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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제주도

제주 1월 한라산, 성판악에서 진달래밭대피소까지 눈꽃 산행

2018년 1월 12~14일 제주 한라산, 비양도 트레킹

 

13일  비양도 트레킹을 마치고 점심을 먹고 나자 입산통제 해제 소식이 날아 들었다. 며칠이나 통제가 되었으니 눈은 확실히 볼 터, 가슴 부푼 밤이었다.

깜깜한 새벽에 아침을 먹으러 가니 식당엔 먼저 온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든든한 해장국으로 배를 채우고 출발,,,,

성판악으로 오르는 길이 차들로 북새통이다. 새치기하는 승용차가 우리 차를 앞지르려다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정말 내려서 한 대 갈겨주고 싶은데 차에서 내리는 넘은 새파란 젊은 넘,,,그래도 우리 기사와 주변 남자분들이 차를 정리하고 도착하니 예정 시간보다 1시간이나 늦어 있다.


성판악 주차장엔 눈이 소복하다. 주차장과 사람들이 다니는 길만 빼꼼하고 나머진 무릎이 들어갈 정도의 눈으로 쌓여 있다. 모두 마음이 급해 아이젠, 스패츠만 채용하고 급히 산행을 시작한다.  

 

 

초입부터 눈밭이다. 온 사방이 눈 천지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겨우 한 사람이 다닐 정도의 길만 열렸다. 며칠 동안의 통제로 많은 사람이 몰린데다 길까지 좁으니 늦게 가는 사람이 있으면 오롯이 정체가 되었다. 잠깐 쉴 때마다 주변 풍경을 사진으로 담았지만 길을 벗어나 눈밭으로 갈 수도 없었다. 들어가는 순간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눈바다로 풍덩 빠져 들었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속밭대피소에 도착했을 땐 계획했던 시간보다 2시간 늦어 있었다. 속밭대피소엔 그야말로 인산인해,,,,화장실만 잠깐 들르고 바로 출발했지만 서서히 백록담에 이를 수 없을 것 같은 불안감이 밀려 왔다.


 

 

 

다시 눈 세상으로 들어 갔다. 눈은 많이 왔지만 날씨가 워낙 포근해서 햇볕이 좋은 데는 조금씩 눈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그냥 걸으면서 정체가 되면 어김없이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저 높은 나무 끝 겨우살이에도 겨울 나무 잔 가지에도 온통 눈꽃이 피어 있었다. 잎을 두른 편백류는 어김없이 두터운 눈 외투를 둘러 썼다. 감탄과 함께 앵글 조절할 시간도 없이 그냥 보이는 대로 사진에 담았다. 

 

 

  

 

 

 

 

 

 

그런데 조금씩 하산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길이 없어 돌아 내려 온단다. 이야기를 들어 보니 진달래밭대피소부터 길을 내면서 가는데 길을 내는 사람은 힘들어서 포기하고 내려 오고, 따라 가는 사람들은 늦어서 내려 오는 것이다. 어쨌던 속도는 나지 않는다. 마음은 이미 백록담을 포기한 터,,,주변의 눈들을 즐기기로 한다.

친구들을 한 자리에 모아 눈밭에서 놀기로 했는데 얼마 안 가 산행대장이 하산을 명령한다. 비행기 시간 때문이다.  이 때 부터 마음 편하게 눈밭에서 놀았다. 사진도 찍고 눈밭에서 뒹굴기도 하고 발길이 닿지 않는 곳에 빠져 보기도 했다.

 

 

 

속밭대피소에 내려 왔을 땐 눈이 많이 녹아 있었다. 겨우 자리를 잡아 가져 온 컵라면을 먹는데 서걱서걱 거의 생라면 수준이다. 그냥 밀어 넣기로 해결하고 하산,,,,안타깝게도 눈이 많이 녹아 있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내려 왔지만 편백숲에선 여전히 눈밭,,,마지막 눈 풍경을 마음껏 즐기고 하산,,,

 

 

 

 

성판악에 가까이 올수록 잔 가지의 눈은 찾아 볼 수가 없다. 아침의 풍경과 너무나 다른 안타까움.

정상까지 오르지 못한 아쉬움을 남겨 두고 간다. 배타고 와서 배 타고 가는 2박 1일 여정을 짜도 되겠다는 대강의 계획을 잡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