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평가
삶의 구비구비마다 피를 팔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허삼관의 이야기를
그러나 너무 슬프지 않게, 해학적으로 풀어낸 소설이다.
삶을 주어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인간적인 애정까지 담담하게 풀어 내었다.
최하층의 삶을 살면서도 그래도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기본적인 양심과 인간적인 정은 지키고 있다.
오십칠일을 굶고 자식들 국수를 사 먹이기 위해, 이락이 생산부장의 저녁 접대를 위해 기꺼이 피를 팔 때는 그나마 피라도 팔 수 있는 상황이 다행이라 여겼지만, 일락이의 간염 치료를 위해 며칠 걸러 목숨을 건 매혈을 할 때는 허삼관의 인생관이 숭고하기까지 하다.
그리고 피 한 방울 더 팔기 위해 여덟 사발 물을 들이키고 물을 잘 들이키기 위해 소금을 집어 먹는 그런 상황은 내 뱃속까지 더부룩해 속이 매스껍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읽는 독자를 위한 작가의 고마운 배려라도 없었으면 내내 가슴 한 켠을 시린 채로 놓아 두었어야 했을 것이다.
목숨을 건 매혈로 일락이가 살아나고, 세 아들 다 장성해 자기 인생을 스스로 살아낼 수 있도록 한 노년의 허삼관 삶이 풍요로워 그나마 마음편히 책을 놓을 수 있다.
허삼관처럼 피를 팔고 먹고싶을 만한 돼지간볶음, 황주 두 잔에 견줄 만한 절박함이 나에게 있는가? 없다면 그리 가슴시린 삶은 아닌 살아낼 수 있는 삶임을 위로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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