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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경남,부산

(등산 263봉) 부산 해운대 장산 옥녀봉

2019년 6월 1일 토요일

 

다시 찾은 장산에서 다시 보는 장산


▶ 등산코스: 대천공원 → 옥녀봉 → 중봉 → 성불사 사거리 → 장산 정상 → 반송방면 → 폭포사 → 대천공원


블로그에서 장산 너덜길을 만나곤 마음이 동한다.

어제 금수산을 천천히 걸어서 그런지 피로도 없고 내친 김에 장산으로 향한다.

재작년인가 반여동에서 올랐던 적이 있긴 했지만 바로 갔다 내려온 터라 다소 아쉬움이 남아 이번에는 구석구석 다녀볼 거라 생각하고 여유롭게 나섰다.


폭포사를 검색하니 한참 아래쪽 주차장을 가리킨다.

다시 검색해 보니 대천공원이 있다. 일단 그 쪽으로 차를 몬다.

4차로에서 우회전인데 도로가 약간 이상하다. 비켜 위로 난 우회전길로 향한다. 

부대 시설같은 건지 바리케이트가 처져 있고 CCTV설치되어 있다는 안내판도 있다.

다른 차가 주차되어 있어 그 옆 그늘에 주차하고 바리케이트를 지나 대천공원 방향으로 향한다. 



가볍게 운동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주말이니 가족 단위의 사람들도 많이 보인다.

대강 통밥으로 등산로가 있을 만한 곳을 찾아 가는데 거대한 저수지가 눈앞에 나타난다.

이건 전혀 예상밖이다. 폭포사 절이 있겠거니 생각했는데 정말 잘 가꾸어진 저수지다.

'아, 이러면 곤란한데,,,,해운대 바다에 장산에 이런 저수지까지...'

해운대 주민들이 모든 특혜를 누리고 있는 것 같다. 서울가서 느끼는 것과 비슷한 심정,,,

저수지로 입수되는 계곡물도 만만찮다.

장산에 이렇게 많은 양이 물이 흐르다니,,,,

기쁘면서도 의아하면서도 감사한 일이다.





계곡 가장자리로 난 좁은 길을 따른다.

통밥으로 들어선 길인데 얼마 안 가 등산로 안내판이 보인다.

숲 그늘이 드리워진 좁은 길은 그야말로 힐링 코스다.

간간히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나를 지나쳐 간다. 거의 혼자 오는 산행객이다.

숲 그늘이 좋아 천천히 천천히 숲을 음미하며 호흡에 집중하며 장산에 스며든다.

정말 혼자 걷기 딱 좋은 길이다.






여기도 옥녀봉이 있네.

사량도 지리망산의 옥녀봉 전설을 떠올리며 어떤 연유로 옥녀봉이라 이름지어졌을까 궁금하다.

사량도와 같은 연유라면 남자라는 족속을, 남자를 만든 조물주를 또 한 번 타박해야 할 터,,,

그러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이름의 연유를 접어 둔다.

숲길은 여전히 그늘져 있고 호젓하긴 매한가지다.

편안한 흙길이 다소 경사진 돌길로 이어지더니 한 무리의 바위가 뭉쳐진 봉우리가 나타난다.

옥녀봉이다. 옥녀봉에서 내려다 보는 해운대 바다가쪽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엘시티가 조망된다.

아저씨 한 분이 휴대폰 삼매경에 빠져 계신다.

옥녀봉 봉우리 전체를 담지 못하고 뒤에서 살짝 담고 내려 온다.











장산 정상으로 향하다 중봉을 놓친 듯하다.

지나가는 아저씨께 물으니 놓친 게 맞는데 아무 것도 볼 게 없단다.

그래도 오늘은 여유만만한 날, 다시 돌아 중봉을 오른다.

다소 좁지만 바위가 예쁜 중봉 봉우리엔 너무나 반가운 준희표지판이 소나무에 매여져 있다.

중봉을 돌아 내려가니 만남의 광장에 아이스께끼 아저씨의 목청이 우렁차다.

별로 덥지는 않지만 이 곳까지 매고 온 아저씨의 정성을 보아 1000원하는 딱딱한 아이스바 하나를 산다.

유명메이키도 아니고 맛도 그리 썩 좋은 건 아니지만 산에서 먹는 건 그 자체로 별미.

장산으로 방향을 잡는데 정상 올라가는 데크길이 훤하다.

오늘은 너덜길을 걷고 싶었던 터라 장산을 오르지 않고 반여동 방향으로 향한다.





중봉을 지나칠 무렵 혼자 걷는 여자 분이 아는 체를 한다.

혼자 왔다고, 무섭다고, 같이 다니면 안 되겠냐고, 오늘 모든 코스는 내가 가는 데로 간다고,,,,

충분히 이해가 되는 바이기에 중봉 아래서 같이 걷는다.

일단 나이부터 확인하고 바로 언니 동생으로 호칭 정리한다.

너덜길 걸어서 왔다고 코스는 요렇게 요렇게 간다니,,,무조건 오케이란다.

첫 번째 너덜을 만난다.

100여 미터가 넘을 듯한 너덜 지대다. 너덜 지대 덕분에 해운대 방향 전망이 훤하다.

다소 흐리지만 엘시티, 광안대교, 이기대를 지나 몰운대까지 조망된다.

동생은 나보다 표현이 풍부하다. 돌고래 울음같은 탄성을 지르다 감사하단 인사까지 빼 먹지 않는다.

두 번째 너덜길에선 시야가 조금 더 넓어지더니 세 번째 너덜에선 해운대 달맞이고개까지 보이는 듯 하다.

감탄사 연발하는 동생의 사진을 찍어 주니 작가 수준이라며 또 찬사를 늘어 놓는다.



반여동에서 올라오는 곳까지 갈까 하다 비슷한 풍경이겠거니 싶어 성불사 사거리에서 정상으로 향한다.

길은 갑자기 경사가 심해지고 길도 바윗길이다.

동생의 속도에 맞출까 하다 그냥 내 속도로 걷고 정상에서 만나잔 얘기를 전한다.

기우제를 지냈다는 선바위 장군암을 지나니 장산 정상이다.

기억의 한계,,,정상석이 저게 아니었던 것 같긴 한데 자신은 없다.

몇 몇의 무리가 정상에서 인증샷을 찍는다. 그 사람들이 다 찍고 나가길 기다렸다 동생과 함께 인증샷을 찍는다.

내 기억보다 정상 부근이 좁고 정상석은 크다. 기억의 한계,,,,,

좀 더 맑은 날씨였으면 부산 앞바다가 시원하게 내려 보였겠건만,,,흐린 시야가 다소 아쉽다.






반송 방향으로 향한다.

군부대의 흔적이 적나라하다. 아직 군부대가 주둔하는지는 모르겠는데 구조물은 여전히 그대로다.

잠시 나무 그늘에서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하산한다.

하산길은 흙길이고 넓고 평평해 그야말로 산책길이다.

숲길에서 작은 너덜을 만나고 평원같은 억새밭이다.

작년 겨울의 몸을 그대로 갖고 새로 돋아난 새순을 안고 있다.

장산의 억새밭은 규모가 그리 크지 않지만 도심 주변에 있어 가을엔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질 터,,,

정말 다양한 볼거리를 안고 있는 장산이다.







여기서도 너덜길을 만난다. 시야가 없어 아쉽긴 하지만 너덜길이 장산 전체에 고루 분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너른 너덜길에 천제단이 있지만 오늘은 패스,,,

조만간 다시 찾을 때 올라 보기로 한다.

곧 구남정 표지석이 나타나고 바로 아래집엔 발 디딜 틈이 없이 북적거린다.

옛날 금정산 구석 구석에 있던 오리집, 염소집, 막걸리집의 명맥을 이 집이 잇는 듯 하다.

막걸리하는 친구랑 왔으면 한 잔 하고 가는데....

입맛만 다시고 아쉬움을 뒤로 하고 내려 간다.

임도를 지나고 애국지사 강근호지사길도 지나고 폭포사를 지나면 다시 대천공원

동생과 다음을 기약하며 이별 후 주차된 곳으로 간다.

주변엔 온통 견인지역안내판이,,,,

처음에 봤더라면 주차한다고 우왕좌왕했을텐데 못 보고 간 게 다행이다 싶다.











생각지도 못한 장산의 갖가지 선물에 조만간 한 번 더 찾고 싶다.

혼자 와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산, 볼거리 가득한 산, 걷기 좋은 산,,,,

장산의 매력에 푹 빠진 즐거운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