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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서울,경기,인천

(등산 398봉) 경기 양평 용문봉, (등산 399봉) 용문산

2023년 4월 13일 목요일

 

날 것 그대로의 바위 코스

 

 

등산코스 : 용문산토속음식마을 - 까페옥이네 - 덤봉아랫길 - 용문봉 - 용문산 - 용문사은행나무 - 주차장

 

 

엄청난 미세먼지 속,

동생 집에서 가까운 곳에서 다녀오지 않은 곳으로 택한 용문산,

은행나무가 유명하다는 것 말곤 아는 정보가 없다.

지도를 보고 덤봉, 용문봉, 용문산으로 한 바퀴 원점회귀하는 코스로 정한다.

 

용문산토속음식마을로 향하는 좁은 길을 따라 가다 까페옥이네 집 앞을 지나 산행로가 열린다.

몇 개의 밭과 무덤 등 전형적인 시골 마을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제법 너른 길을 지나더니 어느새 길은 점점 흐려지고 부대의 접근금지 철조망이 능선을 막았다.

산행객들이 낸 철조망 아랫길을 따라 가는데 접근금지 표지판에 괜히 주눅이 들어 훈련장쪽을 살피게 된다.

지도의 덤봉 쪽에서 젊은이들의 대화 소리와 웃음소리가 들린다. 훈련장이 끝나는 지점에서 다시 너른 산행길이 연결된다. 

 

 

한 동안 순한 흙길이 이어진다.  연초록 잎들과 연분홍 철쭉이 핀 길은 말랑말랑 봄길이다.  

 

 

갑자기 여태껏 길과는 사뭇 다른 바윗길이 나타난다.

바위 끝은 뾰족뾰족 날카롭고 경사 또한 심하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은지 우회길보다 바위직진길이 많아 다소 위험한 구간도 보인다.

초보 산행객이 오기엔 다소 신경 쓰이는 코스다. 

그러나 바위와 함께 가끔 나타나는 명품 소나무는 언제봐도 그림같다. 

 

 

능선에 가까워지자 진달래가 지천이다.

바위옆에 그림처럼 핀 것도 있고 떼로 모여 진달래밭을 형성한 것도 있다.

길은 여전히 경사가 심하고 신경이 쓰였지만 정제되지 않은 날 것의 산을 즐기기엔 충분할 듯 하다. 

 

 

그러다 품격이 다른 바위군을 만난다.

이 능선 바위중 최고의 모양새를 갖췄다.

각진 폼에 어울리는 우람한 크기, 거기다 적당히 밟고 올라설 수 있는 모양새, 오늘 이 능선에 오른 이유가 이 바위를 만난 것이어도 괜찮겠다 싶을 정도다. 

바위에 감탄하며 올려다 본 능선에 살짝 드러나는 명품 소나무, 와~~ 소리까지 내며 오르니 용문봉이다.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안고 살짝 뒤틀린 자태로 앉은 용문봉 명품소나무,  그 옆에 둥그스럼한 봉우리가 용문봉이다. 

훤한 조망까지 볼 수 있는 곳이지만 공간이 좁아 앉아 쉴 만하진 않다.  공간이 좁다 보니 소나무와 바위가 한 컷에 잡히지 않는다.  아쉽지만 용문산으로 향한다. 

 

 

용문산까지 이어지는 조망이 트인 바위능선길

미세먼지 자욱하지만 레이더시설이 있는 가섭봉 정상도 보이고 바위 사이 몽글몽글 따스한 진달래도 곱게 피었다.

용문산을 향해 계속 오르다 용문산 정상 사면을 따른다. 

뒤돌아 본 용문봉, 바위가 하얗다

 

 

용문산 정상에서 내려오는 사면은 폭신폭신 흙밭이다.

그 사이 얼레지가 군락을 이뤘다.

조그만 화강암 돌틈 사이로 손바닥만한 박새도 싱그럽다.

오늘 처음 안면을 터는 박새인데 군데군데 군락을 이뤘다.

게다가 푸른빛 현호색까지게 파스텔톤 꽃밭이다. 

 

 

용문산 정상 아래 능선과 만난다.

데크길따라  쳐진 펜스에 빼곡히 산행리본이 달렸다. 정상이 코앞이다.

걸어 온 용문봉 능선이 자욱한 미세먼지 속에 아득하다.

나를 먼저 맞아주는 건 데크, 펜스, 레이더 시설, 은행잎 조형물, 그리고 용문산 꼭대기 봉우리,  산만하고 정신이 없다.

용문산은 은행나무가 주인공인 듯 노란 은행잎이 상징물로 서 있다.

삼각대 내기 귀찮아 휴대폰으로 인증만 하고 건너편 아래로 부대만 잠깐 내려다 본다.

주차장에 승용차도 보이고 사람도 보인다. 산 정상 부대에서 사람을 본 건 처음이다.

 

 

하산길은 용문사까지 4km가 안 되는 짧은 거리다. 데크 시설을 빼면 덤봉 코스와 별반 다르지 않다.

경사가 심하고 돌이 많으나 약간 정리된 분위기.

계속 내리막길이라 무릎에 신경쓰며 천천히 걷는다.

간간히 나타나는 안내판은 해발고도가 적혀 있어 이것도 특이하다. 

 

 

너른 마당바위가 나타나면 물이 보이는 계곡이다. 

계곡 사이사이 금낭화와 산괴불주머니가 주위를 밝힌다. 

졸졸 물소리까지 더하니 봄이 완성된다.

 

 

용문사가 지척이면 길은 평지로 바뀌고 귀룽나무꽃길을 지나면 은행나무가 반겨주는 용문사다.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등을 잔뜩 단 길은 환하다 못해 화려하다.

유명한 은행나무는 수형이 멋진 건 아닌 것 같다. 가을에 다시 와야 할 핑계로 남겨 둔다. 

귀룽나무
귀룽나무

 

 

파란색 상큼한 출렁다리도 보고 계곡 아래로 가지를 늘어뜨린 처진벚나무의 환한 꽃도 보고 약간 생뚱맞은 도자기 조각공원도 구경하면 주차장이다.

처진벚나무는 영락없는 버드나무모양으로 축 처진 가지가 살랑살랑 무지 여성적이다. 

 

 

용문산, 용문사에 대한 아무런 정보없이 딸랑 지도로 코스만 보고 다녀온 산이다.

왜 100대 명산인지 모르겠다며 얘기했더니 계곡이 많고 상원사쪽 길이 좋단다. 

꼴랑 한 코스 다녀와서 용문산을 평가한 내 옹졸함이 부끄러워진다.

가을 은행, 상원사, 계곡,,,,다시 찾을 구실은 남겨뒀으니 어느 날 다시 이 곳으로 발길이 닿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