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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충청,대전

(등산 217봉) 충남 상당산(491.5m)

2018년 1월 10일~11일 충청도 눈 구경

 

연일 한파 소식이 들려 오는 중, 야트막한 산으로 눈 구경을 간다.

겨울 눈덮힌 대둔산을 가고 싶었는데 세상에,,,아이젠을 빠트렸다. 어차피 한 번은 가야 할 산이기에 주변에 있는 야트막한 상당산성으로 향한다.

대전 시내에서 가까운 남문으로 향한다. 올라가는 길은 말끔히 정리되었으나 주차장 안은 온통 하얀 눈밭이다. 바람은 불지 않으나 볼에 닿는 냉기는 짜릿한 쌀쌀함이다.

주차장 바로 위 남문 앞은 거대한 눈썰매장으로 변해 있다. 젊은 부모들이 유치원 나이 또래의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 플라스틱 눈썰매를 열심히 밀어 주고 있다. 우리 어릴 적엔 형제자매들이 해 주던 놀이인데,,,, 

 

 

눈으로 덮힌 길을 걷는 것은 폭신폭신한 기분과 함께 뽀드득뽀드득 청각이 주는 재미도 있다. 날은 맑은데 기온이 낮으니 눈이 녹지 않고 내린 그대로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냥 쌀가루를 뿌려 놓은 듯 포슬포슬하다. 

 

남문을 지나서 왼쪽 산책로로 접어 든다. 성벽 옆으로 난 길과 한여름 그늘로 덮였을 숲속길이 있는데 성벽 옆으로 난 길을 따른다. 사람들이 지나간 자리 위엔 어지럽게 발자국 자국이 있지만 성벽 위, 길 가장자리엔 하얀 눈이 내린 그대로 도톰한 원형을 유지하고 있어 곡선이 주는 평화로움도 함께 다가온다.

서문 가는 쪽은 대전 시내가 한 눈에 들어 오고 시야도 툭 트였다. 눈과 함께 드러난 시내의 풍경도 좋았지만 그보다 쎄한 바람이 더 자극적이라 어깨를 있는 대로 움츠리고 발길을 재촉한다.

 

 

어느덧 새롭게 단장한 것 같은 서문이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하얀 눈을 인 지붕과 하늘이 조화롭다. 서문을 지나쳐 걸으니 그늘진 응달이 많이 나온다. 바람은 더 쎄하다. 볼이 얼얼하고 짜릿짜릿하다.

 

 

북문은  보이지 않고 북쪽으로 난 수구만 있다. 안내판이 없었으면 수구였는지 모르고 지나쳤을 터,,,수구는 처음 보는 터라 궁금하긴 한데 눈이 잔뜩 있어 구멍을 확인친 못했다. 

 

자칫 지나치기 쉬운 상당산 정상 오르는 길, 사람들의 발길이 뜸했는데 그래도 나름대로 촉을 발휘해 찾아 올라왔다. 아마 공사중이었는지 눈 아래로 파란 비닐이 보인다.

지역분들은 정상에 굳이 오르지 않는지 사람들의 발길에 닿지 않았다. 아무도 밟지 않은 사잇길은 푹푹 빠지는 재미와 함께 솜사탕같은 부드러움으로 한결 즐겁다.   

 

 

조금 더 내려오니 발 아래로 성문이 보이는데 동문인 것 같다. 내려가는 길은 다소 가팔라 미끄럽다. 다져지지 않은 눈이라 미끄러져도 다치진 않을 거지만 그래도 조심조심 발걸음을 내딛는다. 동문은 주변이 말끔히 정리되어 그런지 시원한 느낌이 든다. 동문 바로 앞은 여행객과 산꾼들을 위한 먹거리촌. 고드름이 달려 있는 가게엔 모락모락 따스한 연기가 피어 오른다. 따뜻한 차 한 잔이 생각났지만 약속 때문에 서둘러 자리를 뜬다. 

 

 

 

 

다시 남문

규모면에서는 남문이 가장 크고 웅장하며 성벽 또한 넓고 크다. 주변의 아름드리 소나무와도 잘 어울린다. 눈 쌓인 남문 지붕과 눈쌓인 소나무, 그 사이 맑은 하늘이 참 조화롭다.

 

 

남문 앞 너른 마당엔 아직도 눈썰매 타는 가족들이 보인다. 부모들의 어릴 적 추억으로 자식들의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 주기 위해 애쓰는 모습들이 참  예쁘다. 

서서히 어둠이 시작되려 하고 볼은 거의 얼 지경이지만 마음은 포근하고 따뜻하다.

그리 높지 않은 상당산에서 이렇게 눈 구경을 실컷 할 수 있었던 건 참 고마운 행운이다. 그리고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