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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경북,대구,울산

(등산 239봉) 단석산 정상

2018년 11월 14일 수요일, 건강검진 오후 따스한 날

 

화랑을 생각하며 오르는 길


내내 미루었던 건강검진을 숙제 끝내듯 개운하게 끝내고 단석산으로 향한다.

선덕여왕 드라마를 볼 때, 김유신이 훈련하다 깨졌다는 바위가 있는 산이 늘 궁금했었다. 다른 산에, 다른 일정에 밀리고 밀리다 이제서야 찾은 산이다.

몇 개의 등산지도를 검새하니 환종주코스들인데 그러기엔 시간이 부족하다.

오덕선원에서 점골로 내려오는 지도가 있어 그렇게 걷고자 오덕선원으로 간다. 

오덕선원위에 국립공원관리소가 있다. 아저씨가 안내를 해 준단다. 점골로 내려 오겠다니까 길이 없어 안 된단다. 저번에도 그 쪽 길로 내려온다는 사람이 길을 잃어 애를 먹었다고 그대로 가서 그대로 내려 오란다. 

대답은 했지만 그래도 조건이 되면 돌아서 내려 오기로 마음먹고 천천히 단석산으로 오른다.


 가을이 다 내려앉은 길은 세멘트로 된 포장길이다. 다소 가파르지만 떨어지는 낙엽을 맞으며 떨어진 낙엽을 밟으며 제법 운치있게 걸어 본다. 이제 조용히 정적 속에 들 나무들의 휴식을 응원한다. 생명을 피워내느라 수고했을 그들의 삶에 경의를 표한다. 계속 오르막길이다. 신선사를 가신다는 여승의 발걸음도 여유롭다. 늦가을의 산행은 자연과 사람 모두에게 편한 시간이다.



신선사 안내판이 있는 곳부터는 조금 더 가파른 포장길이다. 짧은 코스라 쉬지 않고 올라 온다. 조용히 호흡에 집중한다. 저절로 발걸음이 옮겨지는 기분좋은 상태, 호흡을 배우고 얻은 제일 큰 소득이다.

신선사는 조금 어수선하다. 누런 자연석에 흰색의 신선사 글씨는 전혀 신선사를 어필하지 못한다. 스피커에서 들려 오는 스님의 불경소리가 은은하지만 뭔가 정돈이 필요해 보인다. 화랑들이 통일의 대업을 꿈꾸며 기도하던 터라는데 겨울이라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다.




신선사 앞을 지나 국보 제199호로 지정된 신라 최초의 석굴사원 마애불상군으로 간다. 거대한 ㄷ자의 벽면 안쪽에 열 개의 불상을 새겨 놓았다. 거대한 세 개의 부처님은 음각을 한 것인데 표정은 다소 무뚝뚝하고 선도 세련되지 못하다. 전문 조각가들이 아닌 화랑들이 새겼다는데 정말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돌 아래 쪽에 자그마한 보살상에 눈길이 간다. 부처의 형상도 있고 꿇어 앉아 뭔가를 바치는 듯한 모습도 있는데 이 복장이 7세기 신라 복장으로  당시 복색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된단다. 남면에 글자도 새겨져 있는데 400자의 글자 중 200자 정도는 판독이 되어 신선사 이름도 알게 되고 다른 고증 자료로 활용이 된단다. 처음엔 국보로 지정된 것이 의아했는데 역사를 알고 보니 국보로 지정될 만큼 중요함을 알게 된다. 더구나 화랑들이 불상을 세우고 지붕을 덮어 석굴사원을 만들었다는 불심이 바탕이 된 호국충정의 혈기까지 느껴지니 그 중요성이 더 크게 다가온다.



마애불상군을 지나면 자연로로 이어진다. 단선산지구에서 단석산 정상을 오르는 가장 짧은 코스이니 만큼 경사도는 큰 편이다. 낙엽 깔린 길의 부드러움이 발바닥을 통해 기분좋게 전달되어 온다. 바스락 밟히는 낙엽의 소리도 바람소리와 섞여 기분을 좋게 한다. 흥겨운 산친구와 호젓한 늦가을의 산행을 하는 기분이다. 

한 바탕 오르막은 두 개의 큰 바위가 있을 때 한 번 끝나고 잠시 휴식 뒤 다시 더 된 오르막이 이어진다. 조금씩 기분좋은 땀방울이 맺힌다.





경주에서 최고로 높다는 단석산 정상에 다다른다. 김유신이 통일의 꿈을 안고 난승에게 비법을 전수받아 바위를 내리쳐 갈라졌다는 단석의 형상과 바위에서 떨어져 나온 돌멩이들이 주변에 있지만 주변의 지형으로 보면 자연적인 것보다 인위적인 모습으로 비친다. 정상부는 바위가 별로 없는 육산인데 이 바위들만 옮겨 놓은 것 같은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어쨌던 다른 쪽에 있다는 높은 단석도 보고, 논문에 나와 있는 팔공산 중암암의 단석도 보면 조금 더 흥미로워질 것 같다. 오늘은 그저 김유신이 되어 단석된 돌을 다시 한 번 내리쳐 보는 퍼포먼스를 해 본다.  




돌아 내려 오는 능선의 줄기는 보이는데 그 곳으로 가는 길은 없는 상황, 그냥 포기하고 되돌아 내려 온다. 내려 오면서 보는 풍경은 또 다른 느낌이지만 약간은 미끄러운 낙엽길이라 발걸음에 집중한다. 신선사는 여전히 불경 소리가 울려 퍼지고 올라 갔던 스님은 주변을 산책 중이다.  

호젓한 산사, 조용한 단석산, 편안한 오후 반나절 산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