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내여행/경남,부산

(등산 205봉) 부산 승학산(497m)

2017. 9. 23.토요일

지난 주 구덕산에서 바라 보았던 승학산을 오릅니다. 승용차 주차 문제로 하단에서 오르는 것을 포기하고 다시 구덕문화공원으로 갑니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공원주차장에 자리가 있습니다.

문화공원옆으로 난 임도로 오릅니다. 이 길은 기상 레이더 센터로 올라가는 포장길입니다. 울창한 숲길이라 그늘입니다. 나무 끝엔 살짝 가을이 내려 앉았네요. 인적이 드물어 그런지 새들도 편안히 도로로 내려와 먹이를 주워 먹습니다.



기상 레이더 센터로 올라갈 줄 알았는데 구덕산 중턱을 빙 돌았네요. 결국 걷긴 편했고 승학산은 그만큼 가까워졌단 의미입니다. 헬기장에 올라 돼지수육과 김치, 막걸리로 아침 허기를 달랩니다. 땀을 쏟지 않았는데도 막걸리맛은 일품입니다. 산에서 마시는 막걸리 한 잔이 최고의 술입니다. 자리 옆에 핀 이슬 머금은 쑥부쟁이로 기분은 더 상쾌해 집니다.


10년도 더 전에 이금 선배와 올랐을 때의 모습과는 많이 달라져 있습니다. 그 땐 온통 억새뿐이었는데 군데군데 나무가 자라고 아쉽게도 칡넝쿨이 뒤덮어 억새의 장관을 볼 수가 없네요. 그냥 자연 상태로 보존하는 게 맞는지 나무를 잘라 내고 인공적인 억새밭을 가꾸어야 하는지,,,,이대론 승학산 억새의 명성은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정상 부근엔 다듬어지지 않은 바위 천지입니다. 바위 위에 걸터앉아 주변을 바라보는 등산객의 모습이 무척 여유로워 보입니다. 생활의 스트레스도 풀고, 친구와 추억도 쌓아 가겠지요? 


정상석 옆에 승학산의 이름에 대한 싯귀가 있네요.

'학이 하늘에서 우니 온 세상에 퍼진다.'

산 위에서 내려다 보이는 낙동강을 보며 울었을까요?

지금은 학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정상엔 세 개의 정상석이 있네요. 이름 유래 표지석, 옛날 정상석, 최근 정상석,,,,

최근 정상석엔 발 붙일 곳이 없습니다. 인증샷은 결국 단독샷을 촬영하지 못하고 자르기로 정리해야 하네요.

과거 정상석은 일어서서 담기엔 너무 아담합니다. 유치원 여자 아이같아서 살포시 안아줘야 하네요. 그래도 여기엔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전망은 거의 압권입니다. 부산 남항, 북항, 낙동강, 김해 평야, 김해공항, 도시 빌딩,,,,

부산의 서구, 사하구, 강서구 모습을 다 담았습니다. 


하산길도 임도입니다. 잔 자갈을 깔았으며 키가 큰 나무들로 그늘길입니다. 걸어 가는 발걸음도 내내 편안합니다. 평화 그 자체입니다.  


너무 여유롭게 걸었을까요? 4시간이나 숲에 있었네요. 꽃마을의 상징 음식인 시락국으로 점심을 먹습니다. 고등어 조림에 멸치젓갈에 상추쌈도 곁들였네요. 된장은 어릴 적 엄마가 해 주시던 바로 그 맛입니다. 부산에서 시락국이라,,,참 재미있는 도시입니다. 


억새의 명성은 옛날만 못하지만 승학산이 거기 있어 감사합니다.

조금만 나가면 올라갈 수 있는 산이 있고 비싸지 않은 돈으로 맛있게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산을 좋아하고 산을 오를 수 있는 아직은 든든한 무릎이 있어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