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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경북,대구,울산

(등산 8봉) 대구 팔공산 동봉, (등산 221봉) 대구 팔공산 비로봉

2018년 1월 28일 말레이시아 코타

 

작년에 다녀왔던 코타키나발루팀이 다시 뭉쳤다. 주제는 팔공산 산행!

대구에 사는 영수오라버니의 주선으로 11명의 용사들이 다시 뭉쳤다.

 

팔공산은 처녀 적 느티나무 친구들과 동화사 뒤편 입산금지를 뚫고 바위를 타고 오르던 아스라한 기억 한 자락과 2013년 한울림에서 겨울 봉봉까지의 산행, 이렇게 두 번의 산행이 있었다.

이번이 세 번째인 셈인데 모두 4095m 키나발루를 다녀 온 분들인지라 등산엔 나름대로 자신이 있는 셈.

수태골에서 관봉까지 약 13km에 이르는 팔공산 능선을 타기로 했다.

 

전날 탑골공원에서 부산 금정산막걸리, 대구불로막걸리, 울산수제막걸이로 3파전을 벌였지만 모두 무리하지 않은 탓인지 아침은 말끔했다. 미역국으로 해장을 하고 승용차 2대는 갓바위로 갖다 놓고 8시 30분경 수태골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연일 한파가 몰아 닥쳤으나 이 날은 포근한 날씨로 산행하기엔 더없이 좋은 날이었다. 김유신장군이 통일을 구상하며 수행했고 고려 왕건이 견훤과 전투를 벌인 곳인데다 신숭겸 등 고려 개국공신 8명을 기리기 위해 이름도 공산에서 팔공산으로 이름을 고쳤다는 역사적인 산. 

수태골로 오르는 길은 그저 편안하고 여유로웠다. 치마를 풀어 놓은 듯한 바위와 수태폭포를 옆으로 지나치기에 걷기엔 별 지장이 없었다. 7부 능선쯤부터 잔설이 얼어 있어 아이젠을 신고 올랐다. 

 

 

 

 

2시간여 만에 1,193m 비로봉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엔 방송중계탑이 있어 아쉽긴 했지만 사방이 트여 구미를 넘어 김천 황악산까지 조망되었다. 1,000m가 넘는 고지답게 날은 차고 바람도 세차다. 정상에서 내려와 시멘트 구조물 앞에서 바람을 피하며 따뜻한 차와 간식으로 몸을 녹인 뒤 동봉으로 가는 능선길로 향했다.

 

 

우뚝 선 바위, 석조약사여래입상이다. 세월의 흔적따라 얼굴, 옷 등 윤곽선이 흐리고 모양 또한 투박하지만 그 모습이 서민적이라 중생을 향한 부처의 자비가 전해온다.

 

 

2013년 기억과 함께 반가운 동봉, 바람이 차다. 주위를 둘러 보고 할 여유가 없어 인증샷 하나 남기고 바로 진행하는 능선으로 내려 선다. 구름 한 점 없는 깨끗한 하늘에 나름 포근한 날씨였지만 그래도 1월의 팔공산 바람은 차다. 사진찍는 영수님, 윤옥씨의 손가락이 빨갛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갓바위까지의 능선길. 산 뒤편 음지에는 여지없이 눈이 잔뜩 쌓여 있고 군데군데 길이 좁고 가파른 바위도 많아 그리 호락호락하진 않다. 그래도 데크, 쇠난간, 밧줄 등으로 안전장치를 해 둔 터라 처녀 적 바위를 붙잡고 울 정도는 아니다.

 

 

 

 

갓바위로 가는 길 내내 뒤를 돌아 보면 비로봉 정상의 방송탑이 보인다. 조금씩 조금씩 걸어온 거리가 멀어지는 만큼 방송탑의 크기는 작아지고 한 걸음의 위대함을 절감한다.

 

 

 

 

 

 

삿갓봉을 지나면서 뒤로 보이던 비로봉은 살짝 사라지고 오른쪽으로 팔공산CC가 나타난다. 골프를 하지 않는 나로선 명산에 있는 저런 시설이 달갑지 않다.

삿갓봉을 지나면서부터 바위길을 넘나 든다. 바위 자체의 아름다움과 함께 주변 자연들과 어울림도 빼어나다. 

 

 

 

 

 

 

 

 

은해사와 갓바위로 가는 갈림길 능성재에서 바위길의 아름다움은 절정에 이른다. 갓바위와 산본사의 위치가 조화롭다. 갓바위에서 시주한 쌀이 산본사로 통한다는데 산본사에 들리지 못해 확인은 못 했다. 

 

 

 

 

드디어 관봉이 보이기 시작한다. 마지막 힘을 다해 관봉을 향한다. 갓바위는 영천에서 올라온 게 다인지라 새로운 방향으로 접근해 보는 셈이다. 갓바위 앞엔 한겨울의 추위에도 불구하고 불자들의 염원이 간절하다. 한 가지 소원은 들어 준다는 부처님은 생각보다 근엄한 표정이다. 생각없는 중생은 기복은 하지 않고 그저 조용히 묵념만 올린다. 마이크로 들리는 주소와 이름, 보살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계단길을 피하고 싶었으나 서울로 갈 기차 시간이 빠듯하여 1,365계단으로 내려 온다. 무릎이 계속 아파온 터라 아랫배에 있는 힘을 다해 무릎에 충격이 가지 않게 걷는다. 천천히, 천천히,,,,

관암사에 도착하니 계단이 끝난다.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그래도 하산길이라 최대한 아랫배에 힘을 주고 걷는다. 주변의 풍광이 편안하다.

 

 

 

 

 

 

갓바위지구에 도착하니 4시 30분, 8시간의 산행이 마무리되었다. 점심 먹느라고 앉은 것 외엔 계속 걸은 셈인데 무릎이 멀쩡하다. 나름대로 걷는 방법이 효과가 있는 셈이다.

저녁은 우리식당, 두부를 담군 국물맛이 고소하다. 김치도 겉절이도 묵무침도 너무 맛있었다. 특히 팥고물에 버무린 찰떡의 속삭임,,,배가 부른대도 계속 손이 갔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해서 더 좋았던 팔공산

수고해 준 대구 두 분 오라버니와 코타팀 덕분에 더 즐거운 추억으로 남게 되었다.

그리고 비로봉에 새롭게 오르게 되어 또한 감사한 일이다.

등산은 언제나 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