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내여행/경남,부산

(등산 303봉) 경북 경주 함월산

2020년 11월 2일 월요일

 

  누구의 넋이 단풍으로 물들었을까  

 

 

등산코스 : 기림사주차장 - 기림사 - 모차골삼거리 - 도통골방향 - 폐가 - 왼쪽 골짝에서 왼쪽 오솔길 - 함월산 - 수렛재 - 왕의 길 일부구간 - 불령봉표 - 기림사 - 원점회귀

 

몇 년 전 왕의길에서 조금 이른 단풍만 보았던 게 생각나서 단풍도 볼 겸 궁금한 함월산도 볼 겸, 언니랑 경주로 나선다.

 

월요일이라 그런지 주차장은 텅텅 비어 한산하다. 기림사 들어가는 길은 완연한 가을이다. 사람이 없어 호젓한 가을을 마음껏 즐긴다. 기림사안에는 나름 가을을 상징하는 국화로 장식했으나 뭔가 어수선하고 정신이 없다. 그냥 가만 두는 게 제일 멋진데....

 

기림사 뒤로 가다 모차골삼거리에서 도통골방향으로 향한다. 잘 닦인 길에 커다란 나무들도 가을을 머금었다. 오롯이 둘만 걸어 더 운치있는 길이다. 무덤이 나오고 폐가가 보인다. 계속 진행하면 도통골에서 넘어오는 능선과 만날 것 같은데 언니가 제동을 건다. 할 수 없이 산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한 사람 정도 다닐 수 있는 좁은 길을 따른다. 길은 곧 사라졌다 나타났다를 반복하곤 어느새 사라진다. 대충 방향만 잡고 산등성이를 타고 길을 만들어 가며 오른다. 낙엽이 쌓여 미끄러지기도 하나 구석 구석 환한 단풍이 가파른 오름길에 기운을 돋궈준다. 그러다 거짓말같이 제법 너른 능선을 만난다. 그 때부터 일사천리,,,금방 정상이다.

 

정상은 평범하다. 제법 너른 터에 나무막대비,,,"이건 아니잖아"' 언니와 내가 동시에 외친 말. 지자체마다 산 크기에 비해 부담스러울 정도로 큰 정상석을 해 놓는데 비해 이렇게 무관심하게 둘 수가 있나? 경주국립공원지역일텐데,,,

하여튼 인증을 하곤 바로 하산행. 두고 온 단풍을 만나러 왕의 길로 향한다.

 

육산이고 경사도 그리 심하지 않아 편하게 내려오다 등산길 살짝 비껴 바위군을 만난다. 금정산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바위지만 여기선 돋보이는 모양새다. 바위 뒤로 단순한 갈색의 가을이 내려 앉았다.

 

왕의 길과 만난 건 수렛재다. 과거 수레가 넘어 다녔다는 곳인데 킬리만자로의 하산을 생각하면 어떤 그림일지 상상이 된다. 

여기서부터 왕의길 구간, 단풍지역이다.

한창의 모습은 아니지만 제법 많이 남은 단풍으로 마음은 한껏 들뜬다.

비슷한 모습에도 계속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된다.

 

'불령봉표', 효명세자의 아버지 순조의 아픔이 다가온다. 한없이 기댄 세자의 죽음이 힘없는 임금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갔을까? 아들묘에 해줄 수 있는 게 나무를 베지 못하게 해서 제수를 차렸다니,,,,천상천하 유아독존이란 말이 무색하며 조선의 세도집안, 지금의 삼성, 현재의 검찰이 오버랩된다.

 

그러나 빨갛게 물든 단풍은 모든 생각을 떨쳐내고 환하고 달뜬 마음을 불어 넣는다.

몇 년 전 아쉬웠던 단풍 구경을 이번엔 제대로 즐긴 것 같아 다행이다.

용연폭포는 문무왕의 장례도, 신문왕의 행차도 보았을터,,,그러나 무심하다.

기림사앞 개울엔 청둥오리 무리들이 한가로이 노닌다.

세월은 시간은 또 그렇게 흘러간다. 

 

함월산 정상석이 왜 그렇게 초라한지 조금은 이해가 된다. 왕의 길에 비해 볼 게 너무 없다. 그러나 산행꾼은 왕의길로만 만족하지 않을 터, 분명히 함월산을 오를 터인데.....

경주에 있는 산악회에서나 경주시에서 제대로 된 정상석 하나를 마련해 주면 참 고맙겠단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