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0. 15. 일요일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린다. 가을비 맞이 등산을 황령산으로 간다.
보슬보슬 내리는 비지만 등산객은 보이지 않는다.
부산혜남학교 운동장 한쪽에 데크로 된 산행로가 설치되어 있다. 비가 오는 날은 호젓해서 좋다.
조용히 비 소리를 음미하며 산을 오른다. 등산로를 헤맬 일도 없다. 그저 앞으로만 가면 된다.
잠깐씩 흐린 가을 하늘 아래 부산 시내가 눈에 들어 오지만 그저 발걸음에 집중하며 무념무상 조용히 호흡에 빠져 든다.
야단스럽지도 그리 가파르지도 않은 길이라 호흡이 편안하다.
그러다 비 맞은 바위 능선이 나타난다. 앞서의 길과 색다른 모습이지만 좋아하는 바위라 반갑다.
얼마 안 가 조그만 바위 위에 사자봉이 올라 앉았다. 밀양 천황산 사자봉은 아래에서 올려다 보면 사자가 입을 벌린 것 같아 붙여진 이름인데 여기는 전체 모습을 볼 수 없다. 그래서 이름의 유래도 알지 못하고 지나친다.
오늘 목표 지점 봉수대까지 가 보기로 한다. 봉수대는 일반적인 둥근 모양이 아니다. 불을 피울 필요가 없어져서 새로운 모양으로 만들어진 건지 어쨌던 사각형의 모양이 새롭긴 하다.
비도 오고 바람도 조금 불어서 돌아 내려가기로 한다. 조금 짧게 걸어서 아쉽긴 하지만 비 오는 날에도 가볍게 걸을 수 있는 산을 언제든 오를 수 있어 참 좋다. 그런 부산이 가까이 있어 좋다. 언제든 오를 수 있는 산이 손 닿을 곳에 있는 우리나라가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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