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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키르키스스탄

<키르기스스탄여행> 3900m 아라콜을 넘다

2017년 7월 9일부터 17일 8박9일 키르기스스탄 천산산맥 알틴아라샨 트레킹(혜초여행사)


이제 출발이다. 3200m인 캠프지에서 700m를 올라 3900m 정상에서 점심을 먹고 반대로 내려가는 구간.

아라콜패스를 넘으면 너덜지대인데다 어제 내린 비로 미끄럽다고도 했다. 결국 수남언니는 신발 때문에 포기하기로 했다.

등산 채비를 하고 모두 빙 둘러서서 몸을 풀고 출발~

저기 보이는 하얀 눈이 덮힌 곳, 기운차게 발걸음을 내딛는다.



3000m가 넘는 이 지역에 소떼가 나타났다. 저 아래가 계속 초원이었는데 이 높은 데까지 올라온 이유를 모르겠지만 소몰이들의 활약은 대단하다. 경사가 진 이 길을 신나게 말을 몰고 다닌다. 소도 사람도 행복해 보인다.


초원이 끝나자 바로 잔설 구간이다. 보기엔 부드러운데 오래되어 굳어 딱딱하다. 일행들은 마치 눈을 처음보는 것처럼 정신없이 사진을 담았다. 나도 현지 요리사와 기념으로 사진 한 장을 남겼다.



이제부터는 자갈길이다. 산 전체가 자갈밭으로 아라콜 정상까지 이어져 있다. 발을 디디면 살짝 밀려 내려 가기도 하고, 발이 빠지기도 하지만 별 무리는 없다. 일행 중 초원이 채 끝나지도 않은 곳에서 두 분이 하산하시고 100여m를 앞두고 광주 갑장 약사가 포기하고 내려갔다.


드디어 정상, 눈에 먼저 들어온 건 에머랄드빛 호수였다. 하늘색과 또 다른 비취색 물빛,,,,, 고개를 들면 하얀 눈, 빙하가 덮은 설산,,,,인도 시킴에서는 캉첸중가가 멀리 보여 실감이 덜했지만 여긴 설산이 바로 앞이라 더욱 감동적이다.

멋진 인증샷 하나 남기려고 이리 저리 다니며 사진을 찍어 본다. 200봉 기념 동영상도 찍어 본다. 그저 감탄, 감탄,,, 3900m인데도 야생화가 피었다. 찬란한 생명의 위대함이여!



여행객 세 사람과 인솔자, 산악가이더, 쿡까지 세 사람의 도우미들이 함께 아라콜을 넘고 나머지 일행들은 온 길을 다시 돌아갔다. 도우미라고 표현한 건 혹 문제가 발생했을 시 업고 가기 위한 도우미 역할을 겸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라콜 정상을 내려 오며 적당한 자리에서 점심으로 가져 온 키르산 빵을 먹는다. 아라콜호수와 설산을 조망하며 먹는 점심이다. 빵은 단맛이 강한데 여태껏 먹은 담백한 빵과는 확실히 차이가 있다. 거기다 복숭아향을 첨가한 음료수까지 먹으니 에너지가 100% 충전되는 것 같다. 어쨌던 장소가 장소인 때문인지 입에서 살살 녹고 마냥 행복감에 젖었다.



시간이 여유롭지 않아 곧 다시 걷는다. 조금 내려오니 돌밭 사이로 키 낮은 야생화가 지천이다. 자줏빛 꽃봉오리가 너무 싱그럽다. 길은 중턱에서 서서히 아래로 내려 오다 호수가 끝나는 곳에서 겨우 손에 물을 담글 수 있었다. 얼음처럼 찬 물,,,, 포항사장님이 빙하수를 담아 와 같이 먹어 본다. 청정 빙하수,,,세상 어떤 물맛이 이것보다 좋을까?

이 물은 빙하에서 끊임없이 제공되어 폭포를 이루며 계곡을 따라 흘러간다. 주변에는 낮게 야생화가 피었다. 청정 야생화,,,,


계곡을 따라 하산하는 길은 끊임없는 돌길이었지만 물소리와 야생화와 주변 풍경들로 힘든 줄 몰랐다. 2시간 여 내려가 얼음같은 빙하수에 발을 담가 본다. 여태껏 피로가 말끔히 풀린다. 아, 정말 내려가기 싫다.


길이 끝날 즈음, 야생화 천국이다. 외국트레커들의 모습들이 많이 보이고 이들을 상대로 한 이동식 가게들도 보인다. 명랑한 스위스아가씨,,,대단하다. 이들은 거의 침낭, 텐트를 들고 다닌다. 대단하다. 존경스럽다.




트레커들의 쉼터 바위에 아라콜등산지도가 그려져 있다. 등산은 이쪽이 고도가 높아 여기로 올랐다 알틴아라샨으로 내려오는 게 맞을 것 같다. 아라콜 호숫가의 빨간 텐트가 아직 눈에 선하다. 이들도 그런 사람중의 한 사람이 되겠지?


내려오는 데만 5시간이 넘게 걸린 것 같다. 푸르고 넓은 초원으로 내려섰다. 계곡을 흐르던 물들은 이제 강을 이룬다. S자의 부드러운 곡선을 그려내고 조용히 흐른다. 원래는 여기에 어제 탔던 그 소련제트럭이 왔어야 되나 많은 비로 도로가 유실되어 다시 2시간을 걸어야 했다. 그러나 감사했다. 차를 타고 갔더라면 이런 풍경을 오롯이 담을 수 있었을까?

나를 제외하곤 거의 날다람쥐 수준이다. 처질 수가 없어 팔을 열심히 흔들어 다리를 보낸다. 그러다 어느 순간, 다리가 저절로 움직여 지고 있음을 느낀다. 발걸음이 가벼워지고 전혀 힘들지 않다. 신기한 경험을 한다. 그러다 길에도 물이 들어 걸을 수가 없다. 산악가이더가 산을 타고 길을 만든다. 거의 직벽이다. 스틱을 접어 짚고 갔지만 여간 힘들지 않다. 일행이 모두 넘어 왔더라면 문제가 심각했겠다.


2시간이 지난 후 트럭이 나타났고 숙소로 향했다. 일행들은 이미 깨끗이 씻고 개선용사(?)들을 반갑게 맞아 주었다. 으쓱하게 뻐기고 싶은 마음을 살짝 누르고 즐거운 저녁 시간을 준비한다.

아~~~ 11시간여 트레킹 시간 내내 감탄하고 행복하고 감사했다.

저녁엔 호텔에서 맛사지로 사우나로 고생한 내 몸에 보상을 해 주었다. 아,,아라콜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