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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서울,경기,인천

(등산 274봉) 서울 북한산 문수봉

2019년 10월 23일 수요일


북한산종주 2. 사모바위에서 승가봉, 문수봉, 보국문까지 황홀한 걷기





▶ 등산코스 : 구기탐방지원센터 - 구기계곡 - 승가사 - 사모바위 - 승가봉 - 문수봉 - 대남문 - 대성문 - 보국문 - 정릉탐방지원센터


전 날 내려왔던 구기계곡으로 다시 오른다.

얕으막한 물웅덩이엔 손가락 크기만한 물고기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승가사를 지나자 누렇게 물든 단풍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단풍이 한 그루, 두 그루 나타나기 시작하자 서서히 가슴이 뛰며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어제는 이야기하며 걷느라 미처 보지 못한 것 같다.

길은 가파르지 않아 기분좋게 금방 사모바위까지 오른다.



사모바위 부근에서 조망되는 사방의 능선 풍경이 압권이다.

지나가는 낯선 이들이 모두 친구가 된다.

멋진 풍경과 열린 친구와 단풍과 바람,,,북한산의 모든 것에 행복해지는 시간이다.






승가봉으로 향한다.

높이를 달리하니 보이는 풍경이 조금씩 달라지지만 유독 물든 나뭇잎들이 눈에 들어오는 건, 제대로 시간을 잘 맞춘 셈이다.

이런 풍경을 기대하지 않았기에 그 감동은 훨씬 배가된다.






멀리 보이는 바위의 이름을 다 안다는 게 기쁘고 신기하다.

그리고 그 오름의 느낌을 알기에 기쁨은 더욱 진해진다.

향로봉, 비봉, 사모바위를 바라보며 새로운 승가봉을 향해 오르는 발길이 그저 가볍다.





본격적으로 단풍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새로운 단풍마다 사진을 찍겠다 생각하니 카메라 찍는 손이 너무 분주하다.

통천문을 지날 땐 유쾌한 아저씨께서 블루투스를 이용해  온갖 포즈로 사진을 찍으며 멋진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아저씨의 기부로 사진 하나를 얻고 통천문 위에서 잠깐 경치에 취한다.









갈림길에 섰다. 문수봉 쉬움, 어려움?

길을 모르니 판단이 서질 않는다. 괜히 어려운 길 갔다 낭패당하면 민폐가 될 것 같아 쉬운 길로 들어 선다.

근데 그 갈림길에서 아저씨 두 분과 아주머니 한 분이 똑같은 이야기를 하고 계신다.

가는 길을 멈춰 서서 그 분들을 보고 있으니 아는 체를 한다.

어려운 코스에 난간이 되어 있단다. 그럼 go~~ 그 분들도 어려운 코스로,,,

가파르지만 쇠난간이 되어 있어 오르는덴 무리가 없다.

간간히 경치도 감상하며 단풍도 감상하며 신나게 오른다.

바위 끝에 앉아 잠깐 쉬고 있는데 굳이 쇠난간이 없는 바위를 맨손으로 타고 오르는 아저씨가 있다.

아는 체를 하니 용아장성 네 번 다녀온 것부터 이야기가 끝이 없다. 나에겐 거의 산신 수준이다.








또 새롭게 만나는 재미있는 바위군이다.

살짝 바위를 깎아 오를 수 있게 만든 바위, 줄이 죽죽 그어진 횃불 바위, 그 아래 커다란 받침 바위, 그 사이 푸른 소나무,,

바위 위에 올라 사진 한 장 찍고 싶은데 한 무리의 등산패들이 내려 올 생각을 않는다.

의도적으로 시선을 고정한 채 눈까지 마주치며 보고 있는데도 내려 올 생각을 않는 건, 모르는 건지, 일부러 그러는 건지,,,

포기하고 삐죽한 옆 바위에서 아쉬운 사진 한 장을 찍고 다시 걷는다.





나무잎은 점점 짙어지고 마음은 조금 더 흥분되니 발걸음은 더 가볍다.

하얀 바위의 속살이 붉고 노란 옷을 입으니 그 아름다운 조화가 더욱 눈부시다.

5월에 갔던 중국의 바위산이 떠오른다. 잔도 아니면 끝없는 계단길에 눈은 잠시 호강이었지만 그 풍경에 살짝 실망했었는데

우리 산은 그 은밀한 속을 직접 걸으며 접촉할 수 있으니 그 기쁨은 우리 산이 훨씬 더하다.

위험해 보이는 바위를 굳이 오르는 사람들의 심정은 극히 이해가 되나 책임은 본인 몫

보는 사람에 따라 주위의 말들도 달라진다.







돌아 봐도 옆으로 봐도 어디를 봐도 아름다운 풍경이다.

문수봉까지 올라오는 길은 나같이 바위산 좋아하는 초보 산행꾼이 걷기에 너무 좋은 길이다.

이런 멋진 암릉길에 가을 단풍까지 곁들였으니 이런 호사가 어디 있을까?

하산 지점을 정하지 않았으니 놀 만큼 놀다 가면 될 터,,,문수봉에 앉아 한껏 여유를 부려 본다.







문수봉부터는 산성과 함께 한다.

절정의 단풍이 산성길을 따라 동행한다.

왁자지껄 등산객들은 다른 코스로 갔는지 이 아름다운 길을 오롯이 혼자 걷는다.

후두둑 바람에 낙엽이라도 떨어지면 오늘은 괜히 분위기 찾는 가을여인이 된다.

대남문은 공사중이고 그 옆으로 길을 내어 그대로 길은 이어진다.





대남문에서 다시 산성을 따라 오르막 계단을 오르는데 드디어 백운대가 가까이 보이기 시작한다.

오늘 저기까지 갈 수 있을까 가늠해보다 천천히 걸으며 주변에 취해 보기로 한다.

바위산을 걷고 싶을 땐 북한산을 걸으리라 생각했는데 이제는 단풍이 그리울 땐 북한산을 찾아야겠단 생각이 든다.

생각지도 않은 황홀한 선물, 단풍나무가 내내 곁을 지킨다.

길은 산성에 붙어 있거나 잠시 옆을 비끼기도 하지만 거의 산성과 함께 한다.

선홍의 단풍과 하얀 산성의 선명한 대비에 취하며 대성문에 도착한다.
















대성문 앞 단풍은 그야말로 숲을 이루었다.

무심한 듯 이야기에 빠져 있는 벤취의 여인도 단풍숲과 한 그림이 된다.

비슷한 듯 다른 산성길을 또 걷는다.

오롯이 혼자라서 더 즐거운 길이다.

알 듯 모를 듯 다가왔다 사라지는 바위들에 시선을 뺏기고 마음이 뺏길 때쯤 보국문이 나타난다.














누각이 없는 단정한 보국문 사이로 난 길로 하산한다.

길은 단정하고 가파르지 않고 정갈하다.

아직 푸른 빛을 안고 있어 싱그런 세상이다.

금방 청사초롱이 반기는 정릉탐방지원센터를 만난다.

오늘은 문수봉까지의 바윗길과 보국문까지의 단풍속에서 더할 나위없이 즐거운 북한산 산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