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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경남,부산

200봉 정상달성 배냇골 축하 파티

2017년 여름 나들이에 친구들이 200봉 정상달성 축하 파티를 열어줬다.

펜션에 우리밖에 없었던 터라 식당벽 한가운데 현수막을 걸고 케익에 샴페인까지 곁들여진 화려한 파티를 벌였다.

아, 거기다 기념패까지..

'1981년  7월 덕유산 정상 달성을 시작으로 2017년 7월 15일 키르기스스탄의 아라콜패스 정상 달성까지 국내외 200봉 정상을 거쳐온 그대를 자랑스럽게 기립니다. 앞으로도 가장 높이 올라설수록 가장 외로운 바람과 만날 것이며 올라온 곳에서는 반드시 내려와야 하는 겸손을 배워 나갈길 바라며,,,2017년 8월 14일 사미호 친구들'

 

한 자 한 자 기념패에 넣을 문구를 떠올렸을 고민과 사진 배치의 고심과 샴페인과 케익을 고르는 고민까지 당일 사진찍고 나보다 더 크게 웃으며 기뻐해 준 마음까지 모두 가슴 뭉클하게 고맙다.

 

사실 200봉을 백두산에서 하고 싶었다. 그러나 여건이 여의치 않았고 국내에서 하고자 했던 계획도 어그러져 그냥 자연스럽게 하겠다고 마음먹었는데 키르기스스탄의 아라콜이 자연스럽게 200봉째가 되었다.

낯선 이들과의 여행이었지만 좋은 사람들과 함께 간 곳이었고 3900m라는 높이가 주는 자부심도 있었고 무엇보다 너무 아름다운 풍광으로 가슴 진한 산행이었기에 더 의미가 있었다.

 

다시 시작되는 201봉, 이제 그 수가 점점 느리게 진행되겠지만 쉬지 않고 묵묵히 걸어갈 뿐이다.

나이를 먹으며 내가 산을 좋아하는 취미를 가진 걸 참 감사하게 생각하고 아직 든든한 다리로 걸을 수 있음에 감사하고, 함께 할 친구들이 있음에 감사한다.

 

 

 

 

 

사실 산과의 인연은 소먹일 때 부터가 시작이다.

5학년부터 중학교에 가는 오빠를 대신해 뒷산으로 소를 먹이러 다닐 때 부터니 40년도 훌쩍 넘었다.

여름, 해도 뜨지 않은 어둑어둑한 시간, 떠지지 않은 눈을 비비며 나서던 소먹이길

그러나 산에서의 기억은 행복하다. 

자욱한 안개 속에서 친구들과 나누는 놀이도 재미있었고 산을 휘감아 돌며 여러 풍경을 만들어 내는 안개의 아침 쇼도 볼 만 했으며 여름 산 속, 이것 저것 맛있는 간식거리를 찾아 먹는 재미도 있었다.

해가 나고 배가 출출하면 내려와서 아침 먹고 학교를 갔는데 지금 생각해도 그 시간을 어찌 알고 지각 한 번 하지 않았는지,,,어쨌던 그 산, 구등산이 실제 나의 첫 산행지일 것이다. 물론 200봉에 기록되진 않았지만,,,,

 

화려한 파티가 끝나고 아침 산책을 나갔다. 전날의 과음으로 속은 다소 시렸지만 맑은 공기, 서늘한 바람 속에서 조금 가라앉긴 했다. 팬션 마당엔 사장님이 심어 놓은 여름 꽃들이 얼굴을 내밀고 바깥엔 사과, 대추 등이 성장을 더해 가고 있었다. 

 

 

 

 

 

 

된장찌개로 늦은 아침밥을 시켜 먹고 주변 파래소폭포로 산책을 갔다. 저번 느티나무 친구들과 왔을 때보다 물이 많이 불었다. 흐르는 물 소리만큼 더 시원해진 것 같다. 온갖 장난에도 편안한 친구들, 카메라 앞에서 온갖 폼을 잡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은 나이.

건강해서 친구가 있어 산이 있어 행복한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