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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서울,경기,인천

(등산 187봉) 서울 관악산

2017년 3월 4일 토요일


새로운 제2의 시간, 시작





♥ 코스 : 서울대입구역~청룡산~서울대신공학관~자운능선~정상~과천향교

 
명퇴 후 첫 시작을 관악산에서 하고 싶었다. 백운산, 도봉산은 다녀 왔으니 그 다음 산은 관악산으로 인식해 온 탓이다.
관악산을 검색하며 바위코스를 찾으니 서울대신공학관에서 출발하게 되어 있다.
서울대입구역에서 내리니 버스승강장에 엄청난 등산객들이 서 있다. 궁금해서 물어 보려다 산악회 사람들이겠거니 여기며 서울대를 향했다.
근데 서울대가 안 보인다. 버스역을 2개나 지난 뒤에야 그 사람들의 행선지를 알게 되었다. 어쨌던 돌이킬 수도 없단 생각으로 인내심을 발휘하며 걷고 있는데 청룡산 팻말이 보인다.



옳거니, 관악산과 연결되겠구나 여기며 오르는데 정상 비슷한 곳에 가도 관악산 표지판은 없다. 등산하는 아주머니께 물으니 내려 가야 서울대를 갈 수 있단다. 결국 청룡산을 끝까지 걸으니 서울대교문이 보인다. 멀리 한 떼의 등산객들이 몰려가는 게 보인다. 따라 갈까 몇 발짝 내딛다 본래 계획한 대로 서울대를 향한다.



서울대안에서 부부 한 쌍이 등산복 차림으로 걸어가고 있다. 저 사람을 따라 가자. 근데 길이 끝이 없다. 약간의 오르막을 계속해서 걷고 있는데 5502번 버스가 등산객을 태우고 지나간다. '저걸 탔어야 돼!'를 되뇌며 드디어 신공학관앞, 관악산등산로와 만난다. 무려 1시간 30분을 걸어 왔다. 벌써 다리도 묵직하다. 배낭, 스틱, 장갑을 정리하고 본격 산행 시작!



얼마 지나지 않아 계곡길과 능선길의 갈림길~~
사람이 얼마 가지 않은 능선길로 향한다. 고도가 상당히 높고 아기자기 바위들이 많다. 계속 오르막을 올라 그런지 종아리에 쥐가 날려는 신호를 보낸다. 잠깐 쉬기로 한다. 물을 들이키고 간식을 먹는다. 바위 위에 걸터앉아 편안함이 주는 만족스러움에 행복감이 더한다. 다시 일어나 걷지만 얼마 안 가 배가 고프다. 마침 혼자 앉기 딱 좋은 바위 발견.
컵라면에 물을 붓고 쏘세지 하나를 먹는다. 컵라면은 짜다. 물을 반쯤 버리고 다시 물을 부어 간을 맞춘다. 약간 덜 풀렸지만 먹을 만하다. 국물 하나 안 남기고 다 먹었다. 그리고 커피 한 잔~~"혼자 산행의 재미가 이런 거구나' 가슴 저 밑에서 새삼 뜨거움이 올라 온다. 두렵고 떨며 걱정했던 것들이 말끔히 사라졌다.



즐거운 마음으로 다시 걷기. 토끼 바위, 거북이 바위도 만나고~~~국기가 흔들리는 봉우리가 보인다.. 도전! 그러나 마지막 바위에서 포기. 정상에 있는 아저씨가 끌어주기까지 했지만 숏다리에 잡을 것도 마땅찮은 직벽바위~~~아저씨 사진만 멋지게 찍어 주고 되돌아서 내려오기.반대쪽도 만난치 않아 깨끗하게 포기. 국기봉은 한겨울 북한산 백운대의 국기와 오버랩되어 잠깐 추억에 젖는다.
겨울 등산 장비도 없이 올라 위험천만한 얼음 바위를 올랐으니 그 땐 참 무지몽매했다.





다시 오르기. 바위의 경사가 조금 더 높아지고 음지엔 눈이 있어 미끄럽기까지 하다. 다행히 밧줄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위험구간을 오르고 얼마 안 가 정상 구간. 쇠난간이 관악산 산마루의 마지막 구간을 지킨다. 정상엔 50~60명의 사람들로 붐빈다. 인증샷에 줄을 선다. 찍어 주고 부탁하기를 통해 5사람째 그나마 괜찮은 사진을 건진다. 정상석 뒤가 더 높다. 거기가 실제 정상이다. 정상석 세우기가 애매해 바위 가운데쯤 자릴 잡았나 보다. 정상에 앉아 처음으로 무알콜산행을 하는구나 생각들 때쯤 맥주 마시는 총각이 눈에 들어 온다. 정상 맥주~~~ 얼마나 시원할까 부럽다.





짭짜리로 요기를 하고 결국 정상주 한 사발을 사 먹는다. 장수막걸리! 한 사발에 3000원이지만 너무 맛있어 비싸단 생각이 안 든다. 부자로 보이는 남자 두 사람이 올라 오다 허기졌단 말을 해서 남아 있던 쏘세지와 빵을 건넨다. 줄 게 없다며 감사하단 말과 함께 미소를 준단다. 줄 게 있어 나도 행복했다. 이제 하산길, 정비가 너무 잘 되어 있어 그야말로 천국길이다. 조금 내려오니 연주대, 연주암 조망. 정상에선 미처 알지 못해서 들리지 못한 아쉬움. 절경이다. 저런 곳에 절을 짓겠다는 사람을 불신으로 가득찼더 봐야겠지. 자운능선으로 오른 코스 선택도 탁월했다. 사당동 글자를 보고 왔는데 다 내려오니 과천이다. 그래도 아무 상관없다. 지하철이 있으니까. 등산 6시간~~~여유를 부렸지만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았다. 아기자기 자운능선의 묘미, 홀산행 첫 산. 만족스런 출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