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20일 목요일
폭염에도 산이 좋아, 계곡있어 더 좋아
등산코스 : 석골사 - 운문산,범봉 삼거리 - 전망대 - 범봉 - 삼지봉 - 팔풍재 - 깨진바위 - 억산 - 석골사
석골사 계곡에 물소리가 그득하다. 계곡 입구 폭포에는 이른 아침인데도 돛자리를 펴고 자리를 잡은 사람들의 몇몇 계신다. 자연보호만 한다면 최고의 피서지이다. 항상 지나치던 석골폭포에서 처음으로 인증샷을 남기고 익숙한 산행로를 따른다. 오늘은 범봉 가는 날, 굳이 범봉이 적힌 안내판이 있는 곳까지 올라갔는데 억산 표지판이 있는 아래쪽에서 올라와도 무방할 것 같다.
엄청 덥다. 전망대에서 깨진 바위, 억산이 내내 조망된다. 암릉을 오르려 바위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열받은 바위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로 머리가 아뜩하다. 바위길 포기하고 그나마 우회로인 그늘길을 선택한다.
범봉까지 오르는 길에 지친다. 팔풍재에서 내려 갈 생각까지 하며 범봉에 도착해 휴식을 취하고 나니 조금 여유가 생긴다. 능선길은 그늘인데다 체력도 회복되어 팔풍재를 지나고 삼지봉도 후딱 지난다. 억산까지의 능선길이 비교적 짧기도 하다. 깨진바위 아래 쇠계단을 오르며 지나온 범봉 능선, 더 멀리 운문산을 조망한다. 걸어온 길, 걸어왔던 길이 눈에 선하다. 푸르른 대비지를 내려다보며 이 코스로 오르고 싶단 여운을 남긴다. 깨진바위를 오르는 암릉길로 도전하다 포기한다. 열기가 너무 심하다.
억산 정상은 사방이 조망된다. 깨진 바위가 발밑에서 어른거린다. 발길닿은 능선 곳곳마다 추억이 묻어난다. 미답의 능선은 눈으로 미리 걸어본다. 더 멀리 복호산, 지룡산이 눈길을 잡는다. 호거대가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온다. 다음 산행은 이어지는 능선 자락에 있는 구만산으로 계획을 세운다.
석골사로 내려오는 길은 시원한 전망 구간이 끝나면 가파른 돌길이다. 전망대에 서니 오늘 걸었던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가파른 돌길은 날카롭고 조심스럽기도 했지만 워낙 더웠던 날씨를 견뎌낸터라 힘들어도 뿌듯하다. 날머리는 석골사 예쁜 다리가 있는 계곡이다. 석골사계곡 아래쪽이라 그냥 폭포 아래에서 몸을 담근다. 고작 십 여분 담궜지만 오늘의 산행을 모두 보상해주는 듯하다. 오늘도 잘 걸어준 내 발과 무릎에 감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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