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 30~31일 느티나무 친구들과 함께 한 산행
1월 한라산 등반을 앞두고 적응 훈련 겸 체력 테스트를 위해 부산에 모였다.
제주 여행 프로그램과 똑같이 하루는 산행, 하루는 트레킹으로 하기로 했다.
첫 날 아침 10시, 구포역에서 점선을 태우고 온천장역에서 순동이를 태우고 범어사 입구에서 희순이를 차례차례 태워 범어사 내원암 주차장에 11시가 조금 못 되어 도착해 바로 산행을 시작했다.
평소 산행을 하지 않는 두 친구를 생각해 가장 쉬운 코스를 선택한 것이 범어사 코스,,,
내원암 뒤로 난 임도로 편안하게 산을 오른다. 산행도 아니고 트레킹도 아닌 것 같은 무한한 편안함...
30분도 채 오르지 않아 '양산가산리마애여래입상' 안내팻말이 보인다. 안 그래도 지겨웠던터라 그 쪽으로 방향을 턴다. 쭉쭉 뻗은 소나무숲길로 접어 들며 능선으로 향하는 오르막을 오른다. 마애여래입상은 고개넘어 50여m 아래쪽에 위치해 있다. 나무로 만들어진 계단을 따라 내려가니 거대한 바위에 선각으로 불상을 새겨 놓았다. 세월의 탓으로 형체는 분명치 않으나 얼굴 부분이 그나마 부처님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내려간 길을 다시 올라 능선으로 가는 길엔 모나지 않은 바위 군락이 군데군데 발길을 유혹한다. 유독 오르는데 겁을 내던 친구도 바위에 올라 주변을 살펴 본다. 아까 들렀던 마애여래입상이 발 아래 까마득히 보인다. 주변 바위 위엔 산꾼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있다. 툭 트인 전망바위에 앉아서 뭔가를 할 수 있는 게 산행의 매력, 특히 금정산엔 이런 코스들이 많아 매력을 더한다.
아기자기 능선을 걷다 보면 어느새 고당봉이 바로 눈앞이다. 거대한 바위들로 이루어진 정상부,,,고맙게도(?) 데크가 설치되어 있어 가볍게 오를 수 있다. 고당봉 정상석은 2016년 벼락을 맞아 새로 만든 것이다. 장소도 옆으로 살짝 옮겨 놓았다. 저 아래로 북문과 금정산성이 보인다. 너른 바위를 찾아 가져 온 간식을 나눠 먹으며 허기를 달랜다. 겨울 햇살을 온전히 받으니 등 따시고 배 부른 행복한 사람이 된다.
정상에서 북문으로 내려 오다 금샘으로 다시 올랐다. 산에 잘 오지 않은 친구들이 금샘을 볼 기회가 없을 것 같아 배려(?) 차원에서 간 것이다. 금샘을 오르는 바위엔 밧줄이 묶여 있다. 난색을 표하던 친구 둘도 무난히 바위를 올랐다. 가뭄에도 물이 마르지 않는다는 금샘에는 겨울답게 얼음이 얼어 있다. 친구들이 내려가고 나서 다시 금샘에 올라 얼음에 손을 비비고 내려 왔다. 그냥 내려 가면 안 될 것 같은 아쉬움같은 것 때문인데 하여튼 찬 냉기가 기운을 더 올려 주는 것 같았다. 금정산 까마귀도 금샘에 올라 주변을 살핀다. 평온한 겨울 오후의 금정산이다.
금정산성 왼쪽 벽을 따라 북문으로 내려 왔다. 이 길은 서서히 사라지는 길 같다. 주변의 잡목이 좁은 등산로를 넘나 들며 발길을 잡는다. 그래도 우리들만 있어 고즈넉해서 좋다. 어느덧 북문이다. 옛날에 없던 깃발들이 보인다. 문경새재 1관문이 연상된다. 넘어가는 햇살과 산성의 정갈한 곡선과 색색의 깃발들이 조화롭다. 이제부턴 넓게 정비된 등산로다. 흙길을 어느 정도 지나면 계속되는 돌계단, 무릎이 안 좋은 친구가 조금 늦지만 무사히 범어사 경내에 도착했다.
정갈하고 고즈넉한 범어사 경내를 지나니 스님들이 줄을 지어 마당을 지난다. 5시가 안 되었는데 예불을 준비하나 싶어 지나가는 스님께 여쭈어 보니 공양하러 가신단다. 예불은 6시,,,예불도 보고 싶었지만 모두 저녁 예불은 한 번씩 다 보았다기에 그냥 내원암 주차장으로 오른다. 길 양쪽으로 달려 있는 무지개색 등이 무채색 저녁 풍경과 대조되어 묘하게 빛난다. 멀리서쪽 하늘엔 이른 달이 앙상한 은행나무에 걸려 있다.
토속음식점에서 저녁을 먹고 바로 친구 집으로 갔다. 집안 이야기, 세상 이야기, 옛날 이야기, 요즘 이야기,,,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 삼매경에 빠져 든다.
이튿날, 친구가 해 준 누룽지와 김장 김치, 고들빼기김치로 아침을 먹고 느지막히 집을 나섰다. 송도암남공원을 걸어 보려 했는데 늦었다. 그래서 주변에 있는 회동수원지둘레길을 걷기로 했다. 땅뫼산 맨발길을 신발을 신고 한 바퀴 돌고 돌아오는 길에 땅뫼산 정상(?)을 올라 본다. 당연히 정상석은 없을 거라 예상했지만 고맙게도 69.1m 높이에 준-희 표지석이 있다. 진정한 산악인 최남준 선생님 감사합니다.
산행보다 친구와 나누는 정으로 정겨웠던 시간, 그 시간을 금정산과 땅뫼산과 함께 할 수 있어 더 의미있었다.
"야들아, 얼굴 공개 미안하다. 니가 찍은 내 사진이 촛점이 안 맞아 하나도 쓸 수가 없다. 내 사진을 누가 찍었는지 모르겠고 너희들 세 명 중 한 명 이려니 생각하고 얼굴 공개한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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