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15일 토요일
킬리만자로 출정식, 시원한 계곡 산행
▶ 등산코스: 용추사일주문 → 도수골 → 기백산 → 누룩덤 → 시흥골 → 시흥폭포 → 사평마을 → 용추폭포
→ 용추사일주문 원점회귀
아프리카여행, 특히 킬리만자로 등반을 앞두고 걱정반 기대반의 마음으로 지낸다.
이것 저것 준비할 것도 많아 마음이 분주해져 등산도 뜸해지고 라이딩도 뜸해진다.
그래도 출정식은 해야 된다는 친구와 물좋은 기백산을 향한다.
몇 년 전 금원산을 다녀 왔고, 작년에 황석산, 거망산을 다녀 왔으니 벌써 세 번째다.
꾼들은 한 번에 돌았을 코스를 세 번째 돌고 있는 셈이다.
산행은 용추사일주문에서 시작한다. 왼쪽으로 용추계곡의 물소리가 요란했지만 내려올 때 발이라도 담글 요량으로 오른쪽으로 난 도수골로 시작한다.
6월의 신록은 등산로를 빽빽이 감싸 안아 시원한 그늘을 드리운다.
계곡을 따라 걷는 길이라 경사도 없고 편한 흙길이다.
초입에선 계곡의 물소리가 들리지 않고 그저 바람소리, 비릿한 밤꽃 내음이 주변을 맴돈다.
길은 조금씩 돌길로 바뀌지만 걷기엔 나쁘지 않다. 여전히 경사는 없다. 내내 상큼한 바람부는 그늘길이다.
도수골은 수량이 그리 많지 않고 그늘에 있어 돌에 이끼가 많다.
바람소리에 물 흐르는 소리까지 더해 지고 길맛까지 좋으니 그야말로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능선에 이르니 바람이 더욱 시원하다.
그런데 방향이 이상하다. 왼쪽으로 가야될 것 같은데 왼쪽엔 길이 없고 오른쪽으로만 길이 나 있다.
의문 부호가 계속 머리속에 뱅뱅 돌지만 바람은 더욱 시원해지고 그래도 여전히 길맛은 좋다.
새롭게 능선을 다시 만난다. 이제서야 방향이 왼쪽으로 접어 든다.
시야도 밝아지며 주변 능선이 보이기 시작한다. 곧 전망대가 나타나고 황장산, 거망산, 금원산, 기백산 누룩덤까지 능선들의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정상부의 능선은 키 작은 나무들로 인해 주변을 조망하며 걷는다.
바람에 날리는 가지 위에 하얀 꽃이 눈길을 끈다. 산목련이다. 산 위에서 본 건 처음인 것 같다.
왼쪽으로 보이는 2개의 누룩덤도 눈길을 끈다. 얼른 달려가 오르고 싶어진다.
금방 기백산 정상에 도착한다.
돌탑위의 작은 정상석, 거창한 거창의 산 안내석, 기백산 정상석까지 정상이 다소 어지럽다.
쉴 곳도 마땅찮아 인증샷만 남기고 누룩덤으로 향한다.
한걸음에 누룩덤 입구에 도착한다.
둥글둥글 모나지 않은 돌을 지나니 서로를 의지한 너른 돌들이 켜켜이 쌓여 있다.
꼭대기인 듯 여기고 올라가니 너른 마당같은 바위 뒤에 다시 누룩덤이 쌓여 있는데 한켠으로 오래된 소나무가 뿌리를 드러내고 쓰러져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누룩덤 오른쪽으론 현성산이 내려다 보이고 뒤쪽으론 금원산까지의 능선길이 곡선으로 달음질친다.
너른 전망 바위에 앉아 늦은 점심을 먹는다.
이 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최고의 장소, 최고의 만찬이다.
누룩덤을 돌아 다시 능선길, 얼마 지나지 않아 두 번째 누룩덤.
똑같은 풍경일 것 같아 그냥 지나친다.
시원한 전망을 보며 걷는 길이라 시야도 좋고 오늘따라 가을같은 느낌이라 쾌적하기 이를 데 없다.
다음엔 현성산,,,,
내려다 보이는 바위를 품은 현성산이 눈과 마음을 끈다.
아프리카 다녀온 보고회는 현성산에서,,,,
다시 기분좋은 흙길 능선, 다소 가파르지만 그리 험하지 않은 시흥골 하산길
시흥골 계곡물 소리와 함께 걸으며 너른 바위를 흘러 내리는 시흥폭포도 지난다.
고로쇠물을 채취하기 위한 검은 줄들이 어지럽다.
얼마나 건강에 좋은지 모르겠지만 저렇게까지 해서 상업적으로 판매를 해야 되는지 이해가 안 되는 나로서는 안타까운 마음이다.
사평마을은 여전히 조용하다. 그래도 오늘은 옻닭 냄새 풍기는 가게가 문을 열었고 아이스크림도 판다.
맞은편 거망산에서 내려오는 태장골길도 반갑다.
아이스크림 하나씩 먹고 포장된 길을 따른다.
길 아래 용추계곡엔 등산객들이 발을 담그고 있다.
우리도 적당한 곳에 들러 시원한 물에 발을 담그고 피로를 푼다. 등산이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기분이다.
철제다리를 건너 용추사 길로 접어드는데 높은 담벽따라 난 오솔길이 너무 예쁘다.
잠깐 용추사에 들러 킬리만자로 정상에 오를 수 있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원한다.
용추폭포 앞에는 제법 많은 사람들이 쉬고 있고 곧 일주문이 나타난다.
길이 좋아 그런지 별로 걸은 것 같지도 않은데 여섯 시간이나 지나있다.
시간을 잊을 만큼 행복했던 길맛, 가을에 다시 찾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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