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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경남,부산

(등산 332봉) 경남 창원 웅산, (등산 333봉) 시루봉

2021년 8월 22일 일요일

 

창원, 진해, 김해를 굽어보며

 

 

 

등산코스 :  안민고개 - 만남전망대 - 정자 - 웅산샘 - 웅산 - 구름다리 - 시루봉 - 해병대교육사행군로 - 안민고개 

 

 

불모산 등산하며 정상까지 올라온 바이커들을 보고 불모산에서 웅산 방향으로 이어지는 임도를 보며 안민고개에서 올라오는 자전거길이 있을거라 생각했고 그 길을 확인해 보고자 안민고개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오늘의 목적은 산행겸 자전거길 확인

 

11시가 되어 도착한 안민고개 도로 곳곳엔 이미 많은 주차되어 있었는데 운좋게 주차장에 한 곳이 비어 있다. 

이제 생기를 잃고 마지막 열정을 토해 내는 배롱나무 아래로 안민고개와 만날고개의 유래가 적힌 표지석을 만난다. 

수없이 지나 다닌 길에서 처음으로 유래를 알게 된다.

 

안민고개는 삼한시대 생산된 철이 중국 일본으로 수출하기 위해 넘어가던 교통, 군사적 요충지이며 임진왜란때 최강 장군이 왜군을 크게 격파해 백성을 편안하게 해 주었다는 데에서 이름을 얻었고 만날고개는 창원으로 시집 온 며느리가 한가위 차례를 지내고 친정부모님이 그리워 무작정 진해를 향해 걷다 아침을 맞게 되었고 놀라 시댁으로 돌아가 시아버지에게 자초지종을 얘기하니 시아버지가 동네 어른들과 의논해 다음 해부터 시집 온 부녀들과 가족들을 만나게 해 주었다는 데서 만날재로 이름을 올렸다고,,,,

이상적인 시아버지상~

 

주차장쪽으로 자전거가 한 대씩 들어와 임도를 따라 올라가는 모습이 보인다. 눈으로 뒷모습을 따라 간다. 

임도옆 계단으로 올라가니 수크렁이 자라는 너른 마당에 진해 앞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만남전망대 데크가 조성되어 있다, 가장자리로 난 등산로를 따른다. 

수크렁

 

오늘 걸을 길은 시루봉누리길로 조성된 길이다. 11.2km, 진해 천자봉을 거쳐 대발령 만남의 광장까지 걸으면 되겠다.  

자전거길은 생각보다 넓지 않고 포장도 되어 있지 않아 내 수준으론 어렵겠단 생각을 한다. 길은 중간중간 두 갈래로 갈라져 등산길과 자전거길로 나뉜다. 등산길은 능선을 타고 올라가게 되어 있고 자전거길은 나름 정리해 둔 우회길인데 사람들이 자전거길을 따라 가는 모양으로 등산로에는 풀이 가득하다. 두 길은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한다.

이질풀

 

되도록 자전거길은 눈으로 보고 등산로를 따른다. 길 가득 자란 풀 속에 여름꽃이 눈길을 끈다. 길 주변엔 진해답게 벚나무가 도열해 있다. 진해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나무 속으로 불어와 시원함을 더한다.

무릇
산씀바귀
사광이아재비
파리풀

 

시원한 전망이 드러날 때쯤 내가 자전거 타러 올 곳이 아님을 절감한다. 등산로는 바위 능선을 따라 이어지고 자전거길은 자전거 한 대 겨우 지나갈 만 하다. 자전거길 살피기를 포기하고 눈에 익은 풍경들을 조망한다. 멀리 진해해상공원, 진해만은 자전거로 몇 번씩 다녀왔던 곳이다.  

진해해양공원

 

시원한 능선에서 뒤로 보이는 장복산 능선이 아스라하다. 산으로 둘러싸여 답답해 보이는 창원보다 전형적인 배산임수의 진해가 살기는 최적의 도시로 보인다. 

 

대낮까지 쳐져 있는 텐트가 긴장감을 준다. 장기노숙하는 사람이 있을 것 같은 낡은 텐트,,,사람은 없는 것 같으나 눈치보며 얼른 지나간다. 

 

그러다 갑자기 나타난 세멘트 임도,,,

길의 용도에 어리둥절하며 가는데 바이커 세 분이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말을 붙이려다 그냥 지나가는데 조금 더 가다보니 더 이상의 자전거길은 없다. 아마 아저씨들 있었던 그 자리가 자전거 마지막 구간인 듯하다. 세 분의 최상의 자유가 그대로 전해온다. 한참을 가다 돌아봐도 그 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눈다. 오늘 최고의 시간을 보냈을 세 사람에게 박수를 보낸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않은 정자라 낙엽과 이끼가 끼어 있다. 풀숲이 우거진 걸 보니 대부분 자전거길로 다니는 모양이다. 뱀이 나올 것 같기도 하고 정자도 으스스하고 모기들도 있는 것 같아 얼른 정자를 벗어난다.

개쑥부쟁이

 

바위가 많아지는 구간이 되니 전망은 시원해지고 명품소나무들이 눈길을 잡는다.

햇볕을 받는 공간은 벌레로부터 해방되니 덥지만 쾌적하다. 간간히 불어오는 해풍도 신선하다.

김해 방향에서는 볼 수 없었던 웅산길이라 새롭기도 하고 생각보다 길이 예뻐 무척 만족스럽다.

마타리
조밥나물

 

김해 방향에서는 전혀 볼 수 없었던 웅산 암릉

생각보다 규모가 크다. 

웅산 정상의 바위군은 그 규모가 더 엄청나다. 

걷는 발걸음에 힘이 쏟는다.  

 

석동삼거리를 지나며 가을의 냄새를 맡는다.

갓 피어나는 가을의 전령사 억새가 몸을 흔든다.

더위 끝, 기대로 가득차는 최고의 계절 가을이 눈앞이다. 

오이풀

 

처음 보는 보라색꽃, 긴산꼬리풀

소나무 사이에 너무나 싱그럽게 자리하고 있다. 

연보랏빛의 삼각뿔 꽃대가 오래 눈길을 붙잡는다. 

나태주의 꽃이 생각난다. 

 

왼편으로 불모산 정상, 오른편으로 웅산,,,똑같은 풍경이 조금씩 앞으로 당겨져 온다.

긴산꼬리풀

 

웅산을 넘어 시루봉, 천자봉으로 이어지는 시루봉누리길에 오똑하니 솟은 시루봉이 새끼손가락 손톱만큼 작다. 

돌아보는 장복산 능선, 그 아래로 산허리를 감고 도는 드림로드!

걸었던 길, 달렸던 길 눈으로 따라 걸으며 잠시 벚꽃길 라이딩하던 시간으로 되돌아간다.

 

바위 사이로 데크 계단이 나온다. 굳이 필요할 것 같진 않은데 그리 과하진 않아 그나마 다행이다.

그런데 데크옆 바위에 움푹한 웅덩이가 자리하고 있다. 이 높이에 이런 웅덩이? 갑자기 웅산이 웅덩이산인가?하는 생각까지 든다. 깊이를 알 수 없으나 웅덩이밑은 보이지 않는다. 가장자리로 물이 조금씩 흘러 내리고 있어 물이 쏟는 샘이 아닌가 싶어 신기하기도 해서 떠나지 못하고 웅덩이 주변을 돌다 정말 멋진 소나무 한 그루를 발견하고 그 아래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한다.

월담(?)을 할까 하다 조금 올라가보니 데크 끝나는 곳에 소나무로 가는 길이 있다. 웅덩이를 다른 쪽에서 보게 되는데 바위 때문에 웅덩이가 가린다. 카메라를 이리저리 대 보아도 전체 모습은 잡기 어렵고,,,,이런 때 드론인데,,,,

그런데 그 때 지나가는 사람들 몇 명, 그냥 무심히 지나간다. 못 본 건가? 자주 봐서 익숙한건가?

무심한 사람들이 너무 이상하다. 

잠시 숨을 고르며 소나무 아래로 들어간다. 오롯이 혼자서 자리를 지키는 터라 가지는 양껏 옆으로 벌려 진한 그늘을 만들어 놓았다. 얼려온 식혜와 떡을 먹으며 장복산 능선, 창원 진해 시내를 굽어보며 맘껏 여유를 부린다.

오늘 목표한 대발령까지 안 가도 좋다. 이 자리가 너무 좋다. 

 

욕심껏 풍경을 즐기고 다시 걷는다.

불모산 삼거리,,,얼마 전 다녀 왔던 곳이라 불모산 정상은 생략하고 웅산으로 향한다.

우뚝한 바위에 오똑한 정상 바위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중계탑이 많은 정신없는 불모산 정상, 역사적인 이름을 달고 있는 불모산에 뭔 짓을 한 것인지

사방 팔방 전망을 보고 바위 능선을 걷는다. 

이제 왼편이 김해 장유, 오른편이 진해다. 

갈지자 바위 능선길 사이로 새파란 구름다리가 보인다.

생각지도 않은 다리다. 자칫 튈 것 같은 색인데 주위와 너무 잘 어울리고 생기를 준다.

꽃며느리밥풀

 

위로 올라서 걷지 못한 바위 하나까지 우회로를 걸어 지나면 길은 순해지고 부드러운 흙길이다.

초원같은 평원 뒤로 우뚝하니 솟은 바위 하나,

떡찌던 시루를 닮았다고 시루봉이다.

 

1980년 중반까지 해병대가 진해에 있었던 모양이다. 시루봉까지 구보로 등정하는 필수 훈련코스였단다. 돌에 새겼다는 해병혼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 걸 보니 원상태로 복원한 모양이다. 

무슨 벼슬처럼 해병대 옷입고 태극기부대에 모이는 사람들보면 지금도 이해가 되지 않지만 그들의 훈련을 통한 정신적 육체적 강인함은 인정해준다. 

 

바위가 크고 거리에 제한이 있어 시루봉 전체가 카메라에 담기지 않는다.

마침 정상에 있던 아저씨 한 분이 사진을 잘 찍으신다. 

아슬아슬 데크 밖으로 나가면서까지 최대한 시루봉을 렌즈 안으로 집어 넣어 준다. 댕큐 아저씨!

순천이 고향인데 일 때문에 단기로 진해에 와 있다는 얘기와 주변에 다녔던 산 이야기까지,,,,입담이 좋으시다.  

 

소나무에서 많이 논 탓인지 시간이 늦어졌다. 

대발령까지 가면 어두워질 것 같아 시간 계산을 하는데 아저씨가 자기가 중간에서 올라 왔다며 차 있는 곳까지 태워 주겠단다. 일단 가는 데까지 가 보고 판단하겠다 하고 같이 가는데 산을 많이 다닌 분이라 산에 얽힌 이야기가 끝이 없다. 입담도 좋아 대꾸할 필요도 없이 혼자서 이야기를 잘 끌어 가신다. 

자은초등학교 삼거리에서 자기는 차가 반대편에 있고 함께 가는 게 신경쓰이면 자은초등학교 방향으로 가면 된다고 알려 준다. 

잠시 고민하다 호의를 감사하게 받아들인다. 

해병대훈련하던 새로운 길로 걷는다. 드림로드 소사생태길과 만난다. 임도 한 편에 아저씨 차,,,

고맙게 차 얻어 타고 왔는데,,,당연히 저녁이라도 사 드려야 되는데 참,,,괜히 또 그러면 복잡한 일 생길 것 같아 마음의 짐으로 남겨 놓는다.

순천 아저씨 정말로 댕큐,,,,

 

천자봉, 대발령은 아직 잇지를 못했다. 길지 않은 구간이라 반나절 시간 비는 날 다시 다녀오리라.

순천 아저씨 식사는 어떻게 해야 되나?

고마움을 같아야 되는데,,,,,

일단은 부담으로 남겨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