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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제주도

제주 비양도 트레킹

2018년 1월 13~14일 제주 한라산, 비양도 트레킹


한대장이 추진한 한라산, 오름 트레킹 1박 2일 제주도 여행

느티나무 친구들과 함께 하는 여행이라 더 기대되었다.

그런데 며칠 전 한파가 몰아 닥치고 제주에도 엄청난 눈이 내렸다.

한라산 통제 소식을 들은 채 12일 제주도로 가는 배에 몸을 실었다.


종주씨가 사 온 밀치회를 비롯한 맛있는 안주로 저녁 시간을 즐겁게 보내고 잘려고 누웠는데 노후된 배라 시끄럽기도 하고 너무 더워 잠을 잘 수가 없다.

한대장이 4명 침대칸 방을 권유해 순동이와 건너가 개운하게 잠을 잤다.


13일 날씨는 매우 푸근하고 따뜻하기까지 했지만 아직 한라산 출입 통제는 풀리지 않았단다.

할 수 없이 일정을 바꿔 비양도로 향한다.

한림선착장에서 15분 거리에 있는 가까우면서도 조그만, 정말 아담한 섬이다.

배를 타고 오면서 보니 그냥 둥그런 봉분같은 것만 가운데 솟아 있는 별 특징이 없는 섬처럼 보였다.

9시 배로 들어와 한 바퀴 두르고 12시 15분 배로 나간다 하니 그 크기도 짐작이 간다.


배에서 내리니 보건소가 나오고 드라마 '봄날' 촬영지였음을 알려 준다. 

섬을 바라 보며 오른쪽으로 돌아간다. 자그마한 섬에 딱 어울리는 앙증맞은 비양분교가 나타난다. 방학이라 그런지 아이들은 보이지 않고 조용하다. 

 

비양분교를 돌아 가니 오른쪽 편으로 바다가 펼쳐진다. 녹색, 푸른 색, 코발트색들이 섞여 신비한 느낌이 든다. 바닷가는 검은 돌 사이로 생활 쓰레기들이 간간히 보이고 그 사이에 백년초가 자생하고 있다. 바다는 더 없이 맑은데 쓰레기가  정말 안타깝다.

 


이 조그만 섬에 못이 있다니 그 자체가 놀랍다. 바닷물이 지하로 스며들어 생겼다 하는데 바닷물도, 담수도 아닌 습지인 셈이다. 주변을 산책할 수 있도록 데크로 길도 만들어 놓았다. 시간이 어떻게 될 지 몰라 일단 그냥 지나쳐 간다.

 

 

비양도 서쪽 해안에 도착하니 바닷가에 오똑한 돌 하나가 서 있다. 이름도 낯선 '호니토'란다.

안내판에 적힌 설명을 보자면 1002년 화산이 분출했고 그 생성물이 호니토인데 화산가스가 분출되면서 생긴 돌이란다. 크고 작은 호니토가 비양도 서쪽 해안에 가득 늘려 있다. 그 중 높이 4.5m, 넓이 1.5m의 초대형 화산탄은 '애기없은 돌'로 불리는 호니토다.  보는 방향에 따라 공룡같기도 하다. 1002년에 화산이 폭발했다면 비양도는 상당히 젊은 섬이다. 망망한 바다에서 화산 폭발로 섬이 생겨났을 때 고려 시대 제주 사람들은 어떤 반응이었을까? 고려 정부는 그런 사실을 알고나 있었을까?

어쨌던 지금 150여명의 주민 분이 사시고 어종도 풍부하고 해조류도 많다 하니 살아 가긴 넉넉한 곳일 것 같다.

 

계속 걸으니 코끼리 모양의 바위가 나타나고 그 위엔 갈매기가 빼곡히 자리를 잡았다. 주변에도 크고 작은 바위들이 각각의 형상을 하고 있다. 모두 검은 색이라 푸른 바다와 색의 대비가 강렬하다.

 

트레킹 시작 부분까지 와서 마을길로 들어가 비양봉을 오른다. 마을 돌담은 검은 화산 돌로 쌓았다. 곡선의 미가 아름다운 골목이다.

비양도에서 제법 유명하다는 핸드드립 커피 전문점을 지난다. 화려하게 꾸민 가게가 주변의 수수한 집과 극력하게 대비되면서 재미있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내려 와서 커피 마시기로 하고 그냥 지나친다.

 

1월, 동백이 피기 시작한다. 엊그제 내린 눈의 흰색과 선홍색 동백의 조화가 아름답다. 마침 지나가는 사람이 있어 앵글을 맞춰 본다.  

 

마을과 떨어져 있는 한 채의 집, 아름답지만 외롭다.

 

산으로 오르는 길은 데크 계단과 고무 깔개, 야자 열매 깔개로 각각 덮여져 있어 편안하게 걸을 수 있다. 분화구를 중심으로 한 바퀴 돌게 되어 있고 제일 높은 곳이 비양봉이다. 옛날 죽도라 불렸다더니 대나무밭도 지난다.

 

110m 봉긋한 비양봉엔 하얀 등대가 서 있다. 며칠 전 내린 잔설이 아직 남아 겨울의 풍경을 더한다. 푸른 하늘과 바다, 하얀 등대가 단정하고 깔끔하다.

 

 

하산 길은 제법 가파르지만 야자 나무 깔개가 깔려 있어 미끄럽지 않아 쉽게 내려올 수 있다. 친구 부부의 뒷모습이 정겹다. 


몇몇의 관광객과 함께 하는 모나지 않은 봉긋한 비양봉이 더 없이 평화로워 보인다. 곡선의 힘!

 

 

저 멀리 풍력발전소가 보이는데 신창리 풍력단지란다. 직선에 직선이 만나 새로운 구도가 형성된다. 조금 더 당기고 싶으나 카메라의 한계,,,

 

갔던 해안로를 다시 돌아 온다. 다시 봐도 새롭다. 해녀와 갈매기가 대화를 나누는 것 같다. 오래 동안 함께여서 가능할 지도 모르겠다. 말도 안 되는 상상으로 걷는 길이 재미있다. 저 만치 친구들은 앞서 가고 혼자 뒤처져 자연과 동화된다. 

 

 

 

 

 

한 바퀴 휙 겉모습만 보았다. 떠나려니 아쉽다. 보말죽도 맛 보고 싶고 지나쳤던 드립커피도 마셔야 되고 펄랑못도 다시 봐야 하는데,,,,

아쉬운 미련은 다음을 기약할 터, 제주 살이를 기대하며 다시 한 번 찾게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