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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강원도

(등산 229봉) 강원도 동해 쉰움산(688m)

2018년 9월 1~2일 토,일요일 동해 쉰움산 천은사 원점회귀

 

바보 바보 바보, 울며 겨자먹기로 쉰움산에 오르다.


1박2일 조금 여유있게 올라가 두타, 청옥을 오르기로 한 건 저번 두타산 산행의 아쉬움을 접고 싶어서였다. 토요일 조금 여유있게 출발한 탓에 금강소나무숲길을 둘러 볼까 하고 찾은 곳이 금강소나무숲길 1구간 두천1리 마을이다. 

제대로 온 것 같은데 가는 길은 물이 불어 개천으로 난 길엔 들어갈 수가 없고 저 멀리 배롱나무꽃 핀 정자만 아쉬움을 담고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찬찬히 주변을 둘러 보다 어차피 갈 수 없음도 알게 되었다. 예약제란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천천히 국도를 따라 올라 가는데 양쪽길에 배롱나무꽃이 지천이다.

섬진강길이 아름다운 길로 꼽혔다지만 이 길이 더 아름다운 것 같다.

내내 감탄사를 연발하며 가는데 구수곡자연휴양림이 나온다.

계획에 없었던 곳이라 그냥 내려 보는데 숙박 시설이 그리 많은 건 아니나 서너 대의 차가 주차한 걸로 보아 아직 운영되고 있는 모양이다. 계곡으로 난 길을 따라가보니 조그만 정원에 예쁜 꽃들이 듬성듬성 피어 있다.

손질이 잘 된 건 아니지만 각각의 꽃송이는 충분히 아름다웠다.

길 끝에 계곡이 있고 등산로가 연결되는데 응봉산이다.

등산로를 살피니 시간이 여의치 않다. 다음을 기약해 본다.














두타산 입구 산장에 짐을 풀고 계곡이 있는 식당에서 더덕구이정식을 먹는데 음식 맛은 영 별로다.

두 개의 산을 오르려면 아침 일찍 나서야 될 것 같아 아침 식사 여부를 물어 보곤 서둘러 산장으로 향한다.

이른 아침 술도 먹지 않았는데 황태국으로 아침을 먹고 호기롭게 두타산을 오른다.

최근에 내린 비로 계곡엔 물이 넘쳐 흐르고 소리 또한 시원하다.

두타산성으로 가야 되는데 별 생각없이 쌍폭포로 향했다. 물이 넘치는 쌍폭포의 모습이 보고싶단 생각이 앞선 탓일까? 쌍폭포엔 힘찬 물이 넘치고 사진을 찍고 등산로를 따라 오른다. 그러다 안내판에 쓰인 '박달재'란 글을 보는 순간 아차, 길을 잘못 접어 들었다.

작년에 이 코스가 너무 힘들고 전망도 없어 다시는 이 길로 오르지 않을거라 했었다.

두타산성으로 갔어야 되는데 미처 발견 못하고 바로 올라와 버린 것이다.










친구들에게 면목이 없지만 두타, 청옥을 청옥, 두타로 하자며 문간재로 가자고 옆길로 나섰다.

내려 오다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 가며 문간재 가는 길을 만날거라 머리 속으로 그린다.

자그만 계곡을 건너니 하늘문 가는 길이 나오는데 가파른 계단길이 길게 이어져 정말 하늘로 가는 길 같다.

계단을 넘으니 작은 길이 이어지고 거기서 보는 풍경도 제법 그럴싸하다.

신선바위에 앉아 사진도 찍고 그늘진 바위에 앉아 잠시 휴식도 취했다.

그런데 올라가야 할 길이 자꾸만 내려가는 느낌이다.

길에서 쉬고 있는 사람들에게 물으니 계곡 쪽에서 올라가야 할 것 같은데 잘 못 온 것 같단다.

머리가 띵하고 얼굴이 화끈거린다. 도대체 문간재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또 미안하단 말을 남기며 뒤로 돌아서 가는데 뒤꼭지가 간지럽고 속에선 부아가 치밀어 오른다.

다시 되돌아 오니 2.2km를 왕복해서 4km를 넘게 걷고 시간은 훌쩍 12시가 넘어가려 하고 있었다.

하늘문을 내려와 계곡을 건너니 큼지막한 안내판이 보이고 문간재 글씨가 대문짝만하게 씌여 있다.

왜 안 보였지?

밑으로 더 내려오니 두타산성 가는 길 앞에도 큰 안내판이 떡 하니 서 있다.

환장할 것은 모두 그 앞에 서서 안내판을 보았다는 것.

그나마 모두 나를 위로한답시고 다음을 기약하잔다.











이대로는 못 간다.

끓어 오르는 부아를 누르고 코스가 짧은 쉰움산에 가자고 권했다. 갈 길이 먼 관계로 썩 내켜하지 않은 친구들도 내 눈치를 보며 아무 말없이 따라 나선다. 나는 미안함을 이걸로라도 보답하고 싶었고 친구들은 내 마음을 그냥 받아주는 것 같았다.

천은사로 가는 길은 그리 멀지 않았고 천은사앞 주차장엔 버스 한 대만 정차해 있고 조용했다.

천은사 입구는 노거목들이 지키고 있어 그 풍치가 깊이가 있었다.

이 길에 들어서니 조금씩 마음이 가라앉고 올라가는 길이 편안해 친구들에게 말도 붙이게 되었다.






3, 40분쯤 올랐을까?

누군가의 손으로 지어졌을 돌탑들이 보이고 바위 사이사이엔 생명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소나무들이 보인다. 무속의 성지라 했는데 치성을 드리는 제단으로 사용했을까 싶기도 했지만 그런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잠시 앉아 주변을 감상할 여유도 없이 다시 정상을 향해 오른다.





잠깐 가파른 길이 나타나다 돌아 오르니 바로 정상이다. 진분홍색 꽃이 우리를 반기고 온통 울퉁불퉁 신기하게 생긴 바위들이 군락을 이룬다. 마치 일부러 웅덩이를 조각한 듯 여기저기 물이 담긴 웅덩이가 가득이다. 물이 많은 웅덩이 주변엔 풀과 나무도 자라 있다.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여 금새 즐겁게 웃는다. 친구들도 오르길 잘 했다며 마음 고생했다며 오히려 나를 위로한다.

웅덩이를 일부러 세 보진 않았지만 '오십정산'이란 이름이 있는 것으로 보아 오십개의 구멍은 있단 이야기다. 정상석엔 '오십정(쉰우물)'이란 이름만 새겨져 있고 산세를 살펴 봐도 정상은 아닌 두타산을 오르는 능선길에 속해 있다.

두타산 정상은 구름에 가려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쉰움산 정상 아래쪽으로 보이는 넓은 바위 계곡이 어느 쪽에서 오를까 궁금하다.
















실컷 앉아 쉬고 싶은 곳이나 여유가 없어 바로 내려온다.

잠시 보이는 풍경들을 담고 천은사에 도착하니 이승휴가 '제왕운기'를 썼다는 사당같은 게 있는데 거기 들를 여유도 없다.








지금 와서 가만 생각해 보니 쌍폭포의 위상도 힘찼고 하늘문을 지나 관음사로 가는 길맛도 좋았다. 천은사 노거목들의 우람함은 또 어땠을까?

그러나 그 땐 그 풍경을 즐길 수가 없었다.

마음이 쫓기고 자책하고 부끄러워 경치는 느낄 겨를이 없었다.

항상 내 자신에게 느끼는 거지만 꼼꼼하지 못한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 얼굴 붉히는 일이 생겼으니 조금 더 치밀하게 생각하고 찬찬하게 챙겨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