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내여행/경남,부산

(등산 291봉) 경남 밀양 실혜산, (등산 292봉) 밀양 정승봉

2020년 7월 20일 월요일

 

비 오는 날 산행 뒤 따뜻한 국물

 

 

등산코스 : 산고을집 - 미륵봉(767m) - 실혜산(828m) - 정승봉(803m) - 임도 - 산고을집

 

정승골이 알려지지 않은 때, 친구 오빠가 땅 산 곳이 있다며 들러 물놀이 즐겼던 정승골.

그 정승골로 산행할 수 있다는 소리를 듣곤 바로 찾아 나선다. 옛날에 비해 차가 들어가는 길도 생기고, 펜션이 계곡을 따라 늘어서서 옛날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다.

실혜산, 정승봉만 두르는 작은 원점회귀를 위해 산고을집을 중심에 둔다.

주변의 펜션에 비해 소박한 집이지만 주인 할머니의 인상이 너무 부드럽다. 옻닭을 주문해 놓고 개울건너 들머리를 찾는데 풀에 가려 보이지 않아 한참을 헤맸다. 계곡 건너 오른쪽으로 풀숲을 헤쳐 가면 나무 위로 시그널이 보인다.

 

노란 짚신나물이 반겨주는 능선길에 도착하면 정각산에서 올라오는 등로와 만난다. 여기부터 외길이라 헷갈릴 위험이 없다. 훤칠한 소나무숲 사이로 떡갈나무가 간간히 있는 기분좋은 길이다. 오후 늦게 비 예보가 있어 그런지 주변은 약간 운무가 끼었지만 걷기엔 더 없이 편안하다.

 

키 큰 소나무숲에 떡갈나무가 간간히 섞인 기분좋은 숲길. 산수국, 둥글레 군락이 있긴 했지만 단연 압도하는 건 소나무,,,흐린 날씨로 운무가 다소 끼이긴 했지만 편안한 길이라 발걸음이 가볍다. 그러다 툭 예고없이 미륵봉이 나타난다. 나무가 우거져 있어 봉우리라 부르기도 애매하지만 누군가가 붙여둔 나무 표지가 이름을 알려준다.

 

그러다 만나는 실혜산 정상. 이름도 다양하다. 실혜봉, 실혜산, 해남산,,,내 영역 밖이라 난 그냥 실혜산으로 정리한다. 넓은 정상이지만 나무로 둘러싸여 조망은 없다. 3시부터 내린다는 비가 한 방울씩 내리기 시작한다.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정승봉으로 향하는데 빗줄기는 오락가락, 주변은 안개속이다. 옷 안으로 카메라를 넣고 살짝살짝 사진을 찍는데 여태껏 모습과는 달리 나무없는 탁 틔인 길이다. 안개로 보이진 않지만 길 아래의 깊이가 상상속에서 전개되며 가을에 다시 와보고 싶은 의욕을 일깨운다. 제법 높은 바윗길을 오르내리며 도착한 정승봉엔 앙증맞은 정상석이 예쁘게 앉았다. 빗줄기가 더 굵어져 할 수 없이 카메라를 가방안에 집어 넣는다.

 

이제부터 하산인데 내려가는 길이 보이지 않는다. 계속 내려가면 산고을집을 한참을 지날텐데,,,,눈 크게 뜨고 오른쪽으로 꺾이는 길을 찾아 본다. 그러다 어슴푸레하게 길같은 것을 만나는데 가다가 길이 끊기길 일쑤다. 몇 번 알바를 하고 나니 풀이 잔뜩 짙은 임도를 만난다. 사람의 발길이 오래 전 끊긴 것 같으나 그 길 가장자리로 주황색 하늘말나리, 다홍색 산딸기가 주위를 밝힌다. 산딸기줄기 가시가 바지를 헤집고 칡덩굴이 발길을 채는 길을 한참 걷고 나니 거짓말처럼 말끔한 임도가 나타나고 그러다 툭, 사람 냄새 물씬나는 계곡을 만난다. 산고을집이 있는 마을 위쪽이다.

잘 포장된 길을 따라 내려가 보라다알리아가 환한 산고을집으로 들어가니 이미 준비된 옻닭을 내 주시는데 굳이 개울 건너 보라다알리아가 환하게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아 주신다.

비 맞은 온 몸을 따뜻한 옻국물로 덥혀 내고 나니 세상에 부러울 게 하나 없다.

주인 할머니는 다알리아뿌리를 11월에 캐서 보관하는데 그 때 오면 준다고 꼭 오란다. 집에 있는 식물 모조리 나눔한 터라 뿌리에 대한 관심은 없지만 할머니의 정을 생각해 10월이 끝나가는 가을 다시 한 번 정승골을 찾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