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내여행/경북,대구,울산

(등산 300봉) 경북 청도 복호산, (등산 301봉) 지룡산

2020년 9월 13일 일요일

 

  짧지만 강한 울림, 그리고 300봉 완등  

 

 

등산코스 : 운문산생태교육센터 - 교장 0선생의 무덤 - 복호산 - 지룡산 - 내원암삼거리 - 내원암 - 운문산생태교육센터

 

 

쌍두봉 다녀온 뒤 연결되는 능선을 가 보기로 하고 택한 지룡산. 오래 전 중학교 친구들과 북대암으로 올라 내려오는 길을 못 찾아 헤맸던 곳이다.

산행기 참고하지 않고 달랑 카카오맵만 믿고 간다.

운문산생태교육센터앞 공터에 주차하고 다시 도로를 따라 내려가니 차도에서 올라가는 조그만 등산로가 나오는데 시그널이 붙어 있는 옆에 000 교장 묘라는 제법 큰 탑이 서 있다.

좁은 산길이지만 길은 잘 나 있는 편이다.

갑갑한 숲을 벗어나면 전망대가 나오는데 맞은 편 호거대, 방음산이 한 눈에 들어 온다.

복호산의 바위벽도 보이는데 올라와서 보니 출발지점을 잘못 잡은 것 같다. 다시 돌아가서 정상을 밟아야 하고 암릉을 지나지 못하고 다소 밋밋하게 올라오기 때문이다.

 

복호산 정상에서 왔던 능선을 다시 돌아 내려간다. 멀리 억산이 시야를 끈다. 대비지에서 올라가 북릉을 가 볼까?

고개를 돌리면 복호산 암릉이 눈앞이다. 저곳으로 올랐어야 하는데,,,,내내 아쉽다. 근데, 방향이 이상하다. 올라왔던 길을 계속 내려가고 있다. 복호산 지나 갈림길에서 직진을 했어야 하는데....할 수 없이 다시 돌아간다. 갈림길 가기 전 조그만 샛길을 따르니 복호산에서 내려오는 능선과 만난다. 지룡산까지는 평탄한 숲길이다. 몇 년 전 북대암에서 지룡산을 올랐던 기억이 난다. 등산로도 확인하지 않고 바위만 보고 바위 아래 북대암이 있다는 것만 알고 무조건 올라가 정상 찾아, 하산길 찾아 헤맸던 기억이 있다. 어느 코스로 내려갔는지 지금도 기억엔 없다.

 

걷는 내내 시야가 훤하다. 상운산에서 억산까지 이어지는 아스라한 능선. 올 여름 옥남 언니와 쭈욱 걸었던 길이라 멀지만 눈에 선하다. 억산의 바위는 더욱 시야를 끈다. 억산에서 내려다보이던 대비지는 내내 마음을 잡아온 터, 조만간 올라볼 계획이다. 몇 년 전 올랐던 방음산, 호거대도 다시 찾고 싶다.

머리 속은 다음 산행코스를 찾느라 바쁜데 산길에 핀 야생화가 시야를 잡는다. 참 좋은 세상,,,바로 검색이 된다. 이름도 어려운 큰구와꼬리풀, 산기름나물...다시 또 이름을 잊을 확률이 크지만 그래도 높은 산길에 외로이 펴 산꾼의 눈을 즐겁게 해 주니 이름을 불러 주자. 큰구와꼬리풀, 산기름나물.

내원암이 내려다보이는 바위에서 잠시 쉬어 간다. 생명을 다한 하얀 고목의 자태가 아름답다.

 

사리암으로 내려가는 게 내 계획인데 내원암에서 내려가기로 한다. 말은 안 하지만 못내 아쉽고 찝찝하다. 옥남 언니랑 신원삼거리에서 다시 올라야겠단 생각을 해 본다.

내원암 내리막길은 정말 가파르다. 나무를 잡지 않으면 미끄러지기 싶상이다. 스틱으로 지탱하기엔 경사가 너무 심하다. 한참을 나무를 잡고 미끄러져 내려오니 조그만 내원암계곡을 만난다. 계곡은 그리 길지 않은데 돌을 쌓아 정비도 해 놓았다. 계곡을 건너 내원암으로 들어가기 직전 발 아래 손톱만한 빨간 버섯이 시선을 잡는다. 진빨간꽃버섯아재비,,,온통 새빨간 몸에 키도 낮아 한참을 엎드려 들여다 봤다.

 

내원암부터는 평지다. 기분좋은 운문사 솔바람길. 불갑사의 명성에 비할 바가 못되지만 소나무 아래 붉은 꽃무릇이 발길을 즐겁게 한다. 조용필의 노래에 나오는 베고니아도 붉게 피었다.

 

게으름을 부리다 보니 300봉이 그냥 지나간다. 100, 200, 300,,,,그냥 지나가는 숫자의 연속인데 굳이 300이라고 의미를 붙일 필요가 있을까 싶다가도 그래도 200부터의 산행을 되돌아보며 나름 혼자만의 기념을 하고 싶었는데,,,게으름이 준 아쉬움이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400을 향해...300의 마침표와 400으로의 시작을 복호산과 지룡산에서 하게 되었음에 나름 의미를 붙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