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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 395봉) 경기 광주 한봉, (등산 396봉) 남한산, (등산397봉) 청량산(수어장대)

2023년 4월 11일 월요일

 
 

치욕의 그날처럼 자욱한 안개속

 


등산코스 : 하행선주차장 - 돌문화공원 - 한봉 - 봉암성 - 남한산 - 망월사(알바) - 북문(공사중) - 서문 - 수어장대(청량산) - 위례하산길 알바 - 남문까지 성밖길 - 남문 - 남장대터 - 동문 - 하행선 주차장


 

몇 년 전 여성봉까지 올라 오봉을 바라보며 다음을 기약했는데, 그 날이 오늘이다. 그런데 차가 너무 밀려 11시가 넘어 도착, 거기다 비바람까지 몰아친다. 주차장엔 차 한 대도 없고 괜히 사고날 수도 있겠다 싶어 또 다음을 기약하며 조금 안전한 남한산성으로 향한다.


지도앱을 켜고 물레방아공원을 기점으로 한 바퀴 돌기로 한다.

들머리는 돌문화공원~

중국에서 가져왔음직한 돌장승들과 돌하루방, 우리나라 돌장승, 동물, 탑등이 입구에서부터 길가장자리를 따라 어지럽게 놓여 있다. 개인 소장품을 둘데없어 가져다 놓은 것 같다.

조그만 행운의 다리 아아치가 나오고 그 뒤로 등산로가 시작된다.


이 길로는 많이 다니지 않은지 길은 흐릿하고 거칠고 경사도 급하다.

지그재그로 난 길을 한바탕 치고 오르면 사람들이 휴식하는 곳이 나오는데 거기 놓여 있는 돌, 기왓장이 예사롭지 않다. 그러다 잘 보존된 성벽의 일부를 만난다. 중간에 끊기긴 했지만 높이도 2m가 더 되어 보이는 꽤 견고한 산성이다. 산성을 지나 평온한 길을 따르면 오늘 만나는 첫 봉 한봉이다. 조망은 없지만 제법 넓직한 터에 아담한 정상석이 예쁘게 자리잡은 봉우리다.


이제 길은 경사없는 능선길

4월의 연초록 잎사귀가 싱그럽기 그지없다.

포슬포슬한 땅 아래 또 다시 성벽.

그 성벽위를 걷는 셈인데 담을 쌓아 흙을 채워 밭으로 이용했을까? 지식없는 뇌는 상상의 나래만 펼친다.

그러다 잘 정비된 암문을 통과하면 봉암성, 성벽 공사 현장이다.


산 정상부 성벽은 거의 허물어져 아슬아슬하다. 돌 사이를 흙이 메우고 있어 견고함이 덜한 듯 하다. 정비된 돌도 기존의 모습과 다르게 하얀 물질로 메워 있어 이질감이 강한데 왜 이런 모습으로 정비하고 있는지 의아하다.


무너진 성벽을 따라 지도에 있는 남한산을 찾는데 아무리 봐도 보이지 않는다. 결국 100m 아래에 산성 보존을 위해 새로 옮겨놓은 남한성 정상석을 만나곤 그 옆으로 깨끗하게 정비된 길을 따라 내려 왔다. 한참 오다 '아차' 벌봉을 놓쳤다. 청량산보다 높은 본성내 최고봉으로 병자호란때 청태종이 직접 대포를 쏘며 항복을 압박했던 곳이라 하는데 돌아가긴 너무 멀어 다음을 기약한다.


튼튼한 성벽을 마주한다. 앞을 가로막는 형태라 지나왔던 성과는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고 뭔가 복잡하다. 산을 다녀온 후 검색해 보니 병자호란이후 증축을 했고 본성 외 한봉성, 봉암성, 신남성이 안과 밖으로 엮여 천혜의 전략적 요충지란다. 남한산성만 생각하면 인조의 삼전도굴욕만 생각났는데 몽고 침입을 격퇴하고 항일운동의 거점이기도 했단다. 외부는 급경사로 침범하기가 어렵고 내부는 완만하고 물도 있어 경작도 할 수 있었다고~~ 이런 곳에서 꼼짝없이 스스로 갇힌 무능 인조.


아치 성문밖으로 분홍, 연두 환한 봄빛이 반긴다. 부드러운 곡선의 성벽을 따라 봄마중하듯 사뿐사뿐 발걸음이 가볍다.


다시 조그만 성문 하나를 지나는데 빗발이 세진다.  우의를 입고 연초록숲으로 향한다. 절같은 건물을 지나면서 아무래도 방향이 이상한 듯 하다. 지도앱을 켜니 방향을 잘못 잡았다. 한참을 내려왔지만 길이 좋아 기분좋게 다시 올라간다.


본성으로 진입한다. 정비가 끝난 깔끔한 산책로는 야자매트, 돌, 황갈색세멘트로 자연친화적으로 만들었다. 돌담위의 성벽은 견고하고 튼튼하다. 땅의 모양을 따라 곡선으로 부드럽다.  한봉 오르면서 본 돌담이 성벽의 아래부분인 듯하다. 기온이 내려가는지 안개가 짙어지기 시작한다. 점점 구름속의 산책이다.


길이 넓어지고 또 다시 공사 현장. 북문 해체 작업한다는데 성에가 끼여 형체가 뚜렷하지 않다. 성벽을 따라 오르막능선으로 가서 서문을 만난다. 안개는 점점 더 짙어지고 우람한 소나무숲길은 새로운 장면을 연출한다. 배병우의 소나무 사진이 떠오르며 열심히 찍어 보지만 글쎄요다. 그래도 곡선의 금강송은 언제나 그림이다.


글자가 새겨진 바위, 쇠말뚝 구멍 바위, 소나무숲, 활엽수숲 등 다양한 모습을 만난다. 그러다 우람한 소나무숲이 나타나더니 커다란 건물이 보인다. 청량산 정상 자리에 앉은 수어장대다. 남한산보다 낮으나 본성내 최고봉이다.


문을 들어서니 사방으로 팔을 뻗은 향나무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춤추듯 벌린 가지는 나무에 품위를 더한다. 단정한 무채색 담장옆에 있으니 안개속이지만 초록이 더욱 선명하다.

왼쪽엔 청량당인데 억울하게 횡령의혹을 받고 죽은 이회장군과 부인의 넋을 기리기 위한 것으로 청량산에서 이름을 가져왔단다. 모함은 윤부부가 일등일텐데~ 갑자기 부아가 치민다. 써글~~


본성 제일 높은 봉우리에 최고사령관 지휘본부 수어장대가 있다. 청량산은 수어장대에게 이름을 넘겨 주었다. 여기 있으니 무능한 리더 인조가 떠오르고 거기에 현 정권 무능 지도자가 오버랩되며 화가 치솟기 시작한다. 써글~~


숙종 비 인경왕후 아버지 김만기는 서장대기에서 이런 글을 남겼단다.

'비록 한강의 흐름을 기울여도

그날의 비린내는 씻지 못할 것이다.

만약에 혹시라도

풍경이나 구경하고 유람이나 탐하면서

다시는 감개하고

탄식하는 마음이 없다고 하면

이는 이른바 그 양심을 잃은 자이다.'


그러나 지금도 사리사욕만 일삼는 정치패거리들이 욕심만 채우고 앉았으니~


머리를 흔들고 생각을 떨치고 조그만 암문으로 나간다.  중간 중간 진달래가 주위를 밝히는 예쁜 내리막길이다. 경사가 급해지자 엄청 긴 나무 계단이 나오는데 다시 방향이 애매해서 지도앱을 본다. 역시~~ 다시 또 경사진 나무 계단을 오른다.


나왔던 돌문으로 들어가지 않고 성벽 바깥쪽으로 난 길을 따라가 본다. 포장하지 않은 오솔길로 조금 더 가니 성벽 공사중이다. 돌아가지 않고 그대로 진행하니 내내 성벽 옆으로만 걷는다. 영춘정을 들를까했는데 오늘은 통과다. 갑갑한 성벽길 중에 환한 복숭아꽃을 만난다. 싱그런 연초록입사귀와 너무 잘 어울려 감탄사를 연발한다.


갑갑한 성벽이 끝나더니 거대한 나무가 보이는 남문, 지화문이다. 4대문 중 제일 크고 웅장하다. 정조때 성곽 개보수하고 이름을 지화문으로 지었단다.  그 때도 지금도 중요한 관문 역할을 하고 있다. 지화문앞 느티나무는 인조때 심은 것으로 추정되며 450여년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그 모습이 위엄있다.


동문을 향해 검단산길로 향한다. 성벽을 향해 뻗은 가지가 땅까지 내렸다. 그 사이로 초록오솔길이 열린다. 중간에 방향을 털어야하는데 계속 검단산을 향하다 성벽쪽으로 사람들이 다닌 흔적이 나온다. 성벽위로 난 넓적한 대로위로 올라선다.


금방 만나지는 제1남옹성, 옹성은 성문을 보호하기 위해 성문 밖으로 한 겹의 성벽을 더 둘러쌓은 것이란다. 나름 철저하게 고안된 성인 셈. 조금 더 가니 남장대. 비록 터만 남았지만 군사요충지였음이 증명된다. 조금씩 안개가 걷히고 주위가 밝아지면 차들의 소음이 커지고 2차선도로가 나타난다. 맞은편에 곡선의 성벽이 드러나는 동문이 보이면 끝이 보인다.


동문은 도로 때문인지 성벽이 끊어졌다. 재정비가 필요해 보인다.

동문을 감상하고 2차선 도로를 걷는다. 따로 인도가 없어 다소 불편하다. 도로가장자리에 핀 하얀 귀룽나무꽃이 물기를 머금어 더 싱그럽다.


도봉산 산행 무산으로 간 곳이고

무능 리더 생각으로 부아도 치밀었지만

자전거로, 다른 코스로 다시 찾을 것이다.

다음엔 조금 더 공부가 필요할 듯 싶고 이번에 공사중이던 곳곳이 어떻게 변했을지도 궁금하다.


빵공장이 많이 보였지만 팥죽을 사 갔다. 탁월한 선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