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 21일 일요일
사슴이 놀고 있는 조용한 숲, 사려니
▶ 코스 : 사려니 숲길-붉은 오름 코스(10.1km)
사려니숲길 입구 → 참꽃 나무숲 입구(1.4km) → 물찾오름 입구(3.3km) → 치유와 명상의 숲(1.9km) → 붉은오름입구(3.5km)
영실로 가서 진달래를 볼려고 했으나 한라산의 상황을 보니 진달래 구경은 못 하겠다 싶어 휴식겸 사려니숲으로 가 보기로 한다.
시간적 여유도 있겠다 느즈막이 버스를 타고 사려니숲으로 향하는데 버스 타는 재미도 괜찮다.
시외버스처럼 양쪽으로 2자리씩 모두 앉아 갈 수 있게 해 놓았고 안내 시스템도 잘 되어 있어 어느 곳이던 버스를 이용할 수 있겠다.
사려니숲길 입구에서 버스를 내린다.
여자 아이 두 명, 할머니 한 분, 그리고 친구와 나
호젓하게 길을 걷는다.
한라산의 실망을 보상이나 하려는 듯 여린 새잎들이 연두빛 세상을 만들고 있다.
입구엔 도종환 시인의 사려니숲길 시비가 서 있다.
'문득 짐을 싸서 그곳으로 가고 싶은
길 하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도종환 시인이 짐 싸서 가 보고 싶었던 길이니 얼마나 좋을까?
이름도 사려니,,,얼마나 예쁜가?
길도 넓고 포장도 잘 되었다.
그저 싱그런 잎이 좋다.
그런데 포장된 똑같은 풍경의 길에 살짝 지친다. 무성한 잎이 아닌 지라 햇볕도 가릴 곳이 없다.
자연 보호의 차원이겠지만 숲 속으로 걷고 싶은데 포장도로로 계속 걷는다.
점점 불만이 쌓여 갈 때 쯤 숲 속으로 빙 돌아 나오는 길을 하나 만난다.
그나마 다행이다.
둘이 오던 아가씨는 이미 돌아가고 없고 할머니 한 분은 먼저 가셨는지 보이지 않는다.
돌아갈까 잠깐 망설이다 직진,,,끝까지 가 보기로 한다.
숲속에 언뜻 환한 부분이 나타난다. 뭔가 보니 무덤이다.
돌로 경계를 두르고 잔디를 예쁘게 입힌 무덤,,,
그 무덤가에 앞장 서 가던 할머니가 고사리를 꺾고 계신다.
주위를 살피니 온통 고사리밭이다.
아마 이 곳을 잘 아는 지역분이신가 보다.
서너 개 고사리를 꺾어 보다 다시 돌아 나온다.
바스락 소리에 눈을 돌리니 사슴 한 마리가 풀을 뜯는다.
바로 옆인지라 신기해서 숨을 죽이며 바라보는데 전혀 의식하지 않고 풀 뜯는데 집중한다.
사슴아,,,,조용히 불러 보니 잠깐 고개를 들다 다시 풀을 뜯는다.
이렇게 가까이서 인기척을 내는데도 가지 않는 사슴이라니,,,
사람을 경계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일 터,,,
사람들의 수준이 그만큼 높아 졌다는 반증이리라.
물이 없는 백록담, 사라오름의 분화구에 다소 실망한 터라 물찻오름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이름도 물찾오름이니,,,,
그러나 올해 말까지 통제기간이란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삼거리를 지난다.
성판악 가는 방향으로도 길이 있는데 폐쇄되어 있다.
일반적인 도로는 붉은 오름으로만 진행된다.
여기부터는 삼나무길이다.
삼나무길 사이사이로 숲으로 들어갈 수 있게 조성해 놓았다.
나무 사이 사이로 난 길을 돌며 힐링하는 시간이다.
붉은 오름 입구로 가까이 오니 사람들이 점점 많아진다.
숲길 안쪽엔 다시 새로운 숲 속 길을 만드느라 기계음 소리도 요란하다.
아까 보다 규모가 조금 작은 무덤군도 즐비하다.
입구에 도착하니 푸드트럭이 두 개 있고 승용차들이 주차되어 있고 사람도 많이 붐빈다.
짧게 걸으려면 이 쪽으로 와서 주차하고 삼나무(편백나무?) 숲에서 걷던지 데크에서 쉬던지 하면 되겠다.
설렁설렁 걸었는데도 3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푸드 트럭에서 귤주스를 사고 아이마냥 핫도그로 군것질을 한다.
어제 택시 기사님이 고기 먹으려면 서문시장으로 가야 된다 해서 고기 먹으러 간다.
고기집에서 고기를 사서 식당에 가면 반찬값을 받고 구워 주는 시스템이다.
제주도 흑돼지 오겹살인데 담백하니 맛이 좋다.
배가 부른데도 기어이 제주도국수 먹어야 된다며 또 기사님이 얘기해 준 자매국수 옆 국수마당으로 간다.
배가 불러 맛이 좋은지 어떤지 알 수가 없다.
부른 배 소화도 시킬 겸 걷는 데까지 걷다 지나가는 택시를 타고 숙소로 돌아온다.
친구는 월요일부터 연수라 월요일은 혼자 놀아야 하는데 종선언니에게 갈까, 언희언니에게 갈까 잠깐 고민하다 그냥 오기로 한다.
미리 약속하지 않은 터라 민폐가 될 것 같기도 하고,,,,
언제가 될 지도 모르지만 제주도 일 년 살이를 기대하며 아쉬움을 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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