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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전북

(등산 251봉) 전북 진안 운장산, (등산 213봉) 구봉산

2019년 1월 26일 일요일

 

여유는 없다. 무조건 앞만 보고 걷기 


▶코스 : 피암목재 → 칠성대(1120m) → 운장산 운장대(1126m) → 삼장봉(1133m) → 각우목재 → 구봉산 복두봉(1018m) → 구봉산 천왕봉(1002m) → 윗양명주차장   

 

친구 순옥이가 100대 명산한다며 추천한 산악회, 벚꽃.

무엇보다 김해에 들러기 때문에 교통편도 좋아 선택해 본다.

엠넷에서 구봉산 단독 산행을 하며 뒷쪽으로 보이던 운장산을 눈여겨 둔 터,

반가운 마음에 운장산과 연계한 운장-구봉 산행에 나선다.

 

670m 정도 높이의 피암목재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바로 등산로로 이어지는데 잔설이 간간히 있는 등산로가 반갑다.

차에서 내려 장비 점검하고 고개를 들어 보니 벌써 모두 올라가고 있는 중이다.

오늘 분위기가 예상된다.

 

 

 

능선에 올라서니 단정한 등로가 이어지고 간간히 바위도 만난다.

편안하고 기분좋은 길이다.

예상했던 것보다 길이 좋다. 길은 눈이 다 녹아 아이젠은 따로 할 필요가 없다.

바위에 소나무,,,단정하고 정갈한 길이다. 

 

 

 

시원한 전망터를 지나고 오르락 내리락 봉우리를 지나면 연석산과 운장산으로 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새롭게 시작하는 오름길, 운장산 서봉으로 가는 길이다.

응달이라 눈이 녹지 않았지만 얼지는 않아 걷기에 별로 불편함은 없다. 

연석산을 저장한다. 다음에,,,,

 

 

 

갑자가 눈 앞에 거대한 바위가 나타나고 사방이 트여 온다.

운장산 서봉인 칠성대이다.

거대한 바위 덩이지만 면이 모두 곡선인 순한 봉우리다. 

1120m인 칠성대, 피암목재에서 오르락 내리락 400여m를 더 올라온 셈이다. 

시원하게 트인 주변을 감상하며 좀 앉아 있고 싶은데 이미 선두 멤버들은 보이지 않는다.

할 수 없이 급하게 사진 몇 장만 찍고 다시 구봉산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돌아서 보니 여전히 칠성대는 우뚝하고 우람하고 멋있다.

저 곳에서 조금 더 전망을 즐겨야 되는데....아쉬움이 밀려 들어 자꾸만 뒤를 돌아 본다.

별로 힘들이지 않은 능선길을 지나니 운장산 상봉 운장대가 눈앞이다.

잠깐 아래로 내려 오긴 했지만 칠성대와 높이가 6m밖에 차이나지 않은 고만고만한 높이의 봉우리다.

운장대는 칠성대보다 정상 부근이 좁아 사진 찍고 나면 딱히 쉴 만한 곳도 없어 바로 동봉 방향으로 향한다.

 

 

 

 

동봉행은 가파른 바위길을 내려 간다.

보기엔 순한 것 같은데 군데군데 바위타는 맛이 있는 다이나믹한 곳이 운장산이다.

좁은 바위 위 서너 사람 겨우 설 만한 바위 위에 동봉인 삼장봉 표지석이 서 있다.

1133m이니 운장산 삼 봉 중에 가장 높은 봉우리인데 운장대에 정상을 넘겨준 연유가 무얼까?

어쨌던 앉아 쉴 공간은 없다.

그러나 시원한 전망은 칠성대 부럽지 않다.

워낙 좁다 보니 정말 줄 서서 인증샷 찍고 나면 바로 자리를 양보해야 된다.

여기서도 여유는 없다.

 

 

 

 

 

 

 

 

구봉산 방향을 보며 편안한 내리막길이다.

따로 점심 식사 시간도 없다.

대충 친구랑 급하게 점심을 먹고 쉴 틈도 없이 다시 걸음을 옮기는데 능선 한 켠에 산악회 몇 분이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 그 분들을 지나쳐 각우목재로 내려 선다.

혼자 온 여성 한 명이 아이젠을 신는지 신발을 만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지나친다.

우리 뒤에 5명?

 

 

구봉산 구역으로 접어 든다.

능선에 오르니 사방이 조망되어 기분좋게 길을 걷는다.

조금 있으니 점심을 먹었던 분들이 지나쳐 간다.

그럼 우리 뒤엔 여자 분 한 명?

천천히 복두봉에 오른다.

 

 

 

 

같이 간 순애는 복두봉을 오르지 않고 바로 지나간다.

결국 인증샷 못 찍고 표지석만 찍고 오는데 복두봉에서 바라보는 전망도 시원하다.

멀리 걸어야 할 구봉산 방향이 아스라하게 드러난다.

마이산의 두 귀도 선명하게 보인다. 산그리메가 멋지다.

 

그런데 뒤에 처졌던 여자 한 명이 나타나지 않는다.

자꾸 신경이 쓰여 돌아보는데 흔적이 없다.

산악회 오늘 임시총무라는 여자 분도 벌써 가 버렸다.

기다려야 되나, 가야 되나 망설이다 자신 있으니 혼자 왔겠지 하며 구봉산 방향으로 향한다.

 

 

 

젊은 청춘 남녀 한 쌍이 늦은 점심을 먹고 있다.

커피를 타 주겠단다. 이런 고마울 데가,,,,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처져 있는 여자분 얘기를 하니 각우목재에서 봤단다.

은근히 좀 챙겨주길 바라고 이야기 했는데 무심한 듯 그냥 간다.

아,,,,어쩌지?

또 조금 걸어 간다.

산죽 숲에서 저 멀리 복두봉 방향을 바라보며 선다. 도저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대숲은 혼자 걷는 건 아무래도 너무 무섭고 만약에 무슨 일이 생기면 전체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할 수 없이 오늘 오지 않는 산행대장에게 전화를 걸어 쳐진 여자분에게 전화를 건다.

복두봉 아래란다. 하....30분 정도는 족히 걸릴 시간인데....

이젠 어쩔 수 없이 함께 가야 한다. 산행대장에게 상황을 이야기하고 여자분을 기다린다.

대숲 앞에서 만나 앞장 세우고 걸어 가는데 발걸음이 빠르지 않다.

이미 주차장에서 만나기로 약속한 시간이 다 되어 간다.

뒤에서 약간 재촉하듯이 따라 가는데 힘이 부치는 모양이다. 앞서가란다. 이런,,,,,,

할 수 없이 천천히 가자 하고 쉬엄쉬엄 올라 간다. 드디어 구봉산 천왕봉.

 

 

 

 

1봉까지 돌아 내려가긴 이미 늦은 시간.

구봉을 내려가서 바로 하산 코스로 접어 들기로 하고 가파른 구봉을 내려 간다.

해라도 넘어 갈까 마음이 급하다.

버스에 있는 임시 총무가 전화가 온다.

그래도 어쩔 수 없는 상황.

구봉 아래서 바로 윗양명주차장으로 하산한다.

내려오는 길은 비교적 순탄한 길.

주차장이 멀리 보일 때 쯤, 벌써 어둑어둑하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연신 고개를 조아리며 들어 가는데 정작 늦은 당사자는 아무 말이 없다. 우~~~씨!

약속한 시간보다 2시간 정도는 늦은 것 같다.

그래도 '인자요산'인 분들이라 화내는 사람은 아무도 안 계신다.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커피 타 주던 젊은이가 늦은 이유를 묻는다.

자초지종 설명하고,,,,

부산으로 오는 길에 들른 휴게소에서 이 여자 분이 굳이 음료수랑 과자랑 잔뜩 사서 준다.

우리 아니었으면 정말 큰 일 날 뻔했다고,,,너무 고맙다고,,,

안 받으면 마음의 짐으로 남을까 봐 음료수랑 과자를 받아 가방에 넣는다.

이 산악회의 시스템을 잘 모르고 그냥 룰루랄라 가는 산행쯤으로 생각하고 왔을텐데 이 여자분도 큰 경험했을 것이다.

어쨌던 산행에 참가한 사람들을 챙기지 않은 건 산악회의 문제로 보인다.

제일 뒤에서 챙기는 한 사람은 있어야 할 듯,,,

 

운장산은 덕분에 경치보다 이 여자분과의 에피소드가 자리를 잡았다.

나는 구봉산을 다녀 간 터라 1봉부터 9봉까지의 바위 타기 산맛을 즐겼지만 순애는 달랑 구봉만,,,

어쨌던 오늘의 산행은 여유있게 누리고 즐기는 산행이 아니라 그냥 찍고 지나가는 산행....

조금 더 시간적 여유를 주면 좋으련만 나한테 맞춰 달라고 할 수는 없고 아쉽긴 하고,,,,

이 산악회를 계속 와야 되나 말아야 되나 숙제가 하나 생긴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