 내려 오니 등산길 찾느라 뱅뱅 돌던 정자나무 있는 곳이다. 

한라산에서나 보았던 바다 안개를 만나고 기분좋은 동네를 만나고 살랑살랑 기분좋은 소나무숲도 만나고 그래서 정말 기분좋은 산행이었다. 













밀양 보리밥 집으로 간다. 이제 두 번째 찾은 곳. 3시가 넘어 그런지 손님이 없어 우리만 있다. 보리밥과 장국을 시킨다. 역시 최고의 맛이다. 손님이 뜸한 시간을 내어 장국 반죽을 한다. 옆집 채소 가게 할머니까지 오셔서 새알을 빚는다. 도란도란 세 분의 이야기가 정답다. 배 두드리며 나오는데 백종원이 다녀 갔다는 돼지국밥집에 젊은이들이 줄을 서 있다. 역시 방송의 힘,,,, 기분좋은 산행에 맛있는 보리밥까지 먹고 나니 세상 부러울 게 하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