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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전북

(등산 330봉) 전북 순창 용궐산

2021년 8월 7일 일요일

 

섬진강 조망하며 걷는 암릉길 최고

 

 

 

 

등산코스 : 용궐산주차장 - 하늘길 - 산림휴양관삼거리 - 달구벼슬능선 - 느진목(어치계곡 삼거리) - 된목(용굴 삼거리) - 용굴 - 능선 - 용궐산 정상 - 내룡고개 - 내룡마을 - 요강바위 - 용궐산주차장 원점회귀

 

우연히 검색하다 발견한 용궐산 하늘길 잔도찾아 긴 시간 운전대를 잡는다.

저녁 노을 보려고 조금 여유롭게 출발해 12시경 도착.

주차장에서 보이는 잔도를 보며 실수였음을 확인한다. 

통바위위에 만들어진 나무데크는 그늘하나 없는 뙤약볕속.

첫 길이고 잔도를 보러 왔기에 모자를 눌러 쓰고 햇볕 속으로 나아간다.

산행길은 하늘길이라는 유명세타는 그 길로 안내를 한다.

아직 공사가 진행중이나 다니는 덴 별 지장이 없다.

2미터 남짓한 등산로는 넓직한 돌을 평평하게 깔아 다니기에 불편함이 없고 공사에 무척 신경썼음이 보인다.

통바위 가장자리를 따라 만든 돌길, 그 끝에 데크계단.

소문을 듣고 찾아온 것 같은 연세가 좀 들어 보이는 분들은 8월 더위에 지쳤는지 나무그늘 조금 드리운 데크계단에 앉아 지친 쉼을 한다.

 

데크 계단을 따라 오르면 섬진강을 사이에 두고 벌동산이 있고 거기도 통바위산이다.

하류 섬진강과 같은 강이라는게 믿어지지 않을 만한 내, 계곡같은 크기의 섬진강.

중요한 건 섬진강라이딩을 하면서 저 길을 달렸을텐데 용궐산, 요강바위의 존재를 전혀 몰랐다는 것.

'아는 만큼 보인다'는 사실이 증명된 셈.

그저 내를 따라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것에 만족했을 것. 

 

드디어 햇빛 노출 구간을 앞두고 긴 호흡으로 마음을 다잡는데 바위에 새겨진 한자어가 보인다.

'계산무진', 산과 물이 다함이 없다. 

자연의 영원을 이야기한 것이라 생각했더니 검색해보니 계산 김수근에게 써 준 추사 김정희의 글이다.

계산이여 다함이 없어라. 사람에게 다함이 없음이란 주로 명예,,,권력에 대한 응원.

글 써 준 연유는 공부를 통해 더 알아봐야 하는 상태.

 

어쨌던 돌에 새긴 한자어가 슬슬 눈에 거슬린다. 해서체인 다른 글자는? 바람풍, 춤출 무, 날비? 용궐산에서 내 무식함을 직면해야 되나?

그나마 중학교때 엄청나게 엄격한 선생님 덕분에 3년내내 한자를 열심히 공부하게 되어 기본 글자는 읽을 수 있지만 여기에 오는 사람 중 저 의미를 아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글의 의미는 두고 잔도도, 돌에 글자 새기는 것도 중국을 그대로 베낀 것 같아 자존심 상하고 바위에 생채기를 낼 만한 가치가 있는지 슬슬 부아가 난다.

햇볕이 너무 따가워 더 그랬을 수도 있다. 

 

자고로 길은 필요에 의해서 생긴다.

중국의 잔도야 삶의 수단으로 생겨난 것이지만 이 곳 용궐산 잔도는 길이 있음에도, 굳이 필요하지 않는데도 오로지 사람을 불러 들이기 위해 자연을 훼손해서 벌린 일이다.

돌에 새긴 한자어를 보면서 중국인들은 얼마나 뿌듯할까? 알아서 제대로 사대를 해 주고 있으니,,,

하늘길도 바위를 걷는 게 아니라 그냥 데크를 걷는 것이다.

아무런 의미가 없다. 여기에 낚인 나같은 사람이 찾아 오긴 하겠지만 후손들에게 제대로 욕 먹을 짓을 했다.

 

하늘길이 끝나니 산림휴양관에서 올라오는 등로와 만나 그늘길이다.

이런 길이 있는데,,,,

그늘진 바윗길,,,가끔 밧줄을 만나고 오르락내리락 걷는 맛이 좋다.

달구벼슬능선이란 이름에 맞게 오르락내리락, 바위 위 그늘에 앉아 쉬기도 좋다.

무량산.. 용궐산처럼 통바위산이다.

 

한 바탕 바위능선 걷기가 끝나면 숨 고르며 오를 수 있는 완만한 구간 시작, 느진목이다.

흙길이 많고 바위도 순한 편이라 가끔 불어오는 바람을 즐기며 된목에 이른다.

 

가파른 경사임을 알리는 된목구간에서 용굴이 눈에 들어온다.

0.3km 왕복 0.6km...내려갈까 말까 잠시 고민하다 "가자!"

길은 계속 내리막길이다. 고목이 자리한 마당바위에서 물 한 모금 마시는데도 모기의 공격에 쉬지를 못하고 일어선다.

마타리

 

용굴 입구엔 누리장나무가 주변을 밝힌다.

이무기가 용으로 승천했다던지 용이 내려와 쉬었다던지 하는 전설 하나 있을 터... 

돌에 인공적으로 구멍을 낸 게 아니라 서로 겹쳐 공간이 생긴 형태라 사이사이 하늘이 들여다 보이고 비가 오면 빗물이 새어들어올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이 살았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용굴 입구
용굴 내부
용굴 내부에서 바깥쪽을 보고 
누리장나무

 

용굴앞에서 왔던 길을 되돌아가야 되나? 용굴앞에 있는 길을 따라 나아가야 되나? 

안내판하나 없는 길이나 정성스레 만든 돌길때문에 이어지는 길이 있을거라 판단하고 앞으로 나아간다.

조금 가니 돌길은 사라지고 길도 점점 옅어지며 돌아가야되나를 계속 고민하며 걷는다.

나무 사이로 드러나는 세 개의 바위 봉우리,,,저 쯤이 능선이겠거니,,,그 방향으로 나아간다.

 

그러다 만난 길쭉한 바위...

근데 그 끝은 벼랑이다. 아까 보이던 세 봉우리는 벼랑 건너편 능선 바위다.

다시 또 고민,,,,그러나 돌아가긴 너무 멀다. 에라 모르겠다. 위로 치고 올라 가 보자....

근데 숲을 헤치고 나아가니 툭 트인 너른 전망바위가 나타난다.

 

뒤쪽엔 사람의 손길이 닿은 돌담도 보인다. 

길이 있겠구나,,,반가운 마음에 돌담을 넘으니 응? 봉분없이 비석하나 바닥에 있는 무덤이다. 

비석도 바닥형 3,40cm 정도 크기,,,주변에 모종삽,,,이렇게 외진 곳에,,,뭔가 사연이 있을 것 같지만 알 수는 없고,,,

어쨌던 무덤까지 있으니 길은 있을터,,,

전망이 드러나니 내 위치는 알겠고 일단 위로 나아간다.

 

그러나 더 이상의 길은 없고 바위는 내려가기를 고민하게 만드는 가파른 형태.

머리속은 내내 돌아가야 하나를 질문하지만 돌아가는 길은 아는 길이고 일단 가는 데까지 가보고 안 되면 돌아가자,,,

생각보다 먼저 발은 앞으로 내딛고 있다.

양팔을 버팅기며 겨우 바위를 내려와 좌우를 살피니 한쪽은 벼랑.

반대쪽으로 나아간다. 

바위와 바위 사이엔 흙이 자리하고 그 자리를 나무가 지탱해주고 있으니 그 나무를 부여잡고 길을 잡아 나선다.

잠시 약초꾼 모드.

거미줄, 나무줄기가 얼굴을 가리고 혹여 미끄러질세라 부여잡은 팔다리는 힘이 빠진다.

원시의 숲 체험에 진이 빠질 때쯤 숲은 깨끗해지고 된목에서 올라오는 능선길과 만난다. 

 

햇볕 충만

바람 넘실

금방 걸은 한 시간여의 헤맴 시간이 꿈같다.

거기다 섬진강,,,이어지는 산그리메,,,주위의 벌동산, 무량산 조망,,,불어오는 바람까지 

모두 보상받은 기분이다.

 

정상은 그야말로 360도 전망터.

시원한 바람에 더 시원한 전망으로 가슴속이 탁 트인다.

그런데 그늘은 없다. 데크가 없으면 전망대뒤 나무 그늘에서 쉴 수 있을 것 같은데 전망대가 그 자리를 뺏었다.

이렇게 훌륭한 자연석이 있는데,,,굳이,,,데크전망대가 시야를 가린다. 자연에 설치하는 인공시설은 정말 최소의 장치만 했으면 좋을 것 같다. 그래서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저 전망데크는 다음엔 철거해 줬으면,,,,

 

요강바위를 보기 위해 내룡고개로 향한다.

정상에서 인증샷을 찍어준 친절한 광주아저씨는 좀 더 쉬고 오겠단다.

가야 할 능선이 부드럽게 다가온다. 

저 멀리 물굽이가 흐르는 그 뒤로 옥정호가 있을 터,,,

내려가면 자전거로 달려 보리라...조망을 즐길 수 있는 정상부의 평평한 능선이 제법 이어진다.

 

하산길은 거친 바위길이지만 시원한 전망과 안전 밧줄, 데크 계단길로 어렵지 않게 내려온다.

바위 사이에 자라는 명품 소나무들도 눈의 즐거움을 더한다.

 

세 봉우리,,,

아까 헤맬 때 이정표가 되어 준 바위다.

생각보다 엄청나게 크다. 

카메라 속에 다 들어가지 않으니 부분만 담는다. 

광주아저씨가 휴식을 끝내고 따라 붙어 동행이 되었다. 

몇 년 전에 산행하고 정말 오랫만에 용궐산 산행에 나섰다며 이제부터 산행을 해 볼 참이란다. 응원한다. 광주아저씨~~~

 

사거리갈림길

내룡마을쪽 장군목유원지에 요강바위가 유명하다니 광주아저씨가 동행한다. 

이 더운 날씨에 달랑 물 2병 들고 왔단다. 

아직 녹지 않은 단술 1병과 물1병을 내어 준다.

주섬주섬 챙겨넣은 게 대 여섯 개, 오늘 먹은 게 달랑 물1병과 커피 하나.

내 배낭은 아직 넘치는 상태다. 

미안해하는 아저씨에게 무게도 들 겸 주는 거니까 감사히 받으라 권한다.

 

마을로 난 임도를 걸으며 용궐산을 올려다 본다. 

저 바위 저 끝 벼랑에서 바위 사이 틈으로 기어 오르고,,,,눈으로 다시 그 길을 짐작하며 걸어 본다. 

딱히 경치는 볼 것도 없었던 헤맴 구간이었는데 그 길이 더 머리에 생생하게 박혔다. 

용궐산 하늘길 잔도도 어렴풋이 보인다. 풋~~괜한 짓...쩝

 

장군목유원지에 도착할 때쯤 해가 기운다.

현수교 뒤로 노을이 내려 앉는다. 

산에서 만나고 싶은 노을,,,노을 진 후 어두워진 하산에 딱히 자신이 없으면서 산 위에서 노을 보기 희망...모순이지만 생각하면 언젠가 이루어질 듯...

 

바위는 정말 재미있다. 요리조리 파인 형태가 조각품이다. 

요강바위는 아예 바닥까지 동그랗게 구멍이 나 있다. 막힌 요강이 아니라 구멍난 요강이다.

 

다시 올려다 본 하늘길,

도대체 누가 아이디어를 낸 걸까?

아무리 잘 봐 주려고 해도 요건 안되겠다. 

 

용궐산은 달구벼슬능선을 비롯한 바위 능선을 걷는 맛과 시원한 전망을 즐기며 걸을 수 있는 멋진 바위산이다.

하늘길로 유명세를 얻었지만 하늘길보다 기존의 길이 훨씬 멋진 길이다.

주변의 채계산, 무량산, 어치계곡, 주변 섬진강 라이딩길,,,

다시 와야할 몇 배의 이유를 안고 간다.

숙제같은 산에 다녀 오고 나서 다시 꼭 찾아 가마. 

 

< 용궐산 등산지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