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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경남,부산

(등산 260봉) 지리산 바래봉

2019년 5월 20일 월요일

 

드디어 만난 조금 늦은 바래봉 철쭉


▶ 등산코스: 용산마을 → 바래봉 → 팔랑치 → 산덕임도 → 용산마을


1박2일로 가 보자던 지리산행이 당일 바래봉으로 바뀐 건 순전히 내 탓

바래봉이 지라산 주능선이 아닌 대피소 없는 코스라는 걸 몰랐던 탓이다.

차 2대로 한 대는 정령치에 두고 한 대는 용산마을에 두고 정령치에서 출발할까 했는데 저녁 약속 있다는 산청 언니의 이야기에 간단 산행하자며 용산마을 원점회귀로 또 계획을 수정한다.


간단 라이딩이라 여유있게 출발, 북창원에서 도영 언니 태우고 용산마을 주차장에 도착했다.

축제가 막 끝난 기간이지만 한 두 집은 남아서 신나는 트롯음악으로 분위기를 돋군다.

모닝 커피도 한 잔 하고 풀빵 3000원 어치도 사서 먹으며 천천히 오르는데 공원 조성이 잘 되어 있다.

지리산인데 굳이 이리 인공적인 공원까지 필요없을 것 같은데,,,,

공원에는 이미 철쭉은 다 져 버리고 5월의 신록이 자리를 메꾼다.







바래봉 가는 길은 잘 닦여진 돌길인데 올해도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걸었을 터,,,

호젓한 산길을 걸을 수 있어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한참을 돌길을 올라 지겨울 때쯤 반가운 흙길이다.

간간히 아직 지지않은 철쭉이 나타난다.

팔랑치 삼거리에서 잠깐 팔랑치 방향으로 들어가 아직 남아있는 철쭉을 보고 다시 돌아 나온다.

새벽까지 온 비로 철쭉 꽃잎엔 물방울이 맺혀 영롱하고 키 큰 전나무 줄기는 물기를 머금어 검게 변했다.















바래봉 주변엔 철쭉나무가 듬성듬성하다.

바래봉의 명성을 찾기 위해 철쭉 이식을 해야되는 걸까? 자연 그대로 둬야 되는걸까?

살짝 아쉬운 감이 있다.

바래봉 정상에 바람이 분다. 어제 내린 비 때문인지 기온도 낮다.

바래봉에 오래 머물지 못하고 바로 하산한다. 팔랑치 쪽의 철쭉이 시선을 끈다.

저녁 약속 있다는 언니가 모임에 안 가도 된단다.

정령치 방향으로 가 보기로 하고 시간에 따라 체력에 따라 중간에 탈출하기로 하고 팔랑치로 향한다.

팔랑치 가는 길에 누운 소나무,,,사람들이 사진을 찍느라 하도 올랐는지 줄기가 반질반질하고 그 앞엔 소나무에 오르지 말라는 안내문까지 붙어 있다.

이젠 나무에 올라 사진찍고 하는 모습은 많이 보이진 않는데, 아직은 멀었나 보다.

철쭉꽃이 허드러진 길가 언덕에 앉아 가져온 간식을 나눈다.

꽃이 있고 바람이 있고 푸른 하늘이 있고 정다운 벗이 있는 여기 지금

최상의 행복을 만낀한다.










가장 많은 철쭉 군락지인 팔랑치에 이른다.

이제 힘을 잃은 많은 철쭉꽃옆에 그래도 싱싱한 몇 나무가 주변을 밝힌다.

철쭉이 한창일 때의 모습이 고스란히 그려진다.

꽃은 한창이나 번잡했을 그 때보다 여유있고 호젓한 지금이 훨씬 낫다.

바람 속에 향이 묻어난다. 익숙한 듯한 향기 속에 아련한 그리움이 묻어 온다. 바람 불어 좋은 날이다.

지도엔 분명히 팔랑치에서 용산마을로 내려가는 길이 있었는데 지나쳤는지 보이질 않는다.

급할 것도 없어 다시 걸어가는 길, 철쭉이 키를 넘고 그 사이에 길이 났다.

좁은 철쭉길 바닥엔 떨어진 철쭉이 꽃길을 만든다.

보지 않았으면 모르지만 이미 발밑의 꽃을 본 후라 차마 밟지 못하고 이리저리 피해서 가는데 떨어진 그 꽃이 이리 이쁠 수가,,,,

떠나는 뒷모습이 아름다운 낙화, 그 낙화를 팔랑치 철쭉에서 본다.












산덕임도로 내려가는 갈림길에서 정령치에서 내려오는 광주산악회 분을 만난다.

네 시간 정도 걸어 왔는데 길이 미끄러워 혼났단다.

산덕마을에서 올라오는 분들도 만났는데 길이 괜찮단다.

정령치를 포기하고 산덕임도로 내려 선다.

좁고 질척한 내리막길을 조금 내려오니 바로 임도다.

포장되지 않은 기분좋은 흙길, 키 큰 나무가 온통 그늘을 만들어 걷기엔 최상의 길이다.

산청 언니는 쑥이 눈에 밟혀 걷지를 못하겠단다.

결국 임도 가장자리에 핀 지리산 쑥의 대가리 부분만 똑똑 딴다.

공기좋은 이 곳의 쑥으로 만든 쑥떡을 먹을 생각보다 그저 쑥 따는 재미에 흠뻑 빠졌다.

금방 배낭 한 가득 쑥으로 채워진다.

햇볕에 나무들이 다 말랐는지 바람이 부니 누런 송화가루가 먼지를 일으키며 날린다.

어제 비 덕택에 송화가루가 이제야 날리는 것이니 그나마 다행인 셈이다.

산덕마을과 용산마을 삼거리에서 용산마을로 접어 드는 길, 포장길에 햇빛이 드는 길이다.

논밭으로 난 지름길을 찾는다. 산딸기밭, 모내기를 마친 논을 지나 운봉지소에 당도하니 주차한 용산마을이다.

편안하게 걸었는데 7시간이 훌쩍 지났다.

살방살방 여유있게 걸어서 시간은 많이 걸렸지만 편안한 꽃길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낸 바래봉 철쭉산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