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2월 11일 일요일
중남미 여행 준비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어 머리도 식힐 겸 삼각산 맞은 편 불광산으로 향한다.
시명산을 다녀 왔으니 분명히 불광산도 갔을 터인데 기억이 없어 겸사겸사 길을 나선다.
유독 추운 날이 많은 올해, 어제 조금 풀린 것 같았는데 뺨으로 스치는 바람은 아직 제법 싸~하다.
조금 일찍 나선 탓인지 장안사주차장엔 서너대의 차만 주차되어 있다.
주차장 바로 위 척판암으로 향하는 길로 들어선다. 완연한 겨울 한가운데의 스산함, 사람 없는 조용함,,,겨울과 잘 어울리는 풍경이다.
바로 오르막이었지만 얼마 안 가 척판암이다. 척판암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그저 시원하다. 앞이 특 트여 가려진 곳이 없어 눈이 그저 편안하다. 하늘도 손톱으로 튕기면 쨍하고 소리날 듯 청명하다. 척판암 대웅전 앞 나무의 기개가 힘차다. 사람없는 불당에 들러 중남미 무사 귀환 삼배를 올리고 마당을 가로 질러 계속 직진한다.
활엽수가 사라지고 소나무군락이 나타난다. 틀어진 소나무 줄기의 곡선이 아름답다. 어느덧 능선으로 접어든다. 바람은 세지 않았는데도 칼바람이다. 왼쪽 뺨이 얼얼한다. 능선길이라 길은 힘들지 않고 편안하다. 조용한 사색의 길이다.
그저 지나가는 능선 중의 한 봉우리처럼 불광산 정상이 나타났다. 나무들이 많아 시야는 답답하다. 인증샷을 남기곤 시명산으로 가느냐 바로 하산하느냐 고민하다 시명산까지 가기로 한다. '산이 되자 바람이 되자 나무가 되자' 불광산 정상석에 새겨진 글귀를 음미하며 시명산으로 향한다. 오롯이 이 산에 침잠, 조용히 산에 배여 들며 잡담을 삼간다.
얼마 안 가 시명산, 고사목의 위용이 아름답다. 분명히 왔던 곳인데 기억이 안 난다. 계곡 어느 곳에선가 비 맞으며 밥 먹었던 기억만 남아 있다. 여기도 인증샷만 남기곤 바로 직진한다.
볕 좋은 곳에서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고 첫번째 하산로에서 하산을 결정한다. 이 산은 곳곳에 내려갈 수 있는 곳이 있어 등산 시간 조정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계속 진행하면 석은덤산 가는 길과 만나리라,,,
하산길은 사람의 통행이 별로 없었던지 가파른데다 낙엽이 깔려 있어 아주 미끄럽다. 그러나 얼마 안 가 계곡이 시작되면 고도는 낮아지고 걷기 좋은 길이 나타난다.
계곡이 보이기 시작하나 물은 없다. 겨울 가뭄이 심각하다는 걸 여기와서도 실감한다. 계곡을 따라 한참을 내려 가니 겨우 얼어 있는 물웅덩이를 만난다. 그 후론 조금씩 물이 흐르고 있지만 물의 양은 안타까울만큼 수량이 적다.
박치기골이 계속되면서 길은 점점 넓어지고 임도가 나타나면 얼마 안 가 삼각산 가는 길과 만난다. 4시간 30분 정도 걸었는데 약간 허전하다. 무릎이 신경쓰여 나름의 비법대로 걸었더니 오늘도 무릎은 무사하다. 댕큐, 무릎
다시 한 번 이런 편한 산이 주변에 널려 있는 우리 나라가 참 좋다.
중남미 다녀 오면 나뭇잎 푸르른 대운산까지 한 번 걸어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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