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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전북

(등산 336봉) 고창 선운산 천마봉, (등산 380봉) 구황봉, (381봉) 청룡산

2022년 9월 16일 금요일

 

 

낮은 산 높은 바위, 부조화의 조화

 

 

 

 

 

등산코스 : 삼인종합학습장 - 노적봉 - 구황봉 - 인경봉 - 안장바위 - 비학산 - 희어재 - 쥐바위 - 청룡산 - 배맨바위 - 낙조대 -  천마봉 - 도솔암 - 진흥굴 - 도솔제쉼터 - 선운산생태숲

 

 

작년 배맨바위로 향하던 능선에서 느꼈던 강력한 기운의 그 능선을 꼭 걸어 보마고 다짐했는데 정확히 1년 후 다시 찾게 되었다.

스페인 라이딩 사전, 세종 모임 후 김해 내려가는 길에 들른 것이 정말 우연의 일치로 1년전과 같은 날이다. 

 

좀 넓게 두르는 원점회귀 코스로 삼인종합학습장에서 시작한다.

학습장 뒤 조각공원의 재미난 조각을 구경하고 조그만 야외공연장 뒤가 들머리다.

초입 길에서 뭔가 꼬물꼬물 기어다닌다. 바다에 있어야 할 붉은 색 몸통의 게 한 마리다. 신기해서 카메라를 들이대니 잽싸게 몸을 피한다.  그래도 산에서 만난 게가 신기해 한참을 따라 다녔다. 몇 번 더 게를 만나고 본격 산행이다.

 

 

 

비학산 가는 능선은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아 거미줄에 날파리까지,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마스크는 날파리 방지용으로 쓰고 손은 거미줄을 걷고 날파리도 쫓으며 어수선하게 길을 걷는다.

두어 개 산행리본만 있는 노적봉을 지나 구황봉에 도착한다.

두 기의 무덤은 제법 규모가 있으나 풀숲에 가려져 있다.

무덤 앞으로 잠시 전망이 트이나 평범한 풍경, 곧장 출발한다.

 

 

인경봉 가는 길에 만난 시원한 조망터에서 눈과 마음을 정화한다.

구암제 뒤로 올말졸망 고창의 부드러운 산세

순한 산세에 스며드는 사람들은 순한 마음일 터~

 

 

비학산 가는 길에 멀리 우뚝 솟은 선바위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가는 길 정면으로 보여 선바위를 지날까 내내 눈여겨 봤었는데 어느샌가 신기루처럼 시야에서 사라졌다.

낮고 부드러운 육산에 간간히 솟은 바위들, 그래서 더 기개가 있어 보인다.

 

 

멀리서 바라 보이던 바위들이 점점 발길 옆으로 다가온다.

바위면의 울퉁불퉁한 사이사이 공간을 비집고 생명강한 식물들이 자리잡았다.

공생의 현장이 끝까지 이어갈 수 있을까만, 열악한 곳에 자리잡고 생명을 이어가고 있는 식물의 강인함에 한 표.

이제 도솔제의 넉넉함을 내려다 보며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을 즐기며 걷는다.

그런데,,,

1년 전에 만났던 그 강한 기운은 어디서도 느껴지지 않아 의아하다.

산은 분명 그 산인데,,,,

 

 

희어재 방향으로 향한다. 비학산 정상엔 정상석도 조망도 없다.

희어재를 지난 전망터에서 봉긋이 솟은 비학산 정상을 바라본다. 역시나 순한 봉우리.

투구바위능선은 언젠가 인연되면 걷기로 하고 청룡산 방향으로 향한다.

 

 

우뚝한 쥐바위를 오른다. 생긴 모습은 쥐를 닮지 않았는데 이름의 유래가 있을 터이지만 궁금함은 남겨 둔다. 

로프가 설치되어 잠깐 바위타기

간간히 재미있는 모양의 바위를 지나고 멀리 배맨바위 등 눈이 즐거운 산행길을 이어간다.

 

 

배맨바위가 점점 크게 다가오고 육산 사이사이 눈길을 사로잡는 거대한 바위들

부드러운 육산에 강인한 바위를 품은 외유내강의 산세다.

그래서 호락호락 함부로 덤벼들 수 없는 산이다. 

깎아지른 천마봉의 절벽이 시야에 들어오면 곧 청룡산이다.

정상은 바위에 고정된 이름표 하나로 인증, 과하지 않아 좋다.

 

 

하늘이 노해 온 땅이 잠기도록 비가 내리고 살기 위해 띄운 배를 바위에 매고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으니,,,,,이런 전설이 있음직한 배맨바위.

노아의 방주, 밀양의 덕대산이 생각난다.

배맨바위 아래를 지난다.

가까이에서 보니 배매기는 애매한 모양새다. 

뭐 어쨌던 힘있고 우뚝 솟은 멋진 바위다.

 

 

낙조대, 천마봉 가는 길엔 바위암릉이다.

천마봉 건너 도솔암 주위의 힘찬 바위군도 한 눈에 들어 온다.

산의 높이에 비해 바위가 큰 것 같은 부조화, 그러나 그것이 또한 잘 어울린다.

1년 전 배맨바위 능선을 갈망하며 걸었던 천마봉길, 다시 걸으니 새삼 그 느낌이 새롭다.

천마봉엔 그래도 서너 명의 산객이 있어 부탁용 인증사진을 남긴다.

 

 

도솔암으로 내려 오며 바라 보는 바위군~

다시 또 오라는 유혹의 손길

꽃무릇 피는 가을이던, 동백꽃 뚝뚝 떨어지는 싸아한 봄날이던 그 어느 날 이 길을 걷고 있을 모습이 그려진다.

돌아 본 낙조대, 올려다 본 천마봉, 내려다 본 도솔암 마애불 주변 바위까지 보는 내내 편안하고 기분좋다.

아마 이 산이 나의 인연인 듯,,,,또 어느 날 인연찾아 걷고 있을 모습이 그려진다.

 

 

1년 전 같은 날인데도 꽃무릇의 개화 상태는 전혀 딴판.

다소 아쉬운 성긴 꽃무릇을 감상하며

작년의 느낌을 떠올리며

마지막 까페의 마지막 손님으로 달달한 초코파르페로 20여km, 10시간의 발바닥 화끈한 산행을 마무리한다.

 

 

지금 2023년, 해를 넘겨 기록하는 산행기로 2022년 마지막 산행 기록이다.

10월 초 이베리아 반도로 두 달간의 라이딩을 떠나며 계획했던 내장산 종주, 강천산 종주는 올해 숙제가 되었다.

단풍 물 든 내장산, 강천산은 올해 꼭 기분좋게 숙제를 완수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