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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경남,부산

(등산 202봉) 지리산 종주 첫 날, 성삼재에서 연하천대피소까지

2017년 8월 2일부터 4일까지 2박 3일 지리산 종주,

다른 사람들은 쉽게 다녀 오기도 했지만 나는 벼르고 벼른 종주였다.

산악회 선배님, 그리고 종주를 다녀 왔다는 사람들이 있으면 노하우를 전수받고 블로그 등도 활용했다.

제일 신경 쓰이는 부분은 짐의 무게 줄이기,,,

키르기스스탄에서 만난 박재양 갑장이 지리산 종주할 때 찌개, 밥을 얼려 와서 그릇을 씻지 않아 수월한 것 같더라는 이야기를 듣고 김치찜과 밥을 해서 냉동실에 얼려 놓았다. 지리산 종주를 무려 9번이나 한 산악회 조옥남 선배님은 아주 구체적으로 짐 가져 가는 걸 알려 주었다.

 1. 대피소에서 파는 건 가스와 햇반 뿐이고 씻지도 못하고 양치도 못한다

 2. 반찬은 비닐에 1회용씩 싸서 먹고 버리라

 3. 세수는 클린징 티슈로 설거지는 물티슈로 하라

 4. 대피소가 쾌적하고 춥지 않아 옷은 너무 많이 가져 가지 않아도 된다.

 5. 저녁에 구워 먹을 고기는 꼭 가져 가라

 6. 노고단대피소에서 12시 전에는 출발해야 한다.


이런 충고를 참고로 짐을 꾸렸다. 일단 얼린 밥은 무게 때문에 쌀로 대치하고 반찬은 더운 날씨에도 상하지 않을 김치, 쌈장, 깻잎김치, 오이, 김자반으로 준비하고 국은 건조식품인 미역국, 황태국, 애호박된장국으로 했다. 혹시 더위에 지칠까 간식으로 약식, 미숫가루를 준비하고 아침에 먹으면 좋을 것 같아 누룽지까지 먹을 것을 챙겼다. 그리고 가스 하나, 버너, 코펠,그리고 라면,,,친구와 짐을 나누었지만 그래도 만만치 않다.


2일 아침 7시 승용차로 길을 나섰다. 첫 날은 성삼재휴게소에서 연하천대피소까지 13km를 걸어가야 한다.

구례에 도착하여 첫 날 무게와 상관없어 막걸리와 두부를 사서 성삼재에 도착하니 10시가 조금 넘었다. 잔뜩 들뜬 마음으로 노고단을 오른다. 노고단대피소에서 두부와 막걸리로 시원하게 목을 축인다. 옆에서 삼겹살을 굽는 가족이 삼겹살과 김치를 한 그릇 가득 권해서 감사히 먹으니 배가 그득했다. 너무 여유있게 움직여 어덧 12시가 넘어갔다. 아차,,,,

노고단으로 오르니 예약한 사람만 갈 수 있단다. 그리고 시간을 보더니 빨리 가야 저녁이라고 어서 가라고 권한다. 사태의 심각함을 인식, 노고단고개에서 종주길로 향한다.




제일 먼저 종주길을 반긴 건 가을처럼 푸른 하늘, 고맙게도 첫 날 하늘은 너무 푸르렀다. 그리고 야생화,,,야생화 지식이 얕아 이름을 모르지만 길 가는 내내 여러 종류의 야생화가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그 중 만복대의 기억과 함께 지리산에서 가장 강력한 동자꽃은 여러 모습으로 종주길을 행복하게 해 주었다.

좁은 숲길이 툭~트이더니 바위가 나타난다. 몇몇의 등산객이 쉬고 있다. 임걸령이다.

인증샷을 찍고 있는데 옆에 계시던 아저씨가 임걸령샘물이 너무 시원하고 맛있다며 권한다. 대피소에서 받은 물도 있고 아직 목도 마르지 않아 그냥 지난다.

<임걸령>


임걸령을 지나니 다시 숲길, 그늘이긴 하지만 바람이 없고 무더워 걷는 길이 쉽지가 않다. 호흡을 정리하며 발걸음에 집중하니 어느덧 노루목, 잠깐 쉬고 다시 진행,,,몇 년 전 올랐던 삼도봉이 눈앞에 나타난다.

<노루목>

<삼도봉>


쨍쨍 내리쬐는 햇볕 아래 삼도봉엔 사람들이 사진만 찍곤 금방 사라진다. 우리도 인증샷만 날리곤 바로 탈출,,

이제 우리가 갈 목적지 연하천대피소 안내판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화개재에서 연하천대피소안내목이 가는 곳곳에 예쁘게 전시되어 그나마 눈을 즐겁게 한다.


또 툭,,,숲이 트인다. 토끼봉,,,유래는 모른다. 일단 토끼 모양의 바위가 있는 건 아니다. 토끼가 많이 나타났나? 다들 여기에서 숨을 돌린다. 미숫가루를 한 통 태워 체력을 보충한다.


아무리 둘러 봐도 고개같지 않은 명선봉도 지나나 저녁 시간이 다가올수록 안개가 자욱히 피어 오른다. 화개재까지 계속 데크를 오르더니 이젠 계속 데크 내리막이다. 어딘가에서 웅성웅성 사람들의 소리가 들린다. 오늘의 목적지 연하천이다. 갑자기 힘이 쏟는다.


자리를 배치받는다. 오,,,옛날 로타리대피소의 기억만 있었는데 개인 자리가 지정되어 있다. 편백이라 향도 좋다. 그러나 우리가 조금 늦게 도착한 터라 야외엔 앉을 자리가 없고 자욱한 안개 속에 삼겹살 굽는 연기까지 정말 안개 속이다.

두리번거리며 돌아 다니다 운좋게 자리를 양보받아 합석 아닌 합석을 한다.


조선배님 감사합니다. 삼겹살 안 가져 왔으면 어쩔 뻔 했어. 술 먹을 일 있으려나 준비하지 않았는데 친구가 용케 술을 챙겨 왔다. 아~~~ 안 가져 왔으면 어쩔 뻔 했어.

먼저 급하게 삼겹살부터 굽고 오늘은 라면을 끓여 먹기로 했다.  


13km, 어쨌던 7시간 정도 걸은 것 같다. 그리 힘든 건 아니었지만 너무 더워 자주 쉬어 시간이 많이 걸렸다.

간단하게 얼굴만 닦고 들어가 누우니 금방 꿈 나라로,,,,어떻게 잤는지 기억이 안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