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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경남,부산

(등산 204봉) 부산 구덕산(562m)

2017년 9월 10일 일요일

산악회 등산 일정이 없는 날은 주변 산을 주로 찾는다.

20여년 전 두 번 정도 올랐었는데, 옛날의 기억과 설레임을 안고 꽃마을로 향한다.

구덕산, 구덕,,,구덕은 사람이 지켜야 할 아홉 가지 덕을 이야기한단다. 

忠, 信, 敬, 剛, 柔, 和, 固, 貞, 順

의지랑 관련있는 요소가 많은 것 같다. 구덕산을 오르며 구덕을 생각하자.

구덕산의 이름은 지금은 없어진 구덕사에서 그 유래를 찾는단다. 그리고 여기는 부산 서구에서 사상쪽으로 넘어 갔던 고개, 구덕령길이다.


옛날 고개 숙이며 들어갔던 꽃마을을 생각하며 갔는데 번화가가 되었다. 공영주차장도 있어 주차 걱정은 없었다. 먼저 구덕문화공원으로 오른다. 입구 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정상이 500m라는 안내판이 나온다. 그럼 30분만에 등산 끝?

그래서 일단 편백숲이 있는 왼쪽 길로 간다. 50여m 정도 편백이 빽빽히 자라고 있고 군데군데 쉼자리도 만들어 놓았다. 전부 그늘이고 경사도 낮아 그저 산보 수준이다. 편백숲길 끝까지 가니 다시 오르막길이 보인다. 아,,,산을 지그재그로 연결해 놓았다. 결국 아까 표지판 100m 위쪽인 셈이다. 이젠 바로 치고 올라간다. 여기서부터 경사가 심하고 길도 험하다. 군데군데 돌기이다. 그래도 조금 땀을 흘릴 수 있어 기분이 좋아진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예전에 없던 얼굴땀이 많이 흐른다. 머리에 질끈 손수건을 묶는다. 










내내 숲길이다가 툭~~전망이 트인다. 남항대교, 북항대교가 바로 지척에 있다. 그런데 바로 앞산이 바위능선이다. 아,,,,구미가 당긴다. 조만간 저 코스로 오르고 있는 모습이 상상이 된다.

얼마 안 가 능선이 나타나고 레이더 기지 같은 게 보인다. 관악산에서 보았던 것과 비슷하기도 한 것 같다.

그리고 드디어 구덕산 정상,,,,

정상표지석이 아담하니 예쁘다. 한글은 승학산쪽을 한자는 민주공원쪽을 보고 있다.







승학산이 한 눈에 들어 온다. 조금 더 가을이 깊어지면 저 곳을 찾으리라.

진행 하던 방향으로 가니 레이더기지 같은 게 또 나타나고 등산로가 보이지 않는다. 기지를 둘러싼 세멘트 구조물로 발을 들여 놓는다. 반신반의하며 반 바퀴를 도니 등산로가 나타난다. 아마 등산로 없는 쪽으로 들어온 모양이다.

조금 가파르고 좁은 비탈길로 내려선다. 겨우 발 디딜 곳만 보이고 풀이 짙어 발목을 감는다. 시메트 구조물과 길이 얽혀 있어 등산로로 확실치 않다. 방향을 아니 그저 감으로 발길을 내딛는다. 사람들이 굳이 가지에다 장난을 쳐 놓았다. 분명히 남자가 그랬을건데,,,,웃기는 했지만 의도는 모르겠다.

그러다 조금 정갈한 분위기의 길이 나타나고 다시 오른쪽으로 꺾어 들어가니 잘 정돈된 등산로다.

중간 중간 하산길이 나타난다. 세 번째쯤 하산 길로 내려 가니 턱~~~임도가 나타난다.

구덕산기상레이더, 항공무선표지소,,,, 아까 본 그 건물들이 이것이었나 보다.





안내판에서 임도로 내려가지 않고 다시 숲길로 접어든다.

길은 포근하고 깔끔하다. 요즘 지자체에서 워낙 관리를 잘 하니 이런 호사를 누린다. 감사할 일,,,,

지레짐작으로 갔는데 아까 갔던 편백숲길과 마주친다. 기분좋은 만남....

벤취에서 쉬고 계시던 75세 아저씨가 괜히 말을 건넨다. 젊었을 때 산을 많이 다녔는데 지금은 무릎이 아파 산책로만 건넌다고,,,,무릎 조심하라고,,,,말을 자꾸 하고 싶은 모양인데 죄송하게도 계속 들어줄 수가 없다.





이금선배랑 먹었던 시락국이 생각났는데 역시 시락국집이 많다. 그런데 바깥쪽에서 식당사장님이 연탄불에 고등어를 굽고 계신다. 저기다,,,,

청국장 보리밥에 고등어구이,,,그리고 사이다 탄 막걸리,,,

등산 후의 막걸리가 내가 마시는 최고의 술이다. 주차장 주변에 무궁화가 예쁘다. 구덕령으로 난 좁은 길로 차를 몰았다. 옛날 모습의 집들이 옹기종기,,,,아,,,밥은 여기와서 먹어야겠구나,,,






20년이 지나도 그 자리에 있는 것,,,산,,,

그래서 고맙다. 오래 전 기억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과 변화된 새로움을 느낄 수 있었던 것.

다음에 오면 오늘 온 것까지 다시 추억이 되어 쌓이겠지.

산이 있어 친구가 있어 아직 건재한 내 무릎이 있어 오늘도 감사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