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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전북

(등산 213봉) 전북 진안 구봉산(1002m)

2017년 12월 21일 엠넷여성트레킹과 함께 한 구봉산 산행

 

진영휴게소에서 산악회와 만나 진안에 도착했을 때는 11시가 다 되어 갔다.

간단하게 몸을 풀고 바로 산행을 시작했다. 날씨는 포근했지만 곳곳엔 며칠 전 내린 눈이 우리를 반겨 주었다. 구봉산 정상까지 2.8km!  가벼운 마음으로 발길을 내딛었다.

1봉으로 향하는 길은 눈이 없는 흙길인데다 고도도 높지 않아 편안했다. 앙상한 가지만 남은 완연한 겨울산이지만 주변에 보이는 눈 만으로도 한껏 부풀어 전혀 힘든 줄 몰랐다. 668m 1봉엔 예쁜 소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1봉 바로 아래 전망대에서 옹기종기 점심을 나누어 먹고 바로 2봉을 향해 출발했다.  

 

720m 2봉, 728m 3봉, 정자가 있는 752m 4봉, 그리고 구봉산의 명물 구름다리를 지나 나무 데크 위 742m 5봉, 732m 6봉, 그리고 무지개 다리, 전망이 멋진 바위가 있는 739.8m 7봉을 넘어서면 우뚝 높은 데크를 향해 오르다 자칫 놓치기 쉬운 780m 8봉.

그야말로 아기자기 올망졸망 힘들지 않게 오를 수 있는 8봉까지의 산행. 8봉을 지나니 돈너미재의 안부가 나타나고 여기에서 하산을 할 수 있다.

 

돈너미재를 넘어 서면 눈 앞에 턱하니 거대한 산이 막아 선다. 여기를 넘어서면 구봉산 정상이다. 거리는 0.5km인데 고도가 거의 직벽이다. 그리고 응달이라 눈 또한 가득하다. 앞서 가던 아저씨 세 분이 포기하고 돌아 온다. 아이젠도 없고 스틱도 없다. 너무 미끄럽고 위험해서 포기했단다. 올라 보니 실감이 난다. 우리 산악회 회원 한 분도 돈너미재로 하산을 결정했다.

난 오르막이라 아이젠 착용을 하지 않고 그냥 오른다. 눈이 푹푹 빠지고 중간 중간 미끄럽긴 했지만 스틱과 밧줄에 의지해 구봉까지 열심히 오른다. 자전거를 열심히 탄 탓일까 그렇게 숨도 차지 않고 다리도 아프지 않다. 능선에 올라서니 운장산가는 갈림길이다. 멀리 운장상 정상의 바위가 눈에 들어 온다. 능선길은 온통 눈길이지만 햇볕에 녹아선지 그리 깊진 않다. 구봉산 정상에 도착했을 땐 돈너미재에서 거의 1시간이 지나 있었고 등과 이마엔 땀이 소복히 배어 있었다.

 

구봉산의 다른 이름은 천왕봉과 장군봉이란다. 올망졸망 여덟 봉우리에 비하면 정말 장군감이다. 이제 바랑재로 하산. 천 미터 고지에서 바로 하산하는 길이라 여기도 고도가 만만치 않다. 응달이라 눈도 가득하다. 아이젠을 차고 내려 오지만 조심해야 할 곳이 많아 긴장을 해야 한다. 중간쯤 내려 왔을 때 여유가 생겨 눈밭에 앉아 장난도 쳐 본다. 10살 소녀 적 마음으로 돌아 가는 재미, 겨울 산에 오는 또 다른 재미다.

 

양명마을에 다다렀을 땐 이미 해는 넘어가고 불 켜진 집이 보이고 있었다. 멀리 8봉의 아기자기 능선이 아스라히 보이고 구봉산 아래 조용히 앉아 있는 마을이 다시 한 번 평화로워 보인다.

오늘도 산에 오를 수 있어 행복하고 아직 잘 걸을 수 있는 내 무릎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