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 21일 수요일
운무 속 태백산, 주목은 여전하고
등산코스 : 화방재 ~ 사길령 ~ 산령각 ~ 유일사쉼터 ~ 주목군락지 ~ 장군봉 ~ 천제단, 태백산 정상 ~ 단종비각 ~ 망경사 ~ 단군성전 ~ 당골광장 ~ 태백산청소년수련관
중부내륙트레일 개척단 여덟째날이자 트레킹 마지막날, 화방재에서 당골광장까지 10여 km
비가 그치길 기다리나 오후부터 개인다는 소식에 모두 비옷입고 출발~ ~
일단 화방재까지 차로 이동한다.
경상도에서 강원도로 들어오는 사길령은 높고 험했지만 가장 빠른 길이었기에 길손의 왕래가 많았단다. 수십 혹은 수백명의 보부상이 넘어 다녔는데 산적, 혹은 맹수들로부터 무사안전을 기원하기 위해 당집을 짓고 매해 제를 올렸다고.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백두대간을 넘고 있다.
빗줄기는 오락가락, 거세지다 말다를 반복하지만 잘 정비된 길이라 오르는 데는 별 문제가 없다.
습기를 머금은 숲은 더욱 싱그럽고 자욱한 운무는 더 신령스런 분위기다.
네 번의 태백산 산행을 겨울에만 했기에 6월, 신록의 태백산은 처음 온 듯 새롭다.
조금 이른 시간이지만 비를 가릴 수 있는 유일사쉼터에서 점심을 먹는다.
주먹밥에 따뜻한 물이 전부인 소박한 점심이다.
근데 걸음 빠른 동우샘은 벌써 올라간 모양인지 보이지 않는다. 정상엔 비 피할 때도 없을텐데~~
살아 천 년, 죽어 천 년 주목 군락지다.
등산로 주변의 주목은 세심하게 잘 관리되고 있다.
특히 나신의 주목은 의연하다. 여름 땡볕, 겨울 한파를 온 몸으로 견뎌 내고 예술적 몸매로 꿋꿋히 버텨내고 있다.
정상부 능선이 가까우면 등산로 가장자리로 백당나무, 개회나무, 박새가 꽃을 피우고 있다.
비를 머금어 생기가 돌고 초록 세상에 쨍~ 환한 불을 밝힌다.
비 오고 바람불고 자욱한 운무에 나신 고사목까지 영화의 한 장면이다. '구름속의 산책'
잠시 영화 속 한 장면을 떠올리며 걷는다.
아래쪽 제단엔 한 겨울 밤새 기도를 드리던 무속인은 보이지 않는다.
최고봉 장군봉을 영접하고 천제단에 도착하니 동우샘이 있다.
바람이 불어 천제단 바위 뒤에 앉았는데 무속인의 기도가 내내 불편했던 모양이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니 기도로 한 판 떠 보지 그랬냐고 우스개삼아 농담을 한다.
생각보다 추워 점심도 못 먹고 오들오들 떨었단다.
정상 인증도 안 했는데 선두팀들은 하산한다.
급할 것도 없고 느긋하게 정상을 즐긴다. 비는 조금 그쳤는데 바람은 여전하다.
무속인의 기도에 방해되지 않게 한쪽으로 인증 사진을 찍고 천제단을 내려온다.
오고 싶어서 오는 게 아니란다. 태백산 할아버지가 부르는데 응석처럼 미뤄보기도 하지만 오지 않으면 아프단다. 이제는 가족이 이해해 줘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고생한 만큼 영험함이 알려져 돈이라도 팍팍 버시라.
잘 다듬어진 돌계단길을 내려서면 단종비각이 나온다. 전 한성부윤 추익환은 태백산의 머루 다래를 진상했더란다. 단종이 곤룡포 차림으로 태백산으로 오는 꿈을 꾸고 영월로 머루 다래를 가지고 갔더니 그 날이 승하한 날이었다고~
목숨걸고 자기를 돌 본 추익환을 만나러 왔을까, 태백산 머루 다래를 먹으러 왔을까.
단종은 태백산 산신령이 되어서 지금은 행복할까.
태백산 용정을 지나고
신샘, 정샘, 오늘 처음 본 김샘은 시원한 계곡물에 피로를 씻어 낸다.
당골광장, 강릉 안반데기에서 시작한 130여km 8일간의 트레킹을 격정적으로 마무리한다. 특히, 무릎이 아파도 끝까지 함께 해 준 손샘과 설악2기 대원들이 고맙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 다시 새로운 길이 열릴 터, 오늘의 끝이 다음의 시작이다. 화창하게 개어 준 날씨도 댕큐, 다음에 다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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