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내여행/강원도

(등산 265봉) 강원도 삼척 응봉산

2019년 8월 13일 화요일

 

응봉산, 덕풍계곡의 뜨거운 맛을 보다

 

 

 

 

 

◈ 등산 코스 : 덕풍산장 - 용소골 시작점에서 능선행 - 응봉산 정상 - 작은당귀골 - 제3용소 - 용소골 - 매바위협곡 -  제2용소 - 제1용소 - 덕풍산장 원점회귀

 

 

아프리카 다녀온 후 첫 산행, 여름이라 계곡이 있는 곳, 응봉산으로 향한다.

덕풍산장에서 1박을 하고 간단하게 라면으로 아침 요기 후 산으로 향한다.

이른 아침이라 달맞이꽃이 환하게 맞아준다.

계곡 입구에서 왼쪽 능선으로 난 흐릿한 길로 들어선다.

길은 흐리고 잠깐 오며가며 헤매던 중 등산로가 나타난다.

달맞이꽃밭의 초입에 있던 안내표지판에서 출발했어야 했다.

 

 

 

 

 

 

 

 

짙은 녹음 사이의 그늘길인데도 푹푹 찌는 열기로 땀이 비오듯 한다.

가끔 드러나는 전망에서 보이는 산세는 깎아지른 경사로 사람을 압도한다.

가파르긴 하나 길은 잘 정비되고 안내판도 잘 되어 있어 길 잃을 염려는 없다.

상수리나무와 소나무가 우거진 산길은 산행의 즐거움을 더한다.

마지막 급경사 구간을 지나면 정상이다.

정상에서 만난 남자분들이 덕풍계곡으로 왔다며 고개를 절절 흔든다.

그래봐야 계곡인데... 

 

 

 

 

 

 

 

 

 

 

 

 

바람도 없는 날이라 그늘에서 막걸리를 비우고 덕풍계곡쪽으로 하산을 시작한다.

올라올 때 처럼 상수리나무와 소나무가 눈을 즐겁게 한다.

다소 가파르긴 했으나 별 무리없이 하산, 덕구온천으로 가는 갈림길도 지나 조금 더 가면 계곡으로 향하는 가파른 길이다.

정상에서 만났던 아저씨들의 이야기가 허풍이 아니었음을 실감한다.

줄을 잡고 정리되지 않은 길을 따라 한참을 내려간다.

곡소리 으악 날 때쯤 물소리와 함께 계곡이 나타난다.

 

 

 

 

 

 

 

 

 

 

 

 

 

 

바위색을 닮은 연한 갈색의 물에 바지만 둥둥 걷어 올리고 일단 몸부터 담근다.

물색이 신기해 냄새를 맡으니 낙엽 냄새가 나는 듯 않은 듯,,,

열기에 금방 옷은 마르고 계곡을 따라 걷는 길은 신이 났다.

제3용소 표지를 보고 너무나 밋밋한 모습에 잠시 의아해 하고 그대로 다시 진행한다.

좁은 계곡에 가파른 지형이라 계곡을 가로질러 오른쪽 왼쪽을 왔다갔다하며 걷는다.

폭포를 만나면 둘러 가기도 하고 바위길이 없으면 가파른 산쪽으로 올라 넘어 가기도 한다.

크고 작은 소들이 셀 수도 없이 나타나 3용소까지 밖에 지정하지 않음이 의아할 정도다.

시원한 물소리와 함께 걷는 길이라 더위도 날아가 버렸다.

 

 

 

 

 

 

 

 

 

 

 

 

 

 

 

 

 

 

즐겁던 계곡길에 조금씩 지쳐갈 때 쯤 눈앞을 막아서는 거대한 바위산

웅장한 모습에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시 걷는다.

커지는 물소리에 폭포를 상상했는데 좁은 바위틈을 지나며 부딪히는 소리다.

물길이 깎아 만든 바위의 부드러운 곡선과 푹 패인 구멍들이 오랜 시간의 역사와 자연의 위대함을 증명한다.

세차게 흐르는 물길 위로 아슬아슬 가슴찌릿한 점핑을 하면 바위에 쇠를 박아 길을 낸 곳도 지난다.

계곡은 점점 좁아지고 걷는 길은 조금 더 힘들어진다.

 

 

 

 

 

 

 

 

 

 

 

 

 

 

 

 

부스럭 소리에 깜짝 놀란다.

팔 길이만한 뱀이 지나간다.

그냥 지나치자니 괜히 신경쓰여 툭툭 나뭇가지를 치며 쫒아보내고 거대한 바위를 넘어 길을 찾는데 도대체 길이 보이지 않는다.

주변을 몇 번을 오르내리며 길을 찾던 중 바위 틈을 지나는 정말 큰 뱀을 또 만난다.

갈색 얼룩 무늬의 뱀, 무섭기도 하고 다시 또 나타날까 두렵기도 하고 이제 정말 지치기도 한다.

정신을 가다듬고 주변을 찬찬히 살피던 중 바위 위로 살짝 드러나는 전등 머리를 발견하고 가 보니 등산로 폐쇄를 알리는 표지판과 함께 길이 열린다.

 

 

 

 

 

 

 

 

 

 

 

 

 

 

 

 

 

 

 

제2용소 지점이다.

갈색의 물은 더욱 짙어 콜라를 닮은 검은 물로 소를 이룬다.

낙엽이 썩어서 물색이 검다는데 대한민국 어느 산인 들 낙엽 없는 곳이 없는데. 이 의견은 받아들이기가 애매하다.

그래도 물소리는 시원하고 힘차고 웅장하다.

여기부턴 그나마 잘 정비된 길이라 다행이긴 하지만 바위길을 많이 다녀서 그런지 발바닥이 심하게 아파온다.

정비된 길과 바위길을 왔다갔다 하며 14km의 용소골 마지막을 향해 걷고 있다.

젊은 청년들이 여름의 막바지를 용소에서 즐기고 있다.

낙엽썩은 물이면 건강에 더 좋으려나,,,그들의 싱그러운 웃음소리에 그나마 피로를 달랜다.

20km가 넘는 여름 산행길, 소중한 경험과 더불어 인내하며 걸은 절대 잊을 수 없는 산행이었다.

 

 

 

 

 

 

 

 

 

 

아침에 활짝 피었던 달맞이꽃은 꽃봉오리를 모으고 고개를 떨구었다.

덕풍산장 주인 할머니의 배려로 샤워까지 선물받고 지친 심신으로 내려오던 중, 물회는 최고의 원기회복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