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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경북,대구,울산

(등산 96봉) 경북 청도 육화산

2020년 9월 24일 목요일

 

  여섯 개 꽃은 찾을 길이 없고  

 

 

등산코스 : 청도 매전면 내리마을 - 마을 끝 무덤 - 동문사 - 육화산 - 원점회귀

 

지난 번 구만산 산행 후 육화산과 연계하지 못한 이유가 뭔지 검색하다 구만굴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구만굴에서 육화산을 올라 구만폭포로 내려 오려는 계획을 세우고 구만굴을 찾는다.

구만암에서 올라가는 산길에서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었으나 선녀탕까지 올라가 보는데 바위가 있어 접근이 어렵다. 다시 돌아 내려오다 계곡으로 난 길을 따르니 희미하게 산길이 나타난다.

계곡길을 따라 제법 내려가다 산 위로 난 가파른 길을 오르니 구만굴이다.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 있어 신기하다. 어떤 사람인데 이런 곳에서 기거했을까?

굴 안에서 바라보는 구만산이 아름답다.

 

구만굴에서 육화산으로 희미한 산길이 있으나 아주 가파르다.

나는 네 발로 기어갈 의사가 있는데 옥남 언니가 난색을 표한다.

수술한 쪽 무릎이 부담되는 상황. 내려와서 청도에서 오르기로 한다.

 

구만굴에서 내려오니 계곡과 바로 연결되는 길이 환하게 나 있다. 구만암을 지나서 첫 번째로 보였던 계곡으로 난 길이다. 국제신문시그널이 붙었는데 구만굴을 찾을 때는 이 길이 제일 빠르고 쉬운 길이 되겠다.

 

산행코스를 바꾸니 급하게 검색을 한다.

청도 매전면 내리마을에서 오르는 코스가 가장 빠른 것 같다.

네비를 켜고 마을에 도착하니 청도답게 온 마을이 누런 감이다.

마을 끝 무덤이 있는 곳에서 동문사를 경유하는 산행길이다.

어릴 때 똥개라 불리던 예쁜 강아지가 쫄래쫄래 따르고 길가에 떨어진 깨끗한 홍시도 주워 먹고 기분좋게 늦은 산행을 시작한다.

 

동문사 절터를 알리는 비문이 있고 조금 더 올라가면 절이라고 부르기는 애매한 절집이 나온다. 초라하지만 구색은 갖추어져 부처를 모신 본당이 있고 살림집, 위령각까지 갖추었다. 본당은 길에서 왼쪽으로 좀 올라가 있어 바로 계곡위로 난 계단길을 오르는데 조금 지나니 산길은 사라진다.

계곡을 찾아 오르나 계곡도 가팔라 걸을 수가 없어 그 옆을 오르자니 발이 죽죽 미끄러진다. 손으로 잡을 나무도 마땅찮아 여간 낭패가 아니다.

겨우 이곳을 벗어나 길인 듯 아닌 듯한 숲을 헤치며 육화산 정상쪽으로만 향해서 가는데 언니께 미안하다.

 

그러다 툭 잘 닦인 산길을 만나고 그 길을 따라 오르니 육화산갈림길이다. 이렇게 좋은 길이 있었는데, 어디서 틀어진걸까? 

갈림길에서 정상까지는 금방이다. 정상은 나무가 우거져 전망은 없다. 오치령으로 내려 갈려니 시간이 없다. 구만굴 들러서 오느라 시간이 지체되기도 하고 산행로도 확인하고 싶어 동문사로 다시 내려가 보기로 한다.

내려가는 길은 그야말로 룰루랄라. 청도 매전면 들판과 동창천이 훤하다.

깔끔한 소나무길에 영지버섯까지 발견한다. 내 눈에 보일 정도니 얼마나 사람이 오지 않은 코스인지 짐작이 된다.

 

보라색 층꽃나무가 산길을 밝히며 환하게 피어 있다. 너무 맑은 보라색이라 한참을 들여다본다. 알사탕같은 보라색 방울이 터질 듯 싱싱하다.

작은 돌탑이 산길에 있으면 왼쪽으로 동문사다. 굳이 동문사로 가지 않아도 되는데 헤맸던 이유가 궁금해서 그 쪽으로 향한다. 그런데 기차게도 위로 치켜보던 가스통있던 본당 건물앞으로 연결된다. 절에서 조금만 배려해서 길 바닥에 산행로 표시만 해 줬어도,,,,참 안타깝고 약간은 섭섭하고 허무하기까지 하다. 이렇게 산행객이 지나다 보면 절도 알려지고 사람들도 찾게 될텐데,,,에휴~~

 

마을 한 켠 과수원에선 감을 따고 있다. 감나무에 홍시가 주렁주렁 달린 상태라 분명히 홍시가 있을 터, 홍시를 사겠다니 값 매기기가 애매한지 약간 뜸을 들이더니 한 박스에 5000원을 달란다. 미안한 마음에 만원을 드리겠다고 하니 마음껏 먹고 마음껏 골라 담으란다.

홍시는 운반이 안 되니 어차피 상품 가치는 없는 모양이지만 지나가는 길손에겐 그저 고마운 일이다.

아쉬운 육화산 산행을 홍시로 보상받는 기분이다.

오늘도 역시 밀양IC 삼거리에서 다슬기탕으로 맛있는 저녁을 해결하고 아쉬운 육화산은 다시 종주하기로 마음먹으며 언제나 즐거운 오늘의 산행을 마무리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