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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경남,부산

(등산 95봉) 경남 밀양 구만산

2020년 9월 10일 목요일

 

폭포, 계곡, 바위, 숲, 바람,,,,구만산에 취한 날

 

 

등산코스 : 구만산장 - 구만암 - 약수탕 - 구만폭포 - 구만산 - 능선 - 구만암

 

합성 야유회로 구만폭포를 찾았을 때도 한울림에서 구만산을 찾았을 때도 구만폭포는 물기 하나 없던 그저 높은 바위의 안타까움뿐이었다. 한울림에선 육화산과 함께 걸었단 기억만 있고 코스는 전혀 기억나지 않은 이런 기억을 갖고 구만산과 육화산을 걷고자 찾아 나선 길. 구만산장아래 길옆에 주차를 하고 구만암 아래길을 따라 계곡을 따라 난 길을 따른다. 과거엔 볼 수 없었던 풍부한 수량의 물이 소리도 힘차게 흘러 내리고 있다. 물을 한껏 담아 이룬 소는 산을 담아 푸르게 푸르게 원형을 그린다. 

 

너덜지대를 지나며 거대한 구만산 암벽을 마주한다. 기억에 없던 모습이다. 떠돌아 다니던 기억의 조각들을 찾아 보지만 이런 기억은 아무 곳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여름만 되면 주구장창 석골사계곡만 찾았던 것이 후회되는 시점이다. 시원한 물소리가 계곡을 타고 올라온다. 건너편 암벽, 암봉들이 손에 닿을 듯 다가온다. 그러다 만난 구만폭포,,,,절벽을 따라 쏟아 내리는 폭포의 위용이 대단하다. 건너편 암벽 사이에 놓인 '구만탕, 선녀는 무료'라는 문구가 재미있다. 그냥 가기 아쉬워 폭포 앞에서 이름 점심을 먹는다. 이보다 좋을 순 없다. 

 

거대한 암벽과 암봉을 조망하며 구만산으로 오르는 길은 불끈불끈 힘을 쏟게 한다. 숲에 가려 암벽 사이로 살짝밖에 드러나지 않은 폭포의 물줄기가 아쉽다. 그러나 거대한 암벽이 이룬 곡선의 산능선과 계곡 사이로 드러나는 V자 협곡은 네팔, 아르헨티나 트레킹 기억까지 소환해 와 더 넓게 더 높게 인식되고 있다. 거기다 누군가의 손에서 탄생한 익살스런 목장승이 웃음까지 자아내게 만든다. 그러다 만난 구만산 정상이 낯설다. 기억에 정상 모습은 없다. 육화산도 잠깐이었는데 능선을 따라 가기엔 너무 먼 거리다. 언니랑 의논해서 그냥 능선을 따라 하산하기로 한다. 기억의 조각들을 아무리 연결해 봐도 구만산과 육화산을 가볍게 걸었던 기억을 이해할 수 없다. 아, 옛날이여....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한 내 머리의 지우개여.

 

능선을 따라 내려오는 길은 화창한 날씨탓에 완벽한 조망을 선물받았다. 얼마 전 걸었던 길이라 운문산, 억산, 사자봉, 문바위, 가인저수지까지 손에 잡힐 듯 선명하다. 더 멀리 지룡산이 손짓하고 그 앞산 호거산도 나를 부른다. 대비지에서 억산을 오르는 길도 궁금하고 육화산 능선길도 궁금하다.  눈으로 산그리메를 이어 걸으며 어느 날 어떤 곳을 걷고 있을 내 모습에 벌써 기분이 좋아진다. 구만암에 도착해 보니 계곡에 들어가기가 애매하다. 육화산을 찾을 때 들러기로 하고 아쉬운 마음을 접고 동네 아래에서 간단하게 씻는다. 오늘도 마무리는 맛도 친절도 최고인 다슬기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