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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경남,부산

(등산 338봉) 경남 창녕 박월산, (등산 5봉) 창녕 화왕산

2021년 9월 26일 일요일

 

 

북쪽 박월산에서 화왕산 오르다

 

 

 

등산코스 : 고암면 중천지 - 고암교회 - 박월산 - 연수원 갈림길 - 전망대 - 화왕산, 관룡산 갈림길 - 상월마을 갈림길 - 천문관측소 갈림길 - 억새평원, 화왕산성 - 화왕산 - 미소바위 - 소원바위 - 배바위 - 화왕산1코스 도성암방향 - 두부바위 - 정자 - 화왕산장 - 중천지 

 

 

화왕산은 주로 남쪽 코스로 많이 오르는데 이번엔 북쪽 고암면에서 올라 본다. 

어렸을 때부터 자주 찾던 곳이지만 고암면에서 오르기는 처음이다.

이름이 낯선 박월산을 경유하는 코스를 택한다. 

들머리는 고암면 고암교회 바로 뒤다.

주차는 근처 중천지 주차장이다. 

사람 그림자 하나 없는 적막한 저수지에 왜가리 한 마리가 데크 난간에 앉았다 놀라 날아간다.

저수지 둘레는 걷기 편하게 정비가 잘 되어 있다.

 

고암교회 바로 뒤가 들머리다. 

조그만 밭가를 따라 산행로가 이어진다.

길은 2m 정도로 정리가 너무 잘 되어 있다. 

시골 출신인 내가 보기에도 예사롭지 않은 길이다.

동네 분들이 길을 이렇게 만들진 않았읕테고 서드에이지에 사는 사람들을 위한 게 아닐까란 짐작을 해 본다.

풀들이 정리된 길가로 가을꽃이 군데군데 피었고 운동 시설도 갖추어져 있다. 

길은 순하고 나무도 울창해 산보삼아 걷기에 최적의 길이다.

서드에이지에 거주한다 생각하고 편하게 천천히 호흡하며 걸어 본다.

배초향
참취

 

 

전망이 트이면 정자 쉼터가 나타나고 박월산 정상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정자를 짓고 나무를 정리해서 전망터가 된 셈이다.

창녕 고암들과 서드에이지 고층 건물이 대비된다. 

노후를 이런 고급 시설에서 보낼 수 있는 것도 행운이리라. 

정상석이 있지 않으면 그냥 지나가는 고개마루 정도겠지만 단정하게 박월산 이름붙인 정상석이 무지 고맙다. 

 

 

정상을 지나면 길은 완전 달라진다.

정리는 딱 박월산 정상까지다.

잡목이 우거져 발목을 휘감는 상태는 아니라 걷는 덴 별 지장이 없다. 

등산객도 많이 찾지 않는 코스라 굳이 정비 필요성이 없었을 것이다. 

경사가 심하지 않아 걷기엔 최적의 코스같으나 끝없이 이어지는 숲길이라 답답하긴 하다.

생각을 정리하고 사색하기엔 딱 좋은 길이다.

간간히 만나는 가을꽃들이 그나마 시선을 끈다.

참취
구절초
구절초

 

 

군데군데 설치된 매우위험 표지판과 상수도 보호구역 표지판은 끝내 이해를 못 하고 내려 왔다. 

5개 넘게 본 것 같은데 아무리 둘러 봐도 위험한 곳은 안 보이고 물은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데 상수도 보호구역...

고개만 갸웃거리다 그냥 이해하기 포기.

산기름나물
뚝갈
미역취

 

 

용도를 알 수 없는 시설물

운동 시설도 아니고 휴식 시설도 아닌 것 같은데 뭔지 모르겠다

명상하기 딱 좋은 길. 정말 아무 생각없이 걸을 수 있는 길이다.

머리가 복잡할 때 걷기 좋은 길,,,,딴 생각하다 넘어질 일 절대 없을 것 같은 길,,,

산초나무
배초향

 

 

현재의 위치를 파악하는데 도움준 연수원갈림길 안내판

아래 온누리연수원에서 올라오는 길이다.

계속 이어지는 답답함에 이런 안내판이 반갑다. 

구절초
미역취
삽주
누리장나무
산초나무

 

 

뜻밖의 데크 계단

그리 오래되지 않은 것 같아 신선하고 의아하다. 

쉴 곳 하나 없었는데 여기 데크 계단 끝에 앉아 잠깐 목축임과 간식으로 휴식을 취한다.

 

 

다시 이어지는 숲길

오늘 서너 번을 만나는 산초나무 열매가 반갑다.

코끝을 찌르는 강한 산초향이 기분을 상큼하게 한다.

망개라 불렸던 청미래덩굴 열매가 빨갛게 익었다. 

어릴 적 소먹이던 추억을 떠올리며 길을 이어간다.

산초나무
청미래덩굴(망개나무)

 

 

 

그러다 전망이 트이며 화왕산 북쪽 사면과 걸어왔던 아스라한 능선길과 고암들이 나타난다.

답답했던 마음이 다소 열리고 금방 화왕산 억새를 만날 것 같은 반가움이 찾아 온다. 

조금 더 올라가면 제법 넓은 전망데크가 나타나는데 빙 둘러 억새같은 풀들이 잠식했다.

옆에 놓인 안내판 설명에 의하면 자전거도로를 만들려고 시도하다 사업을 접은 듯 하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지만 일부러 자전거길 내는 건 반댈세.

 

 

관룡산 삼거리길,

다 온 것 같았는데 화왕산까지 2km가 더 남았다. 

관룡산방향으로 가다 허준셋트장을 경유할까 하다 그냥 북쪽 사면을 따라 걷는다.

중간 중간 전망이 나타나니 발걸음이 되려 가벼워졌다. 

바위전망대에선 서드에이지 건물이 완전히 드러난다.

그 건물을 따라 이어지는 박월산 능선길은 그야말로 구불구불 긴 뱀 등짝같다. 

 

풀숲 등산로에서 얼굴이 붉게 상기된 아저씨 한 분을 만났다.

길을 못 찾아 헤매고 있었단다. 옥천에서 올라 왔고 잠깐 올라갔다 내려갈려고 왔는데 방향을 잃었단다.

친구들이 기다린다 생각하니 더 당황했던 터라 제법 오랜 시간 헤맸단다.

방향만 알아도 되는데 지도를 볼 줄 모르니 왔다갔다~~~

예전의 내 모습~~

남문에서 계곡따라 가는 빠른 길이 있는데 그 길은 잘못하면 또 해맬 것 같아 등산로 환한 옥천 가는 길을 알려 주니 거의 뛰는 걸음으로 내려가신다.

미역취
구절초

 

 

 

화왕산에 조금 더 빨리 오를 수 있는 북쪽 코스 상월마을 삼거리.

다시 오게 된다면 상월마을과 장군바위능선으로 걸어 볼 셈이다.

철쭉 시즌에 상월마을로 와서 허준셋트장을 거쳐 화왕산으로 가면 딱 알맞은 코스. 

내년 봄, 시간이 나기를~~

 

 

드디어 화왕산 구간이다. 

작년에도 억새가 별로더니 올해는 더한 것 같다. 

보호구역으로 들어가지 못하는데도 불구하고 억새는 힘을 잃어가고 있어 안타깝다.

화왕산 산정에 억새불태우기 행사가 사라진 후 잡목이 많이 번식한 것 같다. 

자연의 이치면 받아 들여야지.

자연은 또 어떤 위대함으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터, 빌려 쓰는 인간은 그저 욕심내지 말고 기다림의 인내할 뿐이다.

 

 

바위 능선에 빨강 보자기처럼 보이는 곳은 송이버섯 채취꾼 쉼터.

오늘 고암에서 올라온 이유다.

송이버섯 채취 기간엔 온통 금지구역.

"이 사람들아 송이버섯을 채취하되 쓰레기는 좀 버리지 마라."

작년에 금지선을 넘어 들어가 본 결과 채취꾼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가 너무 많음을 목격한 터다.

멀리 장군바위능선이 눈길을 끈다.

내년 봄에 만나자.

 

 

 

삼각대를 들고 멋진 포스를 연출하며 혼자서 열심히 사진 찍고 있는 젊은 청년.

인증샷 부탁을 하고 사진을 찍어 주는데 포스가 모델이다.

블로거인지 인스타인지,,,,

예전에는 볼 수 없던 재미있는 풍경이다.

 

 

 

화왕산 남쪽,,,

창녕읍을 내려다 보며 너무 익숙한 모습에 설렁설렁 내려오다 바위 2기를 만난다.

미소바위, 소원바위.

10번도 넘게 올라온 곳인데 오늘 처음 만나는 것 같은....

미소바위와 함께 미소지으며 3코스로 내려가기로 하고 배바위로 간다.

미소바위

 

 

 

그래도 은빛 억새 물결은 가을의 전령사다.

화왕산성 성벽안에서 보호받고 있는 분위기다.

고애신과 유진초이의 사랑을 회상하며 성벽따라 걷는 길이 즐겁다.

최애 드라마 '미스터션샤인'

아무리 봐도 지겹지 않고 재미있는 드라마. 

화왕산성, 황매산,,,,,두 사람 뒤 배경을 보는 재미도 한 몫 했다.

 

 

 

이 화왕산, 이 계절 오늘, 참 쓸쓸하다. 

한 때 화왕산 산정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는데,,,,

나야 호젓한 산길을 걸을 수 있어 좋건만, 예전의 명성을 잃은 것 같아 쓸쓸해 보인다.

노아의 방주같은 배바위의 전설을 돌아 도성암 3코스로 향한다.

 

 

 

익숙하고 반가운 붉은 빛 암릉을 걸으며 새삼 산행이 취미인 게 참 잘한 일임을 다시 한 번 생각한다.

내가 나에게 고마워하는 것.

아무리 걸어도 즐거운 화왕산 3코스길.

 

 

두부바위는 닳아서 미끄럽다.

쇠난간이 없다면 영락없는 미끄럼틀이다.

언제인가는 더 닳을텐데,,,,살짝 옆으로 산행로를 낼 수 있어도 좋으련만.

오르락내리락 재미는 있지만 시간상 마냥 놀 수가 없음이 아쉽다.

바위에 기대어 따뜻하고 진한 차 한 잔하고 가면 좋으련만,,,,

두부바위

 

 

서서히 해가 저물고 저녁 노을은 3코스 바위를 더 붉게 만든다.

조금 더 간을 키워 저녁 노을까지 보고 갈 수 있으면 좋겠는데 아직까지 혼자는 무리다.

해가 꼬박 넘어갈 때쯤 큰 놈이 도착했다. 쉬고 있는데 오라고 하면 짜증날 만도 한데 아직까지 군소리하지 않고 잘 와 주고 있는 고마운 아들이다. 

아들과 함께 중천지로 가서 차를 갖고 도천에 들러 순대전골로 저녁을 먹는다. 

맛집이지만 산행 후의 식사라 평점은 더욱 올라간다.

순대 모둠 하나 사고 룰루랄라, 행복한 산행 후의 행복한 귀가. 

새로 만난 박월산과 그 능선길이 오늘 산행 포인트.

오늘도 산과 함께 한 행복한 하루였다.

 

 

< 박월산, 화왕산 등산 지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