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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경남,부산

(등산 104봉) 경남 양산 금오산

2021년 7월 11일 일요일

 

올망졸망 바위타며 낙동강 조망

 

 

 

 

등산코스 : 어영마을회관 - 백림사 - 임도오른쪽 - 금오산 - 매봉 방향 - 임도 아랫쪽 골짜기 - 사유지 - 어영마을회관

 

해마다 갖는 자전거모임 야유회가 7월 셋째 주.

코로나 상황이라 할 지 말 지 결정 내리기도 애매한 상황에서 작년에 하던 집은 장사를 접은 상황.

야외 계곡을 끼고 마땅한 장소가 있나 살필 겸 나선 길.

양산 원동 쪽 농원을 추천받은터라 오전엔 주변 산행, 오후엔 야유회 장소 탐문하기로 하고 2009년 올랐던 금오산을 다른 코스로 가 보기로 한다.

 

어영마을회관에서 금오산, 매봉산을 둘러 원점회귀 하기로 계획을 잡고 어영마을로 향한다.

라이딩으로 자주 가던 길을 지나 어영마을쪽은 처음 가는 길이다.

산도 좋고 물도 좋은 곳이라 전원주택이 많이 들어서고 있다.

금오산을 배경으로 마을 가운데로 원동천이 흘러가는 그야말로 살고 싶은 마을이다. 

마을회관에 주차하고 길로 내려서니 원동천은 시원한 소리를 내며 흘러가고 싱싱한 무궁화가 도로를 환하게 밝힌다.

 

길은 회관앞에서 산으로 난 터라 계곡을 따라 물소리를 들으며 걸으면 된다.

오염하나 없을 것 같은 상큼한 공기와 물소리, 논과밭의 싱그런 작물,,,그늘없는 7월의 햇볕이 다소 거슬렸지만 이 정도는 충분히 견딜 만큼 주위가 평화로웠다. 

 

마을의 끝자락에 백림사가 있다. 

안내판 앞으로 황토집이 있는데 절 모습이 아니라 의아해하며 계속 길을 간다. 

등산로는 보이지 않고 산과 접해 있는 곳에서 새로 집을 짓고 길을 만드는 공사가 한창이다. 

등산로가 없다며 돌아가라는데 등산로를 막고 공사하는 게 아닌가 싶어 꾸역꾸역 끝까지 가서 확인을 해 본다. 

결국 다시 돌아 나와 백림사 주위를 살피니 아까 본 것은 절 아래 집이다.

지붕도 없고 형태도 일반적인 절과 다르다.

얼핏 인도 시킴에서 봤던 티벳의 꼼빠 분위기다.

사람의 흔적은 없고 입구에 보라색 수국이 곱다.

등산로는 백림사옆에서 산으로 이어진다.

백림사 전경

 

여기도 도로 공사중이다. 

옆에 논밭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절 관련 사람도 보이지 않아 어떤 목적인지는 모르겠다.

거기서 조금 올라가니 산행리본이 보이고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절 입구에 등산로 표시 하나만 있었으면 헛걸음은 안 했을텐데 싶은 원망이 있다가 덕분에 동네 구경 제대로 했다 싶다가,,,좋은 게 좋은 것,,,부드러운 숲길 덕분에 금방 원망은 사라지고 숭촌에서 올라오는 임도와 만난다.

 

조금 더 정갈해진 길은 주변의 나무가 소나무가 많기 때문인 것 같다.

조금 더 넓어진 산길 주변에 여름꽃이 한 송이씩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연보라 비비추가 군데군데 자리를 잡고 어린 영지도 손짓을 한다.

기녀린 꽃들과의 눈맞춤이 끝날 때쯤 조금씩 바위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비비추
영지
옥잠화

십 여 년전의 기억속엔 전혀 없는 길이다. 

그저 손쉽게 올라간 기억과 정상에서 두 팔 벌려 사진 찍은 것 외엔 생각나는 게 없어 그저 동네 뒷산처럼 육산으로 평범할 거란 생각만 했는데 영 딴판의 진행이다.

다리에 힘이 쏟고 의욕도 함께 쏟아난다.

큰까치수염

 

능선의 나무는 키가 낮아 바위들은 오롯이 햇빛을 받아 환하게 빛나고 있다.

바위 위로 올라 지나는 길엔 저절로 사방으로 전망이 트인다.

진행 방향의 능선 바위들에 마음이 설레고

안태호에서 올라오는 천태산길, 더 멀리 삼랑진을 지나는 굽이굽이 낙동강에 기쁨의 환호를 보낸다.

 

우회로가 있는 길을 버리고 능선으로 걷는다.

그리 험하지 않은 바위라 지나는 재미가 쏠쏠하다.

바위 끝에 환하게 꽃 피운 바위채송화의 앉음자리가 최고의 전망터다.

바위채송화

 

한 봉우리를 넘고 또 다른 바위 봉우리,

조금 전 보다 조금 더 거칠다. 

그렇다고 위험하진 않다.

더 이상 지나갈 곳이 없는 곳에서 바위 아래로 내려오니 우회로 산길과 만난다. 

 

옛날 천태호 올라가다가 산행했으니 분명히 이 코스를 지났을텐데 어떻게 이렇게 깡그리 망각할 수가 있는지,,,

걸어 온 능선을 바라보며 다시 한 번 고개를 갸웃한다.

정상석만 기억나는 그 정상의 정상석은 반갑게도 그대로다.

아무도 없는 정상에서 혼자 인증샷을 찍고 정상석 뒤 나무 그늘을 찾아 간식을 먹는다.

냉동실에서 가져 온 커피, 식혜, 황도, 물, 쑥떡까지 한 가득이다. 

적당히 녹은 단술과 적당히 녹은 쑥떡을 먹고 있는데 사람 소리가 들린다.

반가운지고,,,, 여자 세 명에 남자 한 명.

아마 동창들인지 서로 말은 놓고 있다.

재빨리 사진 한 장을 부탁하고 그들 단체 사진도 찍어 준다.

그들은 쉬지도 않고 임도에서 반대 방향으로 한참 걸어 헤맸다며 아는 길로 간다고 돌아 간단다.

 

 

 

또 다시 빈 정상에서 조용히 바람과 하늘과 나뭇잎을 벗삼아 혼자만의 시간을 즐긴다.

매봉으로 향하는 하산길, 길은 가파르지만 걷기에 그리 불편하지 않다.

저 멀리 어느 봉우리가 매봉일텐데,,,,아마 바위 있는 저 봉우리. 

어곡 쪽에서 올랐던 것 같은데 가물가물,,,

임도에 다다르니 공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길이다. 

산으로 난 길을 찾아 보니 도로 공사 때문인지 도통 보이질 않는다.

일단 임도를 따라 내려가다 산행 리본을 발견한다. 

 

조금 갈등을 하다 오늘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산을 결정한다.

이 길은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은 길인지 중간중간 길이 사라진다.

겨우 찾아 내려온 곳은 사유지라 출입을 막는 줄이 처져 있다.

돌아갈 길 자체가 없어 할 수 없이 줄을 넘는다. 가시덤불같은 억센 줄은 아니었지만 금지를 넘어서는 터라 약간의 불안이 함께 한다.

새로 산 땅을 정리하는건지 기계들이 놓여 있다. 

세 개의 줄을 넘어서니 이젠 정상적인 길. 스르르 놓이는 마음을 환영해 주듯이 흰 백합인지 나리꽃인지 밭둑에 피었다.

 

도로를 따라 이제 갓 핀 배롱나무의 흔들림을 만나고

원동천에 놀러 온 물놀이 하는 아이들의 소리를 만나고

올라갈 때 보았던 무궁화도 만나고

커다란 나무 밑에서 잘 쉬고 있는 차를 만나고 만족스런 산행을 마무리한다.

 

이제 숙제하러 출발한다.

추천받아 간 집은 계곡이랑 너무 멀고 집도 오래되고 허름해서 패스.

어영마을쪽으로 난 깨끗한 농원. 평상 하나에 6만원, 음식 시켜도 평상값은 그대로,,,장소가 탐났지만 평상값 비싸 패스.

혹시나 싶어 작년에 하던 밀양 얼음골 아래 집. 팔렸다더니 공사중이라 완전 패스.

인터넷 검색해서 간 집은 그야말로 인산인해. 코로나가 무색하고 평상 크기에 따라 10만원까지,,,여기도 역시 패스.

막막한 차에 실혜산 등산할 때 들렀던 정승골 집 생각나서 찾아 가니 할머니, 할아버지는 조금 더 늙으셨지만 장사는 그대로 하고 있고 장소도 넓어 뚝뚝 떨어져 앉으면 되겠다 싶어 예약 완료.

일찍 하산하지 않았으면 숙제 해결 못 했을 듯,,,

회장님께 보고하고 고문님께 보고하고 공지까지 올리고 날짜만 기다렸으나 코로나 상황은 더 나빠져 결국 취소. 

열심히 노력했으나 올해는 이렇게 넘어가고 있다. 

시월되면 새로운 지침이 나올거니 그 때까지 현명하게 슬기롭게 나름 즐겁게 시간 보내기.

 

금오산은 산행의 재미와 자전거모임 숙제로 추억될 산.

 

< 금오산 산행지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