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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경남,부산

(등산 223봉)부산 금정산 계명봉(601.7m)

2018년 7월 8일 일요일 

 

옥남 언니의 콜,,,,

"계명봉 갔다가 은동굴로 해서 장군봉 갔다가 서문으로 내려 오자이"

다니던 산악회가 산을 안 가고 자꾸 쉬운 트레킹만 가는 바람에 갈 길을 헤매고 있던 중 정말 반가운 전화였다.


구포역에서 만나 구포시장 주차장에 주차해 놓고 갈려 했는데 공사중,,,

한 시간에 2000원하는 민영주차장에 주차하고 지하철타고 범어사역으로,,,

범어사역에서 내려 범어사 가는 찻길로 올라가다 도로에서 등산로로 보이지 않는 길로 접어 든다.

역시 고수답다.

시작 지점부터 산으로 들어선 셈

옆으로 경동아파트가 보이고 큰 길 도로로 올라가는 사람이 간간히 보이기도 한다.

숲 속을 한참 오르다 만난 갈림길,,,금정산둘레길과 바로 치고 올라가는 계명봉행~~

조금 빨리 갈까 싶어 바로 치고 오르자 했다.

근데 정말 그냥 70, 80도의 오르막이다.

바람없는 숲 속에서 땀이 비 오듯 한다. 작년까지 안 나던 얼굴에서도 땀이 줄줄 흘러 내린다.

할 수 없이 손수건을 꺼내 이마를 묶고 흘러 내리는 땀을 막는다.

길이 가팔라 마땅히 앉아서 쉴 곳도 없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냥 묵묵히 올라가는 일,,,

그러다 정상 부근 전망대가 툭 나타난다.

멀리 물 가득 머금은 회동 수원지가 보이고 고당봉 방향의 바위 능선도 나타난다.

작년에 회동 수원지에 갔을 때 물은 반 정도밖에 없었고 남은 물은 녹조라떼 같아 무척 안타까웠었는데,,,,

시야는 트였지만 바람이 없어 덥기는 마찬가지다.

앉지도 않고 계명봉을 찾는다.



자칫 지나치기 쉽다는 언니의 말에 봉우리겠다 싶으면 올라가서 보는데 한 곳에 조그만 돌담을 쌓아 놓았다. 소나무 속이라 잘 보이지도 않고 좁기도 한데 누군지 모를 그의 정성이 고맙다.


그러다 깜짝 놀랄 계명봉 정상, 단아한 글씨체로 되어 있다.

올해 설치되었고 부산담쟁이산악회 회원 3명이 설치한 걸로 되어 있다.

세 명의 남자가 저걸 매고 왔을까? 끌고 왔을까?

가끔 만나는 산꾼의 선행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계명봉에서 고당봉쪽을 바라 봐도 날이 흐려 아무것도 볼 수가 없다.

맘 편하게 패스,,,,언제나 오를 수 있으니 다시 오면 되지 뭐,,,,



그런데 능선길로 갈 줄 알았던 장군봉이었는데 다시 계명봉을 내려 간다.

아까 그 깔끄막을 내려 간다. 둘레길을 간다고 생각한 언니가 스틱 필요없다 해서 차에 고이 모셔 두었는데,,,

주변에서 울퉁불퉁한 나무를 찾아 작대기로 삼고 조심조심 계명봉을 내려 온다.

주저앉고 싶다 싶은 마음이 들 때쯤 편안한 둘레길을 만나고 여유롭게 걷는다.

장마가 지나간 뒤라 온 산이 물소리다.

철철철 흘러 넘치는 물에 생명력이 넘친다.

물 가 바위에 앉아 점심 도시락을 먹곤 다시 장군봉으로,,,

가는 길에 정자가 있다.

좀 쉬고 싶은데 중년 남자가 대자로 누워 중년 여자에게서 등 안마를 받고 있다.

'산에서 이러시면 아니 되옵니다.'


할 수 없이 그냥 은동굴로 간다.

몇 년 전 절 아래에 있는 모래를 들고 가면 스님이 미숫가루를 타서 주었다는 추억담을 얘기한다.

모래를 들고 가지는 않으니 미숫가루를 얻어 먹을 수는 없지만, 감사를 표하는 그 스님은 보고 싶어진다.

그러나 은동굴에 들어서니 주인이 안 보인다. 은동굴도 열쇠로 잠겨져 있고 필요하면 스님을 찾으란다.

아마 아래에 있는 금륜사를 말하나 보다.

바위 앞의 부처님의 표정이 너무 온화해서 괜히 기분이 좋다.

약병을 들고 있으니 약사여래? 잘 모른다. 죄송합니다 부처님~

등산로가 보이지 않아 올라온 길을 다시 가나 했더니 세상에 부처님 뒤의 바위로 올라 간다.

전혀 길 같지 않은 길, 누가 이런 길을 내었을 지,,,

여럿이 함께 가면 길이 된다더니,,,,먼저 간 선구자들이 고맙다.



또 아까같은 오르막.

점심을 급하게 먹은 탓일까 남기지 않으려고 많이 먹은 탓일까 속이 답답하다.

그렇게 잘 걷는 언니도 힘들단다.

잠깐 서서 오늘 산행을 어떻게 하나 의논

돌아갈려니 올라온 길이 아깝고 계속 가자니 몸이 괴롭고...

고민하다 일단 장군봉까지만 가서 하산하기로 한다.

그런데 능선에 올라 서니 다시 선택의 기로,,,

암릉길이냐? 조금 편한 우회로냐?

우회로가 자자니 그러면 장군봉을 못 본단다.

할 수 없이 암릉길로 간다.

바위 타는 것을 워낙 좋아해서 나는 괜찮은데 몸 불편한 언니가 걱정이다.

그런데 점점 안개가 짙어져 걸어가는 주변만 보이고 온통 안개 속,,,구름속의 산책이다.

바위를 오르내리며 기분좋은 산행길,,,

드뎌 장군봉을 만났다.

601m를 올랐다 다시 완전히 내려가 734m를 올랐으니 엄청 걸은 셈이다.

잠깐 장군봉에서 휴식을 취하고 나니 기분좋은 능선 산행길...

언니 몸도 괜찮아졌다.



그래 온 김에 계획한 대로 가자.

결국 고당봉 0.3km 지점까지 가서 고당봉 패스하고 북문 너른 길로 하산한다.

자갈은 지겹고 불편하다.

다시 산 속으로 들어가 농원을 지나고 도원사를 지나 산성마을로 내려선다.

7시간 30분~~~ 점심 먹을 때 말고는 쉬지도 않았으니 엄청 많이 걸었다.

어제도 금정산, 오늘도 금정산

오르고 싶을 때 언제든지 오를 수 있는 산이 있어 우리나라가 참 좋다.

산을 좋아하는 옥남 언니도 좋고 산을 좋아하는 나도 참 좋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관리하는 분이 주차비 엄청 나왔단다.

8시간 16000원?

지갑에서 돈을 꺼내고 있는데 옥남 언니가 깎아 달라며 흥정을 하고 있다.

20000원을 내밀었는데 만원만 받더니 다시 5000원을 내어 준다.

이럴 수가,,,,이럴 수도 있구나. 

언니가 고맙고 관리하시는 분도 고맙다.

다음엔 공영주차장이 앞에 있어도 이 곳에 한 번은 더 주차할 것이다. 흠~~~

 

오늘은 이래저래 참 좋은 날이다.