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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경남,부산

(등산 294봉) 부산 기장 감딤산

2020년 7월 26일 일요일

 

폭우가 할퀴고 간 상처 투성이 그리고 알바잔치

 

 

등산코스 : 용소웰빙공원 - 기장산성 - 산성산 - 해운대 방향 - 안적사 삼거리에서 왼쪽 송정천 - 계곡건너 감딤산 - 내동 - 내리

 

장산 하산길에 올려다 본 구곡산과 감딤산을 가 보기로 한다.

출발은 기장 산성산으로 하고 검색해 보니 이름도 예쁜 용소웰빙공원이 있다.

무려 2시간이 넘게 걸려 도착한 용소웰빙공원.  그러나 폭우로 인해 물은 흙빛이고 주변도 어지럽다. 저수지둑 끝에는 비닐 테이프로 정지선을 쳐 놓았지만 돌아갈 수도 없어 그걸 넘어 데크로 들어가니 금방 산성산 가는 철계단을 만난다.

비닐줄로 덕지덕지 감긴 데크길에 비해 자연로는 깨끗하다. 얼마 올라 가지 않으니 잘 닦인 넓다란 임도와 만난다. 아무 생각없이 표지판만 보고 왼쪽으로 갔더니 계획한 노선과 어긋났다. 1차~

 

너무 잘 닦인 임도는 재미가 없다.

샛길로 접어 드는 길이 있을거라 짐작하며 주변을 살피며 걷는 중, 풀이 난 좁은 길에 시그널이 하나 보인다. 길을 따라 올라가니 철탑이 나타나고 거기부터 길이 사라진다. 2차~

키 큰 풀과 잡목이 우거져 있어 걷기에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돌아 내려갈까 하다 풀을 헤치고 들어가 본다. 돌무더기 같은 게 보여 올라가 보니 흩어러진 산성이다. 

산성 위를 걸어가나 얼마 못 가 잡목으로 걸을 수가 없다.

주위를 이리저리 헤매다 방향을 위쪽으로만 해서 올라가 본다. 그러다 덤불 사이로 갑자기 풀만 소복히 난 무덤 2기가 나타난다. 그 위를 올라가니 2개 벤치가 나란한 넓직한 등산로다. 

정상에는 기장산성 발굴에 관한 기록들이 적혀져 있고 내가 지나온 자리가 출입금지구역인 기장산성 발굴 현장이었다. 어쩌다 범법행위. 

정상에는 정상석은 보이지 않고 남문터라는 웅덩이가 팬스로 처져 있고 예쁘장한 정자가 자리를 지킨다. 정자엔 남자 한 분이 혼자 앉아 있어 가 보지도 못 하고 주변만 돌다 해운대 방향으로 다시 내려온다. 

 

 

장산으로 가는 길은 넓기도 하고 안내판도 잘 되어 있고 걷기도 편하다.

나무도 키가 자라 적당히 그늘도 있는 편이라 기분좋게 걸을 수 있는데 도통 앉을 만한 곳이 없고 성가시게 따라 붙는 날파리떼가 여간 성가신게 아니다.

배가 고파 나무 아래 잠깐 앉았다가 대여섯 군데 모기한테 물리곤 어쩔 수 없이 다시 걷기 시작한다.

모처럼 만난 바위 쉼터에서 얼린 맥주로 목을 축이는데 오는 길에서 스쳐 지났던 여자 한 분이 올라와 옆에 앉으며 자기 얘기를 늘어 놓는다. 미국 영화에서나 있을 만한 희한한 상황에 잠시 당황했는데 결국 먹을 걸 가져 오지 않았다며 요기거리를 부탁한다.

삶은 옥수수 하나를 건내니 조금 더 너스레를 떨다 뒤에 따라오던 동행과 사라진다. 부산, 경남에선 정말 보기 힘든 재밌는 상황이다. 나도 맥주 하나를 다 마시곤 다시 가던 길을 걷는다. 

 

안적사로 갈려다 송정천으로 내리선다.

느낌상 분명히 등산로가 있을 것 같은데 한참을 내려가도 등산로는 보이지 않고 폭우로 인해 부숴진 다리만 나타난다. 3차 오류~

그 길을 다시 돌아 안적사로 향하는데 계곡 건너편으로 노란 시그널 하나가 살랑거린다. 국제신문 시그널이다. 얼른 계곡을 건넌다. 좁지만 편안한 길을 따라가면 다시 계곡을 만나는데 사유지를 나타내는 설치물이 흉하게 널부러져 있다. 

 사유지가 끝나는 지점의 계곡 맞은편이 산사태로 엉망이다. 국제신문 시그널은 그 쪽으로 나 있다. 시그널을 따르며 조금 올라 가니 등산로 자체가 쓸려 내려가 보이지 않는다. 산사태 난 길을 왔다 갔다 또 알바 4차, 결국 길찾기 실패하고 산사태 난 곳을 따라 올라간다. 

가파르고 좁은 길이라 다소 불편하긴 하지만 보기보단 힘들지 않다. 산사태의 끝에서 흙뿌리를 잡고 올라 조금 더 가니 등산로가 나타난다. 그 길을 따라 가니 감딤산과 구덕산을 잇는 구치고개를 만난다. 이제 제대로된 등산로를 만난 터라 너무 반갑다.  

 

 

 

어디로 갈까?

구곡산, 감딤산을 다 갈려니 방향도 반대고 체력적으로도 시간적으로 무리다. 구곡산은 다음을 기약하고 감딤산으로 향한다.

왼쪽 감딤산으로 올라가는 길은 선명한 등산로에 바위가 곳곳에 있는 기분좋은 길이다.

감딘산, 감딤산으로 표시되는 지도를 켜고 정상을 찾는데 지도와는 맞지 않는 곳에 감딤산 정상석이 놓여 있다. 해운대가 조망되는 편안한 곳, 처음으로 편안해진다.

정상석 앞에서 간단 요기와 커피를 마시고 바위 능선길을 따라 기분좋게 하산한다. 인물좋은 명품 소나무도 만나는 상큼한 길이다. 기분은 다시 좋아져 발걸음이 가볍다.

 

삼거리에서 봉우리 하나가 앞을 막아선다.

잠깐 갈등하다 편한 왼쪽 하산길로 접어든다. 그런데 길이 점점 희미해지더니 또 없어지고 사라진다.  5차 오류~

비로 또 길이 끊어졌다. 그냥 길 무시하고 아래 쪽으로만 내려 왔더니 다시 등산로가 나타난다. 그러다 툭, 잘 닦인 포장임도가 턱하고 나타난다. 다시 갈등. 여기선 또  방향으로 바로 갈까하고 오른쪽 오르막으로 갔더니 길을 보수하고 있는 아저씨가 계신다. 그런데 어디 가냐고 묻는다. 산길을 가는데 어디 가냐니,,,내리로 간다니 길이 없고 사유지라 들어갈 수가 없단다. 헐,,,6차 오류~

어떻게 임도를 막을 수 있지? 참 오늘 어째 이러냐? 다시 돌아 내려오다 내가 내려온 곳에 다다랐는데 사유지 출입금지 글자가 크게 써 있다. 또 범법?

한참을 내려오는데 주변이 온통 사유지다. 펜스 안은 정리되지 않고 방치된 곳도 있어 흉한 모습이다. 생각해 보니 임도라기 보다는 사유지로 가기 위해 낸 도로인 모양이다. 어쨌던 도로를 따라 가니 2차선 차도와 만나고 버스타는 오신정류장까진 걸어서 40분여를 내려가야 하는데 딱딱한 길은 걷고 싶지 않아 카카오택시를 부를까 하다 앱이 깔려있지 않아 포기,,,터벅터벅 걸어 내려온다. 발바닥이 엄청 아파온다. 봉우리 있는 삼거리에서 그냥 직진했으면 산길을 걸었을건데,,,후회가 밀려 왔지만 돌아갈 수도 없는 길. 오신 정류장에서 버스타고 송정역에서 내려야 하는데 벨을 누르지 않아 송정해수욕장에서 내려 7차 오류.

다른 버스타고 장산역에서 내려 수영역에서 환승, 다시 대전역에서 환승, 경전철타고 김해시청역에서 차 회수. 완전 뻗었다. 씻지도 않고 거실에 대자로 누워,,,"저녁 못 해 준다." 절규.

맛집으로 소문난 족발에 맥주시켜 완전 보상. 아,,,,감딤산의 잊지 못할 알바의 추억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